한국은행, 일시적인 요인... 디플레이션 우려 안해도 돼

 

1965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했다.
1965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1965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했다.

소수점까지 따져보면 -0.038%로 마이너스다. 지난해와 달리 양호한 기상여건 덕에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처음으로 0%를 기록했으나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물가와 일반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체감물가와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고도 추정할 수 있다. 정부가 판단하는 기준과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기준은 각각 다른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는 일상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460종의 가격 변화를 평균해 반영한다. 그러나 체감물가는 개인이 자주 접하는 몇몇 품목에 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정 수준 괴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교육비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수 밖에 없다. 더욱이 자녀 성장에 따른 교육비 부담 증가는 물가 상승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재 제품인 경우도 현실에서 느끼는 체감수준은 다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내구재를 구매한 가정의 경우도 오래전 제품 가격과 비교해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거용 건물인 아파트 가격 상승도 체감 물가 괴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아파트 구매는 소비가 아닌 투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통계청의 판단과 간극이 벌어지는 이유다.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부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시적인 요인 이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주장대로 최근 물가는 예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내린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1년 전보다 배추와 무 가격이 급락했고, 복숭아, 마늘, 돼지고기 가격도 내렸다. 휘발유와 경유, LPG 가격을 정부의 한시적인 조치로 내렸다가 지난 월요일 부토 인상됐다.

농·축·수산물의 가격 하락과 정부의 교육복지 정책 영향 등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를 기록했다. 지난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올 들어 저물가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은 농산물의 경우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라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 상황이 2∼3개월 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도 통계청의 발표에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

'디플레이션' 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와 통계청, 한국은행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일시적으로 0% 내외로 (소비자물가) 상당 폭 낮아지겠으나, 공급 측면에서의 하방압력이 점차 완화되면서 내년 이후에는 1%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부진 하에서 물가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디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추가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체되고 저물가가 장기화 할 경우,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수출과 내수활성화를 위한 하반기 경기보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0%를 기록한 가운데 2분기 경제 성장률은 7월 집계보다 0.1%포인트 낮은 1%로 나타났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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