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작성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등재
농진청 소속 공무원 47명도 부실학회 참석한 것으로 나타나
연구비 환수 없이 대부분‘주의‧경고’조치, ‘제 식구 감싸기’논란

[중앙뉴스=박미화 기자] 지난 5월 교육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발표한 대학 소속 연구자들의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등재와 와셋(WASET), 오믹스(OMICS) 등 부실학회 참석 문제 실태 조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그리고 산림청의 예산이 지원된 연구사업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이만희의원(영천.청도) (사진=자한당 제공)
자유한국당 이만희의원(영천.청도) (사진=자한당 제공)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만희 의원(자유한국당)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그리고 산림청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 기관들의 예산이 지원된 연구사업 중 연구 책임자인 교수가 논문 작성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등재하여 총 4명의 교수가 행정제재 또는 각 소속기관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으며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 등 부실학회에 참석한 대학 교수들과 기관 소속 공무원들도 대거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의 경우 지난 2012년 농식품부가 공모한 ‘팥의 질환 개선 기능’과 관련된 연구 과제를 수행한 B대학의 J교수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른 소속 대학의 연구부정 검증 결과 연구 책임자인 J교수의 미성년 자녀가 해당 논문의 아이디어를 제시해 논문 작성에 기여하여 연구부정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농식품부 산하 연구사업 관리 기관인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재검증을 통해 J교수의 자녀가 연구수행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논문 일부분에 대한 단순 영문 작업만을 한 것으로 확인되어 결과가 뒤집힌 것으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은 총 3명의 교수가 본인들의 논문 작성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태조사를 통해 3편의 연구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밝혀진 P대학의 L교수는 농진청의 제재심의 과정에서 과거에도 부당한 저자표시로 연구부정행위가 적발되어 제재조치를 받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J대학의 L교수는 부당저자 표시 외에도 연구비 용도 외 사용과 교육부 감사 방해 등으로 인해 4억 2천만 원에 달하는 연구비 환수와 제재부가금 그리고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5년을 부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교육부는 ‘부실학회’로 알려진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에 농식품부, 농진청 그리고 산림청이 지원한 연구비로 참석한 교수들에 대해서도 관련 연구비를 환수할 것을 각 부처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8년까지 농식품부 지원 연구비로 부실학회에 참석한 대학 교수들은 16명에 출장에 소요된 금액은 총 5,700만 원 것으로 밝혀졌으며 농식품부는 이중 12명에 대한 출장비 4,000만 원 가량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와셋(WASET)은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가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로 지난 해 7월 18개국 23개 언론사의 국제공조 취재를 통해 부실학회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인도계 학술단체인 오믹스(OMICS)는 부실학회 개최 및 논문장사 등을 통한 기만영업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식 제소되어 570억 원의 과징금을 부여 받음)

국내 유일 농업과학기술 R&D 기관인 농촌진흥청의 경우 연구 과제를 수행한 14명의 대학 교수들과 함께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본청 및 소속기관 연구원 47명도 부실학회에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연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의 학술활동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농진청은 부실학회에 참석한 14명의 교수 중 현재 검증이 진행 중인 5명을 제외한 9명의 교수가 지출한 출장비 약 3,900만 원에 대해 환수 면제를 결정했고 47명의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서도 출장비 환수 없이 대부분 주의‧경고 등의 가벼운 행정처분만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내부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국비가 지원된 연구사업이고 부실학회 참석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 판단은 당사자들의 해명 외에 추가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 그리고 R&D 기관으로서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징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지난 해 8월에 과학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사학회 와셋(WASET) 사태 인식과 대응방안 의견조사’에 의하면 부실학회 문제의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할 가장 중심적인 기관으로 연구사업 관리기관과 정부 부처를 각각 1, 2위로 꼽아 정부 부처와 각 부처 산하 연구사업 관리기관의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희 의원은 “국민 혈세가 지원된 연구 과제의 경우 연구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연구 윤리 준수 여부와 투명한 연구비 관리‧감독의 책임은 마땅히 정부에 있다.”며 “일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농업 R&D 사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각 기관들이 대책을 마련하여 향후 국비로 실시된 연구사업에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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