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그 남자의 손" 펴낸 최도선 시인

사진 출처 / 시와문화
사진 출처 / 시와문화

 

꽃의 눈물

최도선

 

꽃에도 눈물이 있다

 

남을 원망할 줄 몰라서 있다

남을 비방할 줄 몰라서 있다

 

그의 입술이

그의 눈이

부드러워서 있다

 

저 자신을 때릴 때 흘리고

저의 테두리가 아프고 아플 때 흘린다

 

어느 날 뒤꼍에서 눈물을 닦으시는

어머니를 본 일이 있다

 

별도 내려와 채송화 꽃잎에

젖고 있다

 

          - 최도선 시집『 그 남자의 손』(2019, 시와문화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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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이글 불타는 태양의 이면을 본 적이 있다. 밤하늘 대보름달의 이면을 본 적이 있다. 무릇 꽃이라 하면 얼핏 생각하기를 화사하고 세상 걱정 시름없이 방글방글 웃거나 그 향기로움을 연상하게 된다. 그 외모가 늘 아름답고 싱그러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라는 꽃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닐까? 늘 자녀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 이 땅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눈물은 상상도 못하며 자라던 화자가 어느 날 보게 된 뒤꼍에서 울던 어머니의 모습! 모두가 어렵게 살아내던 그 시대의 여성이며 엄마요 아내, 며느리들의 애환을 어린 딸이 어찌 상상이나 했으랴. 일생을 두고두고 가끔씩 떠올라왔을 화자의 내면에 새겨진 그림 한 장이 되어 어머니의 길을 가르쳤을 것이다. 시인의 시심이 되어준 모성은 그 지점부터 싹이 터온 것이 아닐까, 절절한 모성애 흐르는 화자의 시가 그것을 말하고 있음이다. 아무리 작고 아무리 도도하고 어여쁘고 또한 빛깔 고운 꽃일지라도 남모르게 내재된 아픔과 눈물이 있다는 것, 그 꽃이 바로 내 어머니였기에 두고두고 가슴치며 뉘우치는 우리 인간은 모두 꽃의 자손이다. 아니 꽃이다. 인간에게 진정 필요한 마음은 마음이 마음에게로 다가가 읽어주는 心眼이라는 것을 배운다. 꽃의 힘이다. 시의 힘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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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선 시인 /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3년 《현대시학》 소시집 발표 후 자유시 활동

시집 『겨울 기억』 『서른아홉 나연 씨』 『그 남자의 손』

비평집 『숨김과 관능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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