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의 교육 혜택 차단할 근본적인 해결책부터 내놓아야

(신현지 기자)
  (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러하지 못했다. 특권신분층 자녀에게만이 신분을 우대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이른바 음서제도가 수세기 동안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개인은 물론 국가적 폐해로 인한 여파는 오늘날까지도 무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21세기인 오늘에도 이 같은 음서제도가 면면히 유지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입시 특혜 논란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사태 등등, 현대판 음서제도가 부활했다는 비난이다.

특히 현행 입시제도의 불공정성을 야기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재검토하라는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도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 여부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현행 입시제도에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지난달 대입 공정성을 위한 대입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신입생 가운데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을 선정해 대규모 실태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교육부의 이번 조치에 앞서 한국의 대학입시제도는 수없이 많은 변천과정을 겪어왔다. 해방 이후 대학입학연합고사와 대학별 본고사가 병행되는 제도로 바뀌었고, 73년 ‘예비고사'와 본고사 실시에 이어 81년엔 입시과열과 이중부담을 없앤다는 취지에서 대학별 본고사를 폐지했다.

그리고 그 후속대책으로 '수능 위주의 정시, 내신과 학종 위주의 수시'가 공존하는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교육부의 이른바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 내신 반영 강화와 함께 창의적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였다. 즉, 성적 이외에 다른 요인을 동원해서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것을 피해보자는 뜻에서 내놓은 게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 도입이었다.  

그런데 ‘교육부의 이 같은 취지와 달리 학종’이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평가의 투명성과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에 이유가 있다.  즉,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정시와 달리 정성평가'라는 부분이 교사의 주관적 영향에 따라 각기 다르고 학생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재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런 점에 일부 특권층 및 정치인의 자녀들이 부모의 재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자율 활동·동아리 활동·봉사 활동·진로활동 등(자동봉진)을 악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이용하고 있어 교육의 형평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이고.

의전원 입시가 그렇고 정유라 특혜 논란이 그렇고,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에 이어 조국 자녀 사태까지. 일부 학교의 특정학생 성적밀어주기에 수시준비를 위한 수백만원에 호가하는 컨설팅 등등 사교육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도 ‘학종’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 앞서서도 이 같은 지적은 수차례 제기돼 교육부는 2013년과  2018년에 거쳐 이미 두 차례나 ‘학종’을 축소하면서 공정성 확보 대책을 내놓은바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먹구구식,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교육부는 2022년 대입 개편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 총 500여 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과의 대입제도의 방향을 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수능절대평가를 반대하고 정시확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구색 맞추듯 공론화 과정에 '정시파'들을 참여시켰다”는 질타만 모은 격이 되었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인한 현행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어져  교육부는 또 다시 입시 방향을 재설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달 입시관련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시를 찬성하는 국민여론이 63%(2019년 9월 4일 tbs 의뢰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에 육박했고 심지어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학종’이 폐지되고 ‘정시’가 확대되면 예전 그대로의 성적순의 줄세우기 방식으로 특권층에 의해 오히려 사교육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주요 13개 대학의 ‘학종’실태조사를 벌인 후 종합감사 등으로 확대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해당 대학들과 2020년 입시관련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불만도 내놓았다.

목동의 한 학부형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는데 여론에 왔다갔다 제멋대로인 교육계에 방침에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참으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에 ‘50만 수험생을 기만한 교육부를 해체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도 있었다.

이 청원인은 “이번 학종 실태조사는 정부가 대학에 특목고·자사고 학생을 뽑지 말고, 학생부 비교과를 평가에 포함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라며 “3년간 성실히 학종을 준비한 아이들이 입시를 치르는 와중에 이게 무슨 짓이냐. 애꿎은 고3 아이들만 불쌍해졌다.” 라고 비난했다.

어쨌거나 교육부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비교과를 아예 폐지하고 정시 확대로 성적순의 줄세우기로 돌아갈 것인지. 비교과영역을 축소하고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조절할 것인지. 그렇다면 이 비율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더욱이 특권층의 교육 혜택을 차단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목소리에는 어떻게 답을 할 것인지 산 넘어 산이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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