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1년만에 주가 ‘반토막’…올해 2분기 첫 적자내며 3분기도 먹구름
수장 교체 ‘대변혁’…이마트, 26년만에 외부 구원투수
이마트발(發) ‘인사 칼바람’ 유통업계 몰아칠까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이마트가 올해 2분기 첫 분기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 실적도 컨센서스(전망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가 장기화 되면서 주가는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초저가 전략을 통해 온라인 시장 이탈한 고객의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업황 부진을 막긴 어렵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정기인사를 한 달 이상 앞두고 이마트 수장을 교체하는 충격 처방을 내렸다. 이마트는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를 외부에서 수혈했다.

이마트가 고강도 쇄신인사를 단행하자 이마트발(發) 인사 칼바람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롯데 그룹이 인사 조직 개편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매장 입구 (사진=우정호 기자)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매장 입구 (사진=우정호 기자)

이마트, 1년만에 주가 ‘반토막’…올해 2분기 첫 적자내며 3분기도 먹구름

24일 이마트는 코스피 시장에서 1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년 전(21만3000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고, 16만원 선을 유지하던 지난 5월 초와 비교했을 때도 약 28%하락한 수준이다.

이마트의 급격한 주가 하락 배경에는 오프라인 업황 침체가 있다. 특히 유통산업의 캐시카우였던 대형마트(할인점) 부분 성장이 정체된 영향이 크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창립 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이 가운데 대형마트 부분의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 546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81억원이나 확대됐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로 분기별 실적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지난해 15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7년(27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줄어든 수치다.

문제는 이마트의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것이다. KTB투자증권는 이마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을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든 1280억원으로 예상했다. 유안타증권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6% 감소한 1331억원을 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약 1380억원)를 소폭 하회하는 실적이다.

할인점 3분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분기와 2분기도 각각 1.8%, 4.6% 역신장했다.

이마트의 대형마트 사업 침제의 주요 원인은 온라인쇼핑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다. 통계청의 ‘2019년 8월 온라인쇼핑 동향’를 보면 2분기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32조4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0조6864억원으로 25.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집계인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조25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4% 늘었다. 같은 기간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7조3257억원으로 27.2% 증가했다.

이마트도 실적 반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는 있으나 그러나 이마트의 8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했지만, 9월은 6.1% 감소한 1조214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식가치 제고를 위해 정용진 부회장은 사재를 털었고,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에서 분리한 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 3월27일부터 4월4일까지 이마트 주식 14만주(약 241억원 규모)를 장내 매입했다. 이마트는 8월14일부터 11월13일 자사주 총 90만주(3.23%)를 사들일 방침이다. 금액으로는 최초 매입(8월12일 종가기준) 약 1000억원(949억5000만원) 규모다.

강희석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 (사진=이마트 제공)
강희석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 (사진=이마트 제공)

수장 교체 ‘대변혁’…이마트, 26년만에 외부 구원투수

이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21일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50)를 이마트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에는 전략실 관리총괄 한채양 부사장(54)이 내정됐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 임원 40명 중 11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창사 이래 최대 임원 인사다. 그만큼 이마트를 바라보는 정 부회장의 위기의식이 컸다는 분석이다.

강 대표는 이마트 사업 관련 컨설팅을 여러 건 맡아 이마트 내부 사정에 비교적 밝다는 평을 받는다.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등 이마트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전문점 사업 컨설팅,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 설립과 관련해서도 컨설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 의뢰로 최근 침체 일로였던 월마트가 어떻게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절대 강자의 공세에서 살아남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는지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월마트는 2014년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디지털 전환`과 `신선식품`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월마트는 우선 2016년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전자상거래 업체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하고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겨냥한 `이틀 내 무료 배송`을 도입했다. 온라인 상품군을 기존의 세 배 이상으로 늘리고 일부 상품 가격은 아마존보다 더 낮췄다.

그 결과 2017년에 전년보다 10%나 줄었던 월마트 영업이익이 이듬해 다시 플러스로 바뀌며 성장세를 되찾았다.

올해 2분기에는 56억달러 영업이익으로 시장 컨센서스(55억달러)에 부합했을 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 할인점 실적도 20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이마트는 지난 2분기 299억원의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월마트의 `부활`을 이끈 맥밀런 CEO와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신임 이마트 대표가 월마트,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와 자유롭게 소통하며 글로벌 유통 트렌드를 이마트에 접목시키길 바랐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마트는 이번 인사에서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식품)·비식품 본부로 나누는 한편 신선식품 담당을 두 개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편 신세계는 이번 인사의 원칙으로 `실적`을 꼽았다. 신세계는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다"며 "철저하게 검증해 성과주의·능력주의 인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이마트 장점인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없었고 온라인 전략도 신유통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세계는 새 이마트 수장이 이끌어갈 비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강 신임 대표에 대한 평가도 결국 실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직 장악력도 관전 포인트다. 강 대표는 이마트 사정에는 밝지만 행시 출신 컨설턴트로, 유통업계에서 직접 경영에 참여한 이력은 전무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론에 강한 교수 출신이 민간 조직을 맡았을 때 실제 현실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외부 컨설턴트가 보수적인 유통 조직에서 수장으로서 어떤 비전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 하이마트 (사진=연합뉴스)
롯데 하이마트 (사진=연합뉴스)

이마트발(發) ‘인사 칼바람’ 유통업계 몰아칠까
   
이처럼 이마트가 고강도 쇄신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마트발(發) 인사 칼바람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가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변수로 위기 상항에 처해 있는데다, 올해 성적표 역시 좋지 않아 인적 쇄신에 대한 긴장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마트 인사를 두고 ‘남 일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갑수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를 영입했다. 이마트가 외부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이외에도 부사장, 상무, 상무보 등 11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실상 세대교체를 위한 전면 쇄신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부문 및 전략실에 대한 정기인사는 예년과 같이 12월 초에 단행할 계획이다. 7년째 신세계 대표로 재직하며 업계 최장수 CEO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명품 판매 비중이 높아 백화점 사업부문은 선전했지만, 면세점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도 통상 12월에 단행하던 임원 인사를 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며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롯데는 이미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4명의 비즈니스유닛(BU)장(부회장) 중 화학과 식품 등 두 곳의 BU장을 교체한 바 있다.

올해는 유통과 호텔ㆍ서비스 중 한두 곳이 교체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원준 유통 BU장(부회장)의 유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마트·슈퍼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올 상반기 각각 150억원, 37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 3분기에는 마트, 슈퍼, 백화점 등 전 채널에서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하이마트도 3분기 영업이익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역시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의 두터운 신임 덕에 공식 임기가 2021년까지 연장된 상황이지만, 재작년 ‘갑질 논란’에 휘말린 전력과 계속된 실적 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해 주요 유통사에서 대대적인 임원 교체 및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라며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인사와 조직 개편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