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 명예 안겨준 "고리 1호기", 해체 준비...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가 해체를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가 해체를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가 해체를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부분 기기에 '영구정지'라고 쓰인 파란색 스티커가 붙은 고리 1호기가 40년의 상업운전을 마치고 2017년 6월 18일 자정을 기해 영구정지되면서 냉각 설비와 화재 대비 장치 등 안전·관리 설비를 제외하고 원자로 운전을 위한 기기는 모두 멈춰 섰다.

고리 1호기는 지난 1972년 건설·운영허가를 받아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당시 고리 1호기 건설은 총 1천560억원이 투입된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위산업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의 4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원전 1호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세계에서 21번째의 원전으로 대한민국은 원전을 보유하는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설계수명이 30년으로 건설된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 설계수명이 만료됐지만 같은 해 12월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이후 고리 1호기는 8년을 더 운전한 뒤 2015년 6월 15일 산업부로부터 영구정지 권고를 받고 2017년 6월 18일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

'고리 1호기' 발전소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냉각설비, 전력설비, 방사선 감시 설비 등은 그대로 운영 중이다. 정상운전일 때는 10명이 한조로 6개조가 24시간 교대근무를 했다. 하지만 정상운영이 되지 않는 지금은 절반인 5명이 한조로 5개조가 교대근무를 하고있다.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인출, 냉각 및 안전관리에 5년 이상이 소요되고 한수원이 해체계획서를 제출해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원전 해체는 수십년간 방사선 방출량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려 해체하는 '지연해체'와 영구정지 후 바로 해체 작업에 들어가는 '즉시해체'가 있다. 고리 1호기는 후자의 방식을 채택했다.

한수원 최득기 안전관리실장은 "지연해체는 원전 해체 기술이 미흡하거나 관련 법규가 없는 나라들이 주로 채택한다"며 "한국은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통해 단독 즉시해체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영구정지 당시에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그보다는 다소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간 이견으로 인해 올해 6∼12월 중 진행하기로 한 주민공청회도 아직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해체를 앞두고 있는 고리 1호기와 작은 하천 하나를 경계로 울주군에 있는 새울원자력본부에는 반대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작업이 한창이다.국내 '마지막 원전'이 될 신고리 5, 6호기는 2016년 6월 착공해 지난달 말 기준 약 50%의 공정률을 기록했다.

항공기 충돌이나 쓰나미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마지막 원전' 신고리 5, 6호기는 2023년과 2024년 완공된다.

신고리 5·6호기는 당초 2014년 9월에 공사를 시작해 2022년 10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탈핵 시대'를 선포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같은 해 7월 14일 공정이 28%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공론화를 위해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의 숙의 기간을 거쳐 10월 20일 정부에 건설재개를 권고했다. 다만 정부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통해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아직 건설 장소나 이름을 정하지 않은 2개 호기 등 총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은 백지화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신규 원전 4기(천지·대진) 건설 취소를 의결하고 신한울 3·4호기는 보류 조치했다.

▲한수원 정재훈 사장 "원전 안전하다"단언 …경제성 부족한 월성1호기 정지 조치

한수원 정재훈 사장 "원전 안전하다"단언(국정감사장)
한수원 정재훈 사장 "원전 안전하다"단언(국정감사장)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가 해체를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은 한국형 차세대 원전인 APR1400의 완벽성을 내세우며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다"고 단언했다.

정 사장은 지난 29일 고리·새울원자력본부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질문에 "일반적인 상식이나 과학 지식으로 보면 안전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어 "발전공기업 사장으로서 원전을 가장 안전하게 운영할 책임이 있고 직원들도 그런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며 "특히 (8월 미국의 설계인증을 취득한) APR1400은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월성 1호기는 안전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정 사장은 "일각에서는 왜 월성 1호기만 세우냐고 하고 흔히 1∼4호기가 같이 만들어진 것으로 아는데 월성 1호기는 1983년, 2∼4호기는 각각 1997, 1998, 1999년 준공됐다"고 설명했다.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만들어진 원전으로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다.

정 사장은 월성1호기 정지 조치에 대해  "월성 1호기가 잔고장이 생겼고 압력관을 교체했는데 정확히 모르는 다른 이유로 다시 섰다"면서 "추가로 돈이 들어가는데 2022년까지 계속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정지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덧붙여서 한수원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고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에 대해 국회는 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요구안을 의결했다. 야당에서는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원안위가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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