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병철 회장이 만들고 이건희 회장이 다듬고 이재용 부회장이 완성한 글로벌 기업 "삼성"

 

삼성전자가 11월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가 11월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삼성전자가 11월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과 임직원(500명)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차분하게 삼성의 50돌 기념 행사를 열었다. 올해 창립기념식은 각 사업부문별 대표의 임직원 메시지 전달 등 외에는 조용히 치르기로 했다.

기념식에 불참한 이재용 부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다가올 50년을 준비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고 강조한 뒤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기념사를 통해 견고한 사업기반과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 확보를 당부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50주년 사사(社史)를 편찬한다.

50년을 달려온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들어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 美·中 무역분쟁과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반도체 시장의 침체 같은 외부 악재 속에 국내에선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이런 상황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인공지능(AI)·5세대 통신(5G)·자동차 전장 반도체·시스템반도체·바이오에 180조원을, 올해 4월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한 13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김기남 부회장과 임직원(500명)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차분하게 삼성의 50돌 기념 행사를 열었다.
김기남 부회장과 임직원(500명)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차분하게 삼성의 50돌 기념 행사를 열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故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삼성전자공업을 1969년 삼성전자로 창립해 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뒤 '제2의 창립'을 선언하며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 삼성물산으로 시작한 삼성전자...50년 만에 글로벌 세계기업으로 우뚝

삼성의 시작은 1938년 설립된 삼성물산을 모태로 한다. 삼성은 식품과 의복을 주력으로 해 오다가 1969년 삼성전자를 창립하면서 전자산업에 진출했다. 1969년 1월13일, 종업원 36명에 자본금 3억3000만원의 소기업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했다.

1년뒤, 1970년 삼성NEC가 설립되어 백색가전 및 AV 기기의 생산이 이루어졌다. 이후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여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면서 1980년에는 한국전자통신을 인수했다. 그리고 1983년 2월,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DRAM 사업에 진출한다는 ‘동경 선언’을 기점으로 1983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 64K DRAM을 개발했다. 이때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투자는 1990년대와 2000년대로 이어지며 지금의 삼성전자로 우뚝섰다.

▲ 삼성전자 설립 첫해 400만원 적자

삼성전자의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설립 첫해인 1970년의 실적은 순손실만 400만원이었다. 삼성전자의 시작은 1970년 산요와 합작해 개발한 흑백 TV 'P-3202'로 이듬해인 1971년 1월 29일 국내 최초로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이후 연구를 거듭해 1979년, 최초로 자체 개발한 'SW-T506L 마하'를 출시했다.

1981년에는 소비전력을 최대 44% 낮춘 컬러TV '이코노빅TV'로 국내 시장 1위로 올라서면서 이후 50년간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72년 흑백 TV를 처음 생산한 삼성전자는 현재 TV와 냉장고 등 가전 분야별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06년 보르도 LCD TV를 계기로 글로벌 가전 시장의 최강자였던 소니를 눌렀고, 현재는 QLED TV로 글로벌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TV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숨어 있는 1인치를 추가로 표시해주는 '명품 플러스 원'을 출시하면서다. 세계 최초로 12.8:9라는 독특한 비율을 선보였다.

그리고 약 10년 후, 삼성전자는 2006년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평면TV와 LCD TV 등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대처한 결과다. 와인잔을 형상화한 LCD 제품 '보르도 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IHS 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13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지펠이나 비스포크 등의 브랜드를 앞세운 냉장고도 미국 시장에서 14분기째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

삼성전자는 LED TV와 커브드 UHD TV, SUHD TV 등 시장 혁신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1위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75인치 이상 TV 시장에서는 지난해 삼성전자 점유율이 66%에 달한다.

▲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동경 선언..."일본이 할 수 있는 건 우리도 할 수 있다" 

故 이병철 회장
故 이병철 회장

삼성전자는 '80년대에 반도체에 진출했다.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은 회사 내의 모든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1983년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2월 일본 도쿄선언을 통해 D램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동경 선언 직후 삼성전자는 그로부터 불과 10개월 만인 그해 11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내놓음으로써 반도체 업계는 물론 한국 내외 경제계를 놀라게 했다.

故 이병철 회장은 "삼성은 자원이 거의 없는 한국의 자연조건에 적합하면서 부가가치가 높고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이 제2의 도약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반도체 사업 진출 이유를 밝혔었다.

그러나 이후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사업초기에 어려움이 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고, 1992년 64M D램을 최초로 개발해 일본 도시바나 NEC,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을 제치고 마침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1993년에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1994년, 1996년 256M과 1G D램을 연속으로 최초 개발해 반도체를 한국의 대표산업으로 키웠다.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세계 1위에 올랐으며 2006년 세계 최초 50나노 D램과 2007년 30나노 낸드 등을 최초로 내놓으면서 삼성전자는 D램 세계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28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7년에는 미국 인텔을 꺾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합한 반도체 시장의 왕좌를 차지했다.

▲ 2대 이건희 회장,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라" 

이건희 회장은 휴대폰 시장(90년대)에 뛰어들었다.
이건희 회장은 휴대폰 시장(90년대)에 뛰어들었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의 바톤을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은 휴대폰 시장(90년대)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원과 해외 주재원 등 200여명을 모아놓고 양적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의 도약을 강조한 '신경영 선언'을 내놓았다.

이 회장은 당시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든 걸 바꾸라"고 일갈했다.

삼성 내부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휴대폰 화형식'은 양 위주의 삼성전자를 '질 위주'로 변화시키기 위한 상징적인 극약 처방이었던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후 애니콜(1994년)을 시작으로 벤츠폰(2003년), 블루블랙폰(2004년) 등의 밀리언셀러를 잇달아 쏟아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휴대전화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면서 노키아·모토로라 등은 자취를 감췄지만,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를 내놓으며 애플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2009년 한 해 삼성전자의 휴대 전화 판매량은 2억 2700만대로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북미 지역 6분기 연속 시장 점유율 1위, 유럽 지역 시장 점유율 25% 상회 등 선진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했고, 신흥 시장에서는 제품 경쟁력 및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삼성전자는 휴대 전화가 터치폰 시장으로 전환하며 더욱 선명하고 깔끔한 화질을 보여 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 화질 경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AM OLED폰으로 '휴대 전화 화질경쟁' 트렌드 경쟁을 벌여 2012년에는 휴대 전화 판매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세계 시장 판매량에서 애플을 누르고 1위에 올랐고, 특히 올해는 갤럭시 폴드로 스마트폰 시장의 첫 폼팩터(외형) 체인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 3대 이재용...삼성은 "미래세대 물려줄 100년 기업"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강조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강조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금까지 50년은 여러분 모두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했다"라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앞으로 50년, 마음껏 꿈꾸고 상상합시다"라며 50년 뒤 삼성전자의 미래는 임직원들이 꿈꾸고 도전하는 만큼 그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혁신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며 기술혁신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기업의 역할을 당부했다.

창립 50주년을 맞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행 출장길에 올랐다. 일본 현지에서 사업 파트너들과 만나 신사업 구상을 다듬을 것으로 전해졌다.

50년 전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과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사업의 초석을 마련한 일본에서 새로운 50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있는 출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도쿄 하네다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했다.이어 현지 기업인들을 잇따라 만나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 때부터 쌓아온 인맥을 비롯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재계 인사를 폭넓게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50주년 당일 이뤄진 출장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사업현안 외에 신사업과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손 회장과 미래비전을 두고 격의없는 의견을 나눠온 사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창립 50주년 출장지로 일본을 선택한 데도 주목한다. 일본은 삼성전자나 이 부회장에게 특별한 지역이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리는 데 가장 공로가 큰 반도체 사업의 토대가 일본에서 시작됐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 국면에서도 일본 정·재계 인맥을 통해 해법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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