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돌모루 구렁이가 우는 날에는』 펴낸 윤일균 시인

사진제공 / 윤일균 시인
사진제공 / 윤일균 시인

 

꽃무덤

윤일균

 

 

마음 머무는 곳에 네가 있었다

발길 닿는 곳에 네가 있었다

가슴 메말라 구적처럼 길거리에서 부스러지면

그곳에 너는 있었다

 

나를 일으키던 너 간 곳 몰라

세상 어딘가 있을 거라고 빈 들을 헤메다가

그윽한 향기 있어 보니

거기에서 울고 있었다

제비꽃 촘촘히 핀 나의 꽃무덤에서

 

     - 윤일균 시집 『돌모루 구렁이가 우는 날에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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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길이란 꽃길보다 거친 돌밭 같은 길이 더 많은 길이다.

하루 일 마치고 어스름  저녁, 지친 몸 싣고 집으로 돌아올 때 차창 밖 풍경을 보니 붕어빵을 사기 위해 서있는 어느 가장이 서있다.

나 어릴 적 겨울 어느 날 붕어빵 한 봉지 사들고 들어오시던 가난한 아버지의 이벤트가 내 가슴에 꽃무덤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한다. 나도 모르게 환해진 얼굴이 유리창에 얼비친다. 캄캄한 절망 속에서 주저앉은 날 일으켜 주던 친구의 따스한 손길도 그려진다. 그래 인간은 어쩌면 추억의 꽃무덤을 저마다 간직하고 삶에 지쳐 울적한 날이나 기쁜 날이나 그 추억의 힘으로 견디는 지도 모른다. 현재의 내 자리 내 모습이 어떠하든 가슴마다 소중한 꽃무덤이 있음을 들여다보며 감사하자. 고난의 인생만 살아와서 그런 꽃무덤은 없다고 우기진 말자. 필름들을 찾아 돌려보다 보면 어느 길모퉁이에 그 꽃무덤 하나 존재함을 볼 터이니. 어느 외진 골목길 오래된 가로등처럼 깜박이며 그대 위해 빌어주는 하얀 손이 있을 터이니.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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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균 시인 /

경기도 용인 출생

2003년 《시경》 등단

<시와색>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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