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인기에 편의점업계가 고급화·다양화를 통한 도시락 신제품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도시락 인기에 편의점업계가 고급화·다양화를 통한 도시락 신제품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방송작가 김세희(32세)씨는 그동안 주부들의 가사노동이 가족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는 숭고한 역할자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런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라고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주장한다. 즉, 그녀는 밀레니얼세대로서 지금까지의 주부들의 가사 노동은 비효율적이라는 가치관을 내놓는다.

“생각해보세요. 가사 노동시간을 줄여서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고 나를 위한 시간으로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데 왜 옛날 방식만 고집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동안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가족들의 세끼 밥상 준비하느라 주방에서만 갇혀 살았잖아요. 그리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돌아보니 나는 뭔가라는 회의감에 빠져 자식들까지도 힘들게 하잖아요.

계산해보세요. 보통 밥 한 끼 준비하는데 1시간 넘게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 시간을 일주일, 한 달, 1년으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시간이잖아요. 이렇게 사는 건 정말 인생 낭비죠, 얼마나 할 일이 많은 세상인데, 그리고 아직도 밥은 꼭 주부가 해야만 가족건강에 좋다고 생각을 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거죠. 요즘 간편식들이 경제면이나 영양면에서 가성비가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굳이 식생활에 주부노동을 원하지 않는다 이거죠. 그럴 시간이면 자신을 위해서 활용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반조리 식품으로 최대한 가사노동시간을 줄여 내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뿐만이 아니고 우리 회사 내도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다들 저와 같은 생각인 거죠. 간편하게 먹고 남는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하자 이런 거죠.”

이처럼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식문화 가치관을 주장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사회적 중심을 이루면서 시중의 간편식들이 시장을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 도시락 인기는 날로 높아져 시장 규모가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4일 모 언론사에 의하면 한솥도시락, 본도시락, 오봉도시락 등 프랜차이즈 도시락 ‘빅3’의 올해 매출 전망치는 약 5000억원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참고로 한솥도시락은 1993년 서울종로 1호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시락시장을 확대해왔다.

이에 편의점업계도 도시락 고급화·다양화를 통한 신제품들을 내놓으며 도시락 경쟁에서의 치열한 선두 다툼을 보이고 있다. 4일 편의점 3사는 각종 협업 제품을 통한 신상품 도시락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중 GS25는 프레시푸드 전 상품에 2019년 햅쌀을 적용해 가장 기본이 되는 밥맛의 품질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GS25는 이달 6일부터 도시락, 김밥, 주먹밥 등 쌀이 들어가는 60여 종의 모든 프레시푸드 상품에 2019년산 햅쌀을 사용한 도시락 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GS25에 따르면 신상품 도시락에 사용하는 쌀은 연간 2.5만t 이상의 규모이며 업계 유일의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시설 농협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특별히 올해부터는 전남을 대표하는 고품질의 신품종 쌀 '새청무'가 주력으로 사용된다. 

미니스톱도 대학생 서포터즈가 제안한 쭈꾸미 불고기 도시락’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쭈꾸미 불고기 도시락은 ‘미니스톱 서포터즈 4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니스토리팀 4명이 제안한 상품으로 도시락 시장에서의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을 예고했다.

미니스톱은 이번 상품에 앞서 고기와  야채와 감칠맛이 특징인 데미글라스 소스를 함께 볶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시락 구성으로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5월 ‘카카오프렌즈 피크닉 도시락’에 이어 7월 ‘라이언치즈제육 도시락’ 다음의 3번째 협업 도시락을 내놓았다. CU도 갈치·꽁치·오징어 등을 한 상에 담은 ‘바다향가득 도시락’출시를 선보였다.

CU는 고등어구이 도시락을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갈치·꽁치·오징어 등의 다양한 바다원재료를 활용한 상품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CU는 외식사업가 백종원을 전면에 내세운 도시락 라인업으로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GS25와 세븐일레븐의 도시락도 상품 다양화로 올 8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5.7% 뛴 매출을 나타냈다.

이처럼 간편식들이 먹거리 시장경쟁에서의 인기를 누리며 소비층을 확대할 수 있게 된 데는 앞서 설명했듯 가성비와 효율을 중시하고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점심을 주로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고 있다는  직장인 A씨는 “식당에서의 점심을 먹는 시간을 줄여 30분 운동할 수 있어 먹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시간 절약뿐 아니라 도시락 영양도 크게 뒤지지 않고 위생도 비교적 나쁜 것 같지 않고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특히 햇살 좋은 가을날 야외 벤치에 앉아 여자친구와 도시락 먹는 재미는 색다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도시락 가격이 식당과 비교해 조금도 저렴하지 않아 그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10개의 트렌드를 제시하면서 어릴 때부터 물질적 안정과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받고 자라 여전히 베이비붐 세대 부모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며 소비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밀레니얼 인구는 세계인구의 4분의 1수준인 18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편의점도시락, 가정간편식(HMR) 등의 먹거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딩크족과 비혼주의가 늘면서 간편식 시장은 물론 의·식·주 라이프 트렌드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문화전문가들은 기성세대들 역시 기존의 식생활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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