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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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중국의 한류열풍은 다시 시작될 것인가. 최근 유커(遊客)들의 한국 방문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5일 중국의 한 홈쇼핑 채널에서는 한국 상품만을 소개하는 특별 방송으로 우리 일부 기업에 대해 유화적인 손짓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의 홈쇼핑 채널 둥팡쇼핑에서는 삼성전자의 TV, 냉장고 등 가전과 김, 유자차 등 식품, 화장품과 샴푸 등을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최영삼 상하이 총영사가 방송에 직접 나와 한국 상품을 홍보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우수한 한국 상품을 소개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둥팡쇼핑의 한국 상품 특별 방송은 이날 개막한 제2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를 계기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거나 이 같은 반응에 국내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가 완화되지 않았나 하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았다. 이어 주식시장에서의 대형 유통기업들의 주식이 일제히 급등하는 현상을 보였다.

그동안 중국 당국이 '사드 보복' 일환으로 관광, 문화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던 것과 달리 이번 일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 주식시장의 급등은 최근 없던 전례를 남겼다. 7일 증시 시장에 따르면 롯데쇼핑(4.6%), 이마트(7.3%), 신세계(6.8%), 롯데하이마트(9.1%), 현대백화점(3.8%) 주가가 급등했다.

중국의 변화에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갈등을 겪는 중국이 최대한 많은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한때 불편했던 나라들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각 업계는 그 어떤 숨은 뜻을 헤아리기에 앞서 중국의 특수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중국의 변화에 어느 때보다 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1~9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444만108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27% 늘었다. 하지만 사드 보복 직전인 2016년(1~9월·633만4312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의 적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중국이 한국 여행 상품과 관련해 4불(不)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불이란 '인터넷 광고, 크루즈 이용, 전세기 이용, 롯데면세점 등 롯데 관련 코스 포함' 금지 조건으로 중국이 여행객들이 인터넷, 모바일로 여행 상품을 찾는 것을 막아놓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이런 관행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지만 이때마다 중국 정부는 업계 결정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고. 어쨌거나 그간의 여행업계의 악화상황에 이번 중국의 변화는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로  여행업계는 해석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큰 타격을 받은 문화콘텐츠 산업 역시도 이번 중국의 변화에 조심스런 기대감을 보였다. 특히 방송계의 가수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로 인해 시작된  2016년 한한령에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열지 못했던 가수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는 입장이었다.

그동안 아이돌 그룹인 'BTS' 조차도 최근 끝난 세계 순회공연에서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과 홍콩에서만 한 차례씩 공연을 했을 뿐이었다. 중국이 직접 투자로 설립한 연예기획사인 '위에화 엔터테인먼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국인 멤버만 중국 활동이 가능하고 그 외 가수들은 중국 활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중국 현지 법인을 만들고 중국인으로만 구성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6년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방영해 한류를 일으켰던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도 2017년 이후 한국 영화, 드라마가 단 한 편도 올리지 못했다.

아이치 사이트의 태양의 후예 조회 수는 20억회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였다. 한국 영화계의 역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중국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기생충'은 중국 한 지역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상영 전날 갑자기 취소됐다.

뮤지컬계도 한국 원작(原作)을 중국의 현지화하고 중국 배우를 캐스팅하는 등 중국 무대의 입맛에 맞춰 공연물을 올리는 정도로 중국시장을 확대하지는 못했다. 이중 창작 뮤지컬 '빨래'가 2017년 처음으로 중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펼친 데 이어 작년에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무대에 올라 그나마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에 나름 대처를 했을 뿐이었다. 

이 같은 중국과의 악화상황에서 지난달 14일 중국 내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이어 중국의 홈쇼핑 채널에서의 한국상품 특별전으로 한국 기업에 우호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시안 공장을 찾아 "중국의 시장 개방은 확대될 것이며,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많은 사업기회를 내포하고 있다"며 "삼성을 포함한 전 세계의 첨단 기술 회사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방문한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해외 생산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으로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시안 공장을 찾아 반도체 사업을 점검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일각에서는 리 총리의 이번 시안 방문이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길 원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7일 문화업계의 한 관련자는 "그동안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급속히 악화됐던 양국 간이 화해의 무드로 경제·문화 분야에서의 긍정적인 협력이 확대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을 육성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의 심한 견제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리 총리의 이번 삼성공장 방문은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니딜'과 휴전을 끌어내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 첨단산업에 대한 필요성을 빠르게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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