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칼럼니스트
전대열 칼럼니스트

[중앙뉴스 기고=전대열 칼럼니스트]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탈퇴하며 핵을 만들기 시작한지도 20년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1950년대부터 핵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핵에 대한 연구는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고 보인다.

북한이 핵을 규제하는 국제기구에 가입하여 평화를 가장했던 것은 비밀을 유지하려는 수단이었을 뿐 단 한 차례도 진정으로 핵을 멀리하려는 것이 아니었음은 IAEA에서 탈퇴하면서 구체화되었다. 북한이 핵에서 빠져나와야 된다는 국제적인 압력은 이른바 6자회담을 통해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쇼 회담으로 노출되었으나 이 회담의 최고 당사자인 북한은 시간 끌기로 서두를 필요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두둔하며 시간을 벌어줬고 미국과 일본은 한국과 동조하였지만 3대3의 조율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나포레온을 축출했던 유럽 각국들이 파리에 모여앉아 아무런 합의도 하지 못하고 매일처럼 회의만 했다가 “회의는 춤춘다.”는 유명한 외교일화가 전해오지만 북핵을 둘러싼 6자회담은 이를 능가하는 꼴불견을 노출시켰을 뿐이다. 몇 년씩 끌어오던 6자회담은 북한이 마침내 핵실험에 성공하자 사실상 와해되고 말았다.

북한이 1차 핵실험에서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여섯 차례 실험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하핵실험 말고도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 실험은 일일이 숫자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특히 미국을 겨냥한 1만km이상 비행이 가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성공했으며 괌이나 오키나와 주둔 미군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은 근자에도 계속 중이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발사체는 ICBM과 SLBM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에 핵을 싣고 수중에서 발사하는 미사일로 잠수함이 언제 어디로 침투하는지 사전에 탐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수중발사 기술은 고도의 전략무기로 북핵 협상의 중심에 서있다.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세계가 엉거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소련이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서면서 공산주의 원조 연방이 해체되고 거대한 중국대륙이 등소평이 등장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경제적 자본주의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유일의 공산독재를 구사하는 북한은 가장 호전적인 국가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쳤다.

이에 대하여 미국의 트럼프가 등장하자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트럼프 특유의 독설과 폭언에 가까운 협박은 북한 김정은에게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줬다. 욕설과 폭언은 원래 북한정권의 전유물이다. 가장 독하고 듣기 싫은 얘기를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흔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도록 그들은 훈련되어 왔다. 트럼프가 아무리 큰 소리쳐도 실천에 옮길 수 없는 위협일 뿐임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트럼프를 약 올리고 그의 노여움을 살 수 있는 최고의 대욕(大辱)을 마련해놨다. 공갈협박으로는 미국이 북한을 이길 방법이 없다. ‘화염과 분노’는 트럼프빌딩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에나 통하는 얘기지 북한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공방 속에서 세계 주가는 요동치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전파를 탔으나 당사국인 한국은 물론 미국과 북한 역시 전쟁을 대비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문재인이 등장했고 때마침 평창올림픽이 열리게 되어 북한참가라는 빅카드가 성공했다. 문재인은 이를 계기로 일약 북미 중재자로서의 위치를 확립하여 평화의 사도처럼 비춰지며 상승 가도를 달렸다.

1차 싱가포르 트럼프 김정은 회담은 세계의 주목을 이끈 최대의 걸작품이다. 그러나 2차 하노이회담은 잔뜩 기대했던 김정은을 실망시켰다. 여기서 우리는 북핵을 사이에 놓고 벌이는 미국과 북한의 해법이 제각각임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은 유엔의 경제제재로 매우 좋지 않은 경제체제에 빠져 있지만 인민들이야 고통을 받던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독재 권력의 마수는 핵 폐기와 같은 평화체제 구축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이제는 한국이 중재자의 입장에 있다는 사실조차 전적으로 부인하며 남한과는 아예 자리를 같이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을 건너뛰며 미국과의 담판으로 일거에 끝마칠 태세지만 핵만은 절대고수의 입장이어서 미국과의 협상도 불가능하다.

그들은 트럼프가 재선에 임하고 있는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일부핵동결 정도로 타협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것과 한국이 눈앞에 닥친 총선에서 비핵화의 성과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노리고 가장 강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태도다. 그것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깨면서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는 것과 금강산에 있는 남한 재산을 모두 ‘싹 쓸어버린다.’는 전략으로 나온 것이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트럼프와 중재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재인이 극적인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지극히 주목된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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