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금융국장 ·· 은행 평가 기준 변화에 “압박에 따른 불완전판매 늘 것”
강형구 금융국장 ·· 은행 평가 기준 변화에 “압박에 따른 불완전판매 늘 것”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11.13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제1금융권 은행들이 일제히 내부 직원 평가 기준을 개편하는 것과 관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전날(12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니까 자유를 포장해서 노동 강도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노동 강도는 곧 일선 직원들의 금융상품 판매 압박을 의미하고 불완전판매로 직결된다는 것이 강 국장의 설명이다.

강형구 금융국장은 은행업계의 KPI 개편 흐름에 대해 일침을 놨다. (캡처사진=YTN)
강형구 금융국장은 은행업계의 KPI 개편 흐름에 대해 일침을 놨다. (캡처사진=YTN)

12일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 은행들이 지역 점포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고객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 핵심성과지표)를 개편하고 있다는 흐름이 이슈화됐다. KPI는 은행 직원들을 평가하는 항목과 배점 등으로 구성됐는데 KPI 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 수준과 승진이 결정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강 국장은 “요새 보면 은행 지점에 민원이 많아야 10명 안팎이다. (KPI가 개편되면) 지점이 자기 특성이나 잘 하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목표를 상향해서 조정한다. 그로 인해 직원들을 얼마나 독려(압박)하겠는가”라며 “고객 수익 위주로 평가한다고 하는데 고객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예금 이런 것은 많이 판다고 해서 수익이 안 난다”고 밝혔다.

결국 “고객의 수익성 제고를 시키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경우가 많고 그렇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상품 판매가 더 강화되고 그러면 불완전판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 상품을 많이 팔아야 수익이 많이 나니까”라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Mis selling)는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숙지시켜줘야 할 주요 사항들을 누락하거나 허위로 과장해서 오인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다. 2011년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사태, 2013년 동양증권의 계열사 기업어음 및 채권 파동이 대표적이다. 

강 국장은 “최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사태가 벌어졌는데 투자 상품을 권유하다 보면 더 수익이 악화될 염려도 있다”며 “단순 예적금 가지고는 수익이 안 난다. 저금리 시대에 많은 수익이 나봐야 얼마나 나겠는가. 그래서 지점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상당히 세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금융 소비자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을 초래한 DLF(derivative linked fund / 파생결합펀드) 사태는 해외금리연계형으로 복잡하게 설계됐기 때문에 손익 계산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판매를 부추겨 피해를 키웠다. KPI 개편의 흐름은 DLF 사태로 인해 고객들의 수익 관리를 좀 더 잘 관리하라는 취지로 형성된 측면이 있지만 강 국장이 보기에 자율을 포장한 지점 압박 강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영은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5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DLF 사태로 본 설계 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문제 토론회>에 참석해 “성과 압박을 받은 PB 등 영업사원들은 당장 투자 손실을 낳을 사건이 없는 한 고위험 상품을 불완전 판매할 유인이 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고객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 대한 성과지표에 일정한 제약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같은 자리에서 정우현 금융감독원 부국장 역시 “수익 상품을 팔기 위해선 발행사와 운용사, 판매사간 각각 책임을 져야하는데 DLF는 은행이 판매를 주도하면서 이런 상황 자체가 없었다. 은행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구분없이 공모 기준 법규를 준수해 판매 중인데 이러다보니 소비자는 공모인지 사모인지 알기 어려웠고 고객이 안게 된 손실 위험은 금융사 관심사항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DLF 피해자들이 10월31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전액 피해 배상과 은행장 사퇴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DLF 피해자들이 10월31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전액 피해 배상과 은행장 사퇴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 국장은 KPI 개편을 하더라도 폭넓은 내부 공감대와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국장은 “(지점들이)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그걸 (KPI 개편으로) 측정하려면 조합원들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합의없이 (본사가) 일률적으로 지난해 대비 성장 이렇게 해봤자 (지점들이) 자기 특성이나 자기 장점 위주로 (자율적으로 목표를 세워서) 하더라도 지속가능성 보다는 직원들에게 (성과가) 할당될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얼마나 힘들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보기엔 자율적으로 해주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하려면 노사 합의가 먼저 일어나야 하고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시행 가능한 목표여야 한다. 그게 공정하게 평가돼야 한다”며 “너무 잘 하려고 하는 지점장이 자기 승진과 인사고과에 (KPI 평가 결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더 공격적으로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일선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내부 통제 하에서 근무하는 분들이라 도저히 실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고 그럴수록 압박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 국장의 우려섞인 관측을 하나은행의 KPI 개편 사례에 적용해보면 이런 거다. 하나은행은 자율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KPI에 셀프디자인 평가와 자율목표 설정제를 도입했고 본사가 그어놓은 범위 내에서 지점이 직접 평가 항목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게 ‘셀프디자인’ 방식이고 평가 항목을 골랐다면 거기서 연간 목표치를 스스로 세우도록 한 것이 ‘자율목표 설정제’다. 

그러나 강 국장은 이런 제도가 노사 합의나 내부 공감대 없이 추진되면 본사가 지점장의 과욕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 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DLF 사태 이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종합 대책을 브리핑 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