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용 계약 내년 8월까지…20년 만에 청산 가능성
계약 해지하면 삼성카드 지분 19.9%도 매각에 나설 가능성 커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제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내년부터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삼성'이라는 명칭이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이 옛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삼성과 르노의 합작관계도 20년 만에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내년 8월까지로 예정된 르노삼성의 브랜드 이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차 2대 주주인 삼성카드도 르노 그룹과 합작 관계를 맺으며 보유해온 지분 19.9%를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에 삼성차를 매각하면서 10년 단위로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 브랜드 사용권을 가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르노삼성의 국내 매출액의 0.8%를 사용료로 받아왔다.

르노삼성차는 흑자가 발생한 해에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매출액의 0.8%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삼성카드에 지불해왔다. 액수는 400억원 안팎이다.

일각에서는 판매 및 수출 부진에 빠진 르노 그룹이 '탈(脫)삼성' 전략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아낄 수 있어서다.

르노삼성차가 최근 국내 생산 차종을 줄이는 대신 르노의 수입차 라인업을 확대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르노삼성차는 2013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M3에 이어 2017년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지난해 소형 해치백 클리오, 올해는 마스터 밴 및 버스 등 르노 모델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QM3와 달리 트위지와 클리오, 마스터 밴 등이 르노의 다이아몬드 모양 '로장쥬' 엠블럼을 장착한 채로 출시되면서 업계에서는 르노 그룹이 '삼성 선 긋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내년에 당장 해지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결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장 계약을 10년 주기가 아닌 단기로 일단 전환한 후 상황에 따라 브랜드 이용계약을 종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브랜드 사용계약 종료를 대비해 르노삼성차가 르노 수입 모델 판매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르노삼성차 측은 확정된 게 아니고, 이용 계약과 관련해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브랜드 이용 계약을 놓고 삼성과 르노 모두 엇갈린 의견들이 있고, 연장 계약이 반드시 10년 주기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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