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증권사가 잘 나가는 금융상품의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구매 고객에 상품 변경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는 최근 “최고의 금융상품”이라고 홍보하던 ‘퇴직연금 랩 어카운트(통칭 랩)’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 소식은 10일 기사화됐고 다음날(11일) 이 과정에서 모 지점의 영업 직원이 사실상 자세한 설명없이 랩 가입 고객에게 상품 변경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랩은 증권사가 개인과 1대 1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을 대신 운용해주는 상품으로 미래에셋이 지난 2009년 처음 도입했다. 랩은 리밸런싱(rebalancing / 운용하는 자산의 편입비중을 재조정)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상품으로 미래에셋만 유일하게 판매하고 있다.

미래에셋 일부 영업 직원은 랩 고객에게 TDF(Target Date Fund)로 갈아타라고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겟삼아 생애주기별로 펀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펀드다.

해당 직원은 △왜 TDF로 전환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수익률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교체하지 않으면 정기 예금 금리만 받을 것이라는 등 사실상 반강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의 랩에 대해 경영 유의조치를 내린 바 있다. 사실상 투자일임을 별로 하지도 않고 수수료만 챙기고 있다는 것이고 수수료 부과 기준도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 본사는 당연히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1월 랩이 1조원을 돌파해 한시적으로 판매 중단 △담당 팀(조직투자전략부문 고객자산운용본부 랩 솔루션팀) 해체없이 지속 △정기예금·펀드·원금보장 DLB(Derivative Linked Bond / 기타파생결합사채) 등 대안 상품에 주력을 하고 있다면서 제기된 의혹에 반박했다.

그럼에도 해당 직원은 본사 차원의 가이던스(본사가 추정하는 실적 전망치)가 내려왔다고 맞섰다. 또한 본사 랩 담당 팀이 해체되고 팀원들도 다른 지점으로 발령받아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 본사(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미래에셋 본사의 간판)
미래에셋 본사(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미래에셋 본사의 간판)

본사와 개인 직원 간의 입장차가 확연히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주로 12일 기사화됐다. 그러다가 13일 오후 일제히 기사들이 사라졌다.

미래에셋 홍보팀 관계자는 13일 15시쯤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랩 솔루션 팀원들은) 다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도 왜 이렇게 기사가 나갔는지 의문”이라며 “단순히 펀드라는 게 규모가 커지면 운용이 힘들어진다. 랩 상품이 1조원이 넘다 보니 한시적으로 (신규 가입 고객을 받지 않는) 막아놓은 상태에서 기존의 팀은 열심히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갑자기 기사가 그렇게 나가서 당황스럽다”고 표현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우선 본사 가이던스는 한시적으로 신규 가입이 안 되다 보니 대안 상품으로 ELB(equity linked securities /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라든지 다른 상품을 권유를 드려라라는 차원으로 나갔었다. 그런데 TDF로 바꾸라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며 “그런 설명을 (확인 취재를 하는 기자들에게) 드렸음에도 기사가 나와서 곤란한 상황”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아울러 “최초 보도한 기자가 취재원으로 하는 그분이 실제 그렇게 했는지도 본사 차원에서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다. 저희는 팩트에 기반해서 본사에서 어떻게 일을 진행했고 왜 중단했는지 설명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인지 본사인지 누구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것 자체가 지금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저희는 답답한 것이 누군지 모르는 직원이 그렇다고 하니까 우리는 그런 적이 없고 본사 차원에서 가이던스가 있기는 했다 그 정도만 말씀드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홍보팀 관계자는 “(랩 신규 판매 중단 결정은) 운용 자산의 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다. 아무래도 위험성이 덜하고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형 상품으로 권하는 가이던스가 있었지만 나중에 랩 한도 풀려서 다시 가입해서 그때 들어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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