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1금융권 은행들 대부분 5번째 등급...생보업계는 이례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국제 신용평가사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교보생명은 14일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로부터 각각 신용등급 A1과 A+를 받았다고 알렸다. 지난 2015년 국내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A1 등급으로 올라선 이후 5년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피치가 매긴 A+는 업계 최고 등급으로 2013년부터 7년간 유지하고 있다. 

A1과 A+는 무디스와 피치의 전체 등급(투자등급과 투기등급) 21단계 중 5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최고 등급 ‘신용도 매우 높음’과 4번째까지인 ‘신용도 높음’ 바로 아래 ‘신용도 양호’인 것이다. 국내 제1금융권 은행들이 대부분 5번째 등급에 해당되지만 생보업계에서는 이례적이다.
 
특히 피치가 지난 10월21일 생보업계 빅2인 한화생명에 보험금지급능력과 장기발행자등급 전망에 대해 ‘부정적(Negative)’으로 평가한 것에 반해 교보생명은 무디스로부터 ‘안정적(Stable)’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교보생명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6893억원과 영업이익 9341억원을 벌어들였고 작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교보생명의 순항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교보생명은 재계 30위권 대기업이지만 계열사 교보문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상장하지 못 하고 있다. 자산 규모만 보면 코스피 상장을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상장을 포기해서라도 교보문고를 놓을 수 없다는 뜻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등록한 분기 보고서를 통해 “차별화된 생애 설계 역량을 갖춘 전속 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개인 및 기업 고객에게 보험, 대출, 신탁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새로운 계약보다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먼저라는 철학에 바탕을 둔 평생든든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생든든서비스는 재무설계사가 고객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가입한 계약의 보장 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혹시 보장받을 수 있는 사고나 질병이 없었는지 확인해 보험금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이밖에도 교보생명은 △ALM 정책(Asset Liability Management/자산과 부채를 리스크의 관점에서 관리) △워킹맘·대중 부유층·직장·지역시장 등 시장별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 △재무설계사 장기양성체계 도입 △치매 등 새로운 영역의 종신·정기보험 상품 개발 △CI 보험 다변화(Critical illness/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위중함이 지속될 때 보험금 일부 미리 수령) △2022년 시행 예정인 IFRS17(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보험사에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으로 보험사가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 시장 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보험금 지급)에 적극 대응 등 여러 강점을 소개했다.

2018년 10월17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선친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에 이어 2대째 문화훈장을 받았다. (사진=교보생명)

무엇보다 교보생명은 독립운동가 故 신용호 회장(1917년~2003년)이 1958년 창립한 교육 보험이 모태가 됐을 만큼 계열사 전체에 윤리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연봉 △복지 △사내 문화 등 모든 것이 최상의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고 오뚜기와 함께 대표적인 착한 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신창재 회장 일가는 아버지 신용호 회장의 타계 이후 183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전액 납부해 사회의 귀감이 됐다. 이는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이 2018년 타계한 아버지 故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물려받은 뒤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한 상속세 9215억원 다음으로 큰 액수다. 

현재 신창재 회장의 부인과 두 아들은 모두 교보그룹 관련 지분을 전혀 안 갖고 있고 경영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신창재 회장은 2018년 5월11일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ICSB(세계중소기업협회) 포럼에 한국 기업인으로는 최초로 기조 연설자로 초청받았다. 

그 자리에서 신창재 회장은 “사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감성적인 접근으로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만 사원들의 자발성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며 “인본주의적 이해관계자 경영이란 모든 이해관계자를 비즈니스의 도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모두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리더가 직원을 만족시키고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키면 만족한 고객이 저절로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게 된다. 회사가 모든 이해관계자를 균형있게 고려할 때 기업의 이익은 더욱 커지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 지속가능 경영을 펼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궁극적으로 신 회장은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자는 특정 그룹의 이익을 위해 다른 그룹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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