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혜택보는 사람만 혜택 보는 복지 정책 문제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현금 지원 복지사업이 정부와 지자체간 겹치는 것이 많아 중복 수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가기관 간 소통없이 무분별하게 중복 편성되면 결국 제도의 혜택은 소수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도 현금 지원성 예산 중 중복되는 사업의 규모가 23조원에 육박했다. 부처 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심지어 같은 부처 내에서까지 거의 판박이인 현금 지원사업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사기업에서 정년퇴직한 60대 남성은 본인이 신청해서 선정되면 △재능나눔활동 지원사업(보건복지부)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고용노동부) 등 비슷한 취지의 현금 지원을 두 번 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표방한 만큼 복지 재원으로 국민에게 직접 현금 지원을 해주고 그 비중을 늘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2020년 4월15일 총선까지 5개월 남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표를 얻기 위해 너무 급하게 편성한 티가 역력하고 그만큼 중복 사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역대 최대로 편성된 2020년 국가 예산. (자료=기획재정부)

2020년 국가 예산은 513조 5000억원이다. 이중 현금 지원사업은 올해보다 10.6% 증가한 54조 3017억원 규모다. 40% 이상이 중복으로 편성됐다. 이를테면 기초연금(13조1765억원), 영유아 보육료 지원(3조4056억원), 아동수당(2조2833억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대상자 변경(1조1991억원), 저임금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1조1629억원), 내일채움공제(7800억원) 등이 그런 예산으로 분류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은 사례들이 있다.

①소득 하위 70% 65세 이상 노인에 매월 30만원까지 ‘기초연금’ 지급(보건복지부)≒각종 ‘실버수당’ 10만원 내외 지급(전국 지자체) 
②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에게 현금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고용노동부)≒‘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중소벤처기업부) 
③기업이 노인을 채용해 3개월 이상 고용 유지시 월 45만원까지 임금을 지원해주는 ‘시니어 인턴십’(보건복지부)≒월 80만원까지 지원하는 ‘신중년적합직무 고용지원금’(고용노동부)

④소득 하위에 속하는 청년 직장인이 3년간 매달 10만원 안팎의 적금을 부으면 400% 이상 불려서 돌려주는 ‘청년저축계좌’+‘청년희망키움통장’+‘희망키움통장Ⅰ’+‘희망키움통장Ⅱ’+‘내일키움통장’(보건복지부)≒‘내일채움공제’(고용노동부)≒‘희망두배청년통장’(서울시)≒‘일하는청년통장’(경기도)≒‘청년날개통장’(부산시)≒‘청년희망디딤돌통장’(전라남도)≒‘청년희망플러스통장’(전남 영광군)≒‘청년통장’(경기 양평군)

⑤만 7세 미만 아동에 매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보건복지부)≒생후 12개월 아기에게 매월 10만원 지급하는 ‘아기수당’(충청남도)≒‘양육기본수당’(강원도)≒‘양육비사업’(인천 강화군)

⑥청년에게 매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고용노동부)≒구직 청년에 국한해서 월 5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수당’(서울시)≒‘청년구직지원금’(경기도) / 단 경기도나 성남시가 만 24세 청년이면 분기별 25만원씩 차별없이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청년 기본소득’ 정책과 구직자에 한정해 주는 여타 수당 사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름

많은 국가기관 주체들이 비슷한 현금성 복지사업을 쏟아내면 그만큼 이미 타냈던 사람들에게 혜택이 몰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자격 미달자가 숙련된 수법으로 부정 수급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지사는 복지 혜택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월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부에서 어떤 제도를 만들면 이게 우연히 아는 사람은 이용하고 모르는 사람은 이용 못 하고 그래서 눈치 빠르고 정보가 많은 그런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제도는 옳지 않다”며 “어떤 제도를 만들면 그걸 열심히 홍보해서 모든 사람이 혜택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경기도가 조례로 통과시킨 ‘생애최초국민연금’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례로 강행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질의를 했고 이에 대한 이 지사의 답변 차원이었다.
 
이 지사는 “모르는 사람 생업에 바쁜 사람 이런 사람은 (제도 신청을) 못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제도가 눈치 빠른 사람만 이용하고 그렇지 못 한 대다수의 사람은 이용하지 못 하는 문제가 있다”며 “어떤 제도를 만들 때 국민 모두가 이걸 이용한다는 전제에서 만들어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연금공단 직원들은 이걸(생애최초국민연금) 알기 때문에 하는데 다른 사람은 이걸 모른다. 그래서 이걸 공약으로 해서 추진하고 있는데 좀 그런 문제들을 (중앙 정치권이) 구조적으로 해결했으면 싶다”고 역설했다.

결국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의 복지 모델인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선거를 앞두고 무분별하게 중복 편성되는 현금 지원사업을 경계해야 한다. 이 지사가 주장했듯이 여러 기관이 협의없이 비슷한 복지 사업을 중복 편성하면 실제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들은 소외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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