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마을 발암 피해
KT&G에 법적 책임 물어야
환경부 소극적
관련 입법과 제도적 개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환경부가 장점마을(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에 대해 인근 비료공장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내린 이후 후속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조사는 비료공장과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며 “비특이성 질환은 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 가능한 질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장점마을 사후 대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부는 지난 14일 비료공장이 ‘연초박’이라는 담배 찌꺼기로 비료를 생산하면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고 그것이 집단 암 발병을 초래했다고 발표했다.

암 환자가 집단 발병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과 인근 마을 주민들이 4일 오전 익산시청에서 신속한 원인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17.4.4.
장점마을 주민들은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의원은 후속 대책으로 △주민 건강 모니터링 △제도 개선 △가해 기업 처벌 등을 제시했고 “제2의 장점마을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그간 정부는 환경오염과 주민 피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비특이성 질환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왔다”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의원은 “이제 장점마을의 선례가 만들어진 만큼 정부는 전국 각지에서 장점마을과 유사하게 오염 시설로 인해 비특이성 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들을 구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비특이성 질환에 대한 첫 역학 관계 인정을 이끌어 낸 것처럼 앞으로도 환경오염 피해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의원은 △폐기물관리법 △환경보건법 개정 등 입법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도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굴뚝에서 엄청난 양의 담배 연기를 마을 주민들이 필터도 없이 생으로 들이킨 셈”이라며 “여기서 검출된 1급 발암물질이 바로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 7월 장점마을 위쪽 산기슭에는 ‘(유)금강농산’이 들어왔다. 금강농산은 피자마박, 연초박, 폐사료 등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하루 138.4톤의 혼합 유기물 비료를 생산해왔다. 그후로 마을에서는 △물고기가 저수지 떼죽음을 당하거나 △악취가 풍기거나 △암 발병 및 사망(99명 사는 마을에 33명이 암에 걸렸고 17명이 사망) 등 극심한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주민들은 2016년부터 비상대책회의를 꾸렸고 2017년 환경보건법상의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신청했다. 그 결과 환경부가 토양, 지하수, 공기 중에 오염물이 쌓인 먼지가 있었고 그 오염물에는 PAHs가 들어 있었다고 인정하게 됐다. 

장점마을과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했던 금강농산의 비료 공장. (캡처사진=YTN) 

이 의원은 “지역별 사례로 보자면 전북 남원의 내기마을에서는 인근 아스콘공장으로 인한 암 발병이, 경기도 안산의 연현마을에서도 주변 아스콘공장으로 인한 암 발병이, 경기도 김포 거물대리에서는 주변 공장들로 인해 호흡기 질환과 심뇌혈관 질환이 나타났다”며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례들에 대해 환경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전 전북도당위원장)은 15일 방송된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출연해 “유기물 같은 경우는 오염물질이 반감기가 한 6주 정도로 짧다. 자꾸 사라진다. 그러니까 (금강농산이 문을 닫고) 8개월 뒤부터 (환경부가) 조사를 했으니까 거기에서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 다만 환경오염이 있었고 주민의 건강 피해가 있었고 그리고 다른 어떤 특별한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는 상식적으로 보면 환경오염 때문에 주민에게 건강 피해가 생긴 것이 상식”이라며 “그런데 환경부에서는 계속 과학, 과학, 과학을 얘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를 지적한 것인데 권 사무총장은 “이미 공장 문을 닫은지 8개월 뒤인데 벌써 오염물질도 많이 반감돼서 잘 남아있지 않은데 그래도 나왔다. 8개월 지나서도 나왔으면 그때 공장이 돌아갈 당시에는 얼마나 고농도였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권 사무총장은 “KT&G(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이 금강농산에 담뱃잎 찌꺼기를 판 것”이라며 “대신에 퇴비로만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팔았는데 퇴비로 만든 결과를 저희가 발견을 못 했다. 결국 비료만 나왔다. 연초박으로 비료를 만들려면 가열 건조를 해야 된다. 다시 말해 가열 건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물질이 공장 내외 마을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이 필터없는 담배를 24시간 10년 넘게 피운 것이고 그래서 일하다가 밭에서 쓰러지고 병원 가기도 하고 주민들이 많은 민원을 넣었지만 결국 그동안 무대책으로 있다가 이렇게 큰 재앙 같은 피해가 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방송에 전화로 출연한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처음 허가는 전라북도에서 내줬다. 2009년까지 전라북도에서 관리를 했다. 2009년 이후에는 익산시에서 관리했다”며 “연초박이 그렇게 유해하다는 사실을 주민들한테 현장에서 알리고 배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주민들이 이런 고통 속에 빠지고 죽고 또 피부암이나 이런 것 때문에 고통을 받고 기타 질병으로 또 이렇게 주민들이 칼로 살을 도려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병을 앓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당국이 정말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고 분개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재차 하소연했다.

최 위원장은 “이 작은 마을의 고통을 정부가 정말 직접 나서서 좀 진솔하게 처리해줬으면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저희가 소송해야 하는데 지금 저희는 피해 구제가 아닌 소송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캡처사진=YTN)
권태홍 사무총장은 정의당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던 시기에 장점마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캡처사진=YTN)

권 사무총장은 후속 대책과 관련 “피해구제법이 있다”며 “주민들이 신청하면 개별적으로 피해 상황을 환경부가 조사해서 피해구제를 하는 그러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막상 구제하는 내용이 너무 약하다. 실제 그동안 들어간 돈 내지는 약간의 위로금 정도여서 사실 제대로 된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짚어냈다.

이어 “장점마을 말고도 그 옆에 여러 인근 마을들이 있는데 조사가 안 돼 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인근 마을의 주민들 상황을 조사하고 뭔가 대책을 세워야 된다”며 “연초박이 금강농산을 통해 여기 장점마을 공장에만 온 게 아니다. 빨리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상황 파악을 해서 다른 데서도 희생이 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권 사무총장은 “퇴비도 거름을 만들고 쌓아두면 뜨끈뜨끈해지고 열이 난다. 전문가들 의견에 따르면 연초박을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열을 가하지 않아도 열이 난다”며 “법 개정을 해서 현재 재활용 대상으로 되어 있는데 재활용 금지 품목을 만들어야 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 A씨는 18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4건의 법안을 국회 의안과 법제실에 검토 의뢰를 해놓았고 곧 입법해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건의 법안은 △환경보건법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비료관리법 △환경오염 피해구제법 등이다. 

대표적으로 환경보건법의 경우 기업이 역학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삽입했고, 피해 주민들이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신청하고 환경부가 이를 수용하면 관할 지역 지방 환경청에서 의무적으로 현장 관리를 하도록 규정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과 비료관리법은 담배 제조의 부산물 자체를 비료의 원료에서 아예 배제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A씨는 “KT&G가 금강농산에 폐기물을 처리해달라고 보냈는데 금강농산은 시설을 아예 중단시키고 운용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지 자체가 지금 경매에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주민들이 소송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과 같이 연계를 해서 나중에 가해 기업에게도 책임을 묻고 법적으로도 비료관리법이나 미비했던 부분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특히 A씨는 “저희가 법이 준비되어 발의되면 몇 번 더 메시지를 준비해서 전달할 것”이라며 “권 사무총장과도 계속 상의하고 있다. 사후 조치가 중요한데 계속 챙겨서 준비해가겠다.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도 지역적으로 민원을 많이 받고 있다. 이 부분은 계속 의원실과 공유하고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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