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호의 스트라이크] 분양가 상한제 ‘핀셋 지정’의 함정. 무슨 핀셋이 저래?
[우정호의 스트라이크] 분양가 상한제 ‘핀셋 지정’의 함정. 무슨 핀셋이 저래?
  • 우정호 기자
  • 승인 2019.11.1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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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정우, @xxjwpx)
(사진=박정우, @xxjwpx)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서울시 집값이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각종 언론 매체에서도, 부동산 시장에서도, 직장가의 술집에서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오고 있다.
 
이 가운데 집값을 잡기 위한 타개책으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서울시 위주로 ‘핀셋 지정’한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했다.

‘핀셋 적용’이란 말 그대로 집값 오름세가 뚜렷한 지역을 핀셋으로 집듯, 시 단위나 구 단위가 아닌 특정 지역의 동 단위까지 노골적으로 집어내겠다는 뜻이다. 이는 곧, ‘이 지역 집값은 기필코 떨어트리겠다’는 국토부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국토부가 집값 떨어트리기의 표적으로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던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를 중심으로 27개 동이 핀셋 지정됐다. 이 중 눈에 띄는 곳이 하나 있다. 성수1가. ‘성수동’이 아니라 ‘성수1가’다. 

왜 성수동이 아니고 성수1가일까. 압구정동, 청담동 같은 전통의 강남 부촌도 동단위로 묶였는데 성수1가는 건물들을 금으로 지은 것도 아닌데 건방지게 서울시에서 혼자만 ‘핀셋 지정의 핀셋 지정’까지 당했나. 

우선 성수1가에는 TV 틀기만 하면 연예인들이 ‘일어나자마자 탁 트인 한강이 보인다’느니 ‘연예인 친구들이 전부 한 건물에 산다’느니 자랑 섞인 얘기를 늘어놓는 ‘서울숲 트리마제’가 있다.

여기에 한남동의 ‘한남 더힐’과 함께 새로운 부촌의 상징이 된 ‘한화 갤러리아 포레’도 있고, 이미 갤러리아 포레보다 더 높은 층수를 자랑하며 건축 중인 새 주상복합 ‘대림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도 보인다. 모두 2019년 기준 일반 노동자 평균 임금 가지고는 죽을 때까지 일해도 가져볼 수 없을 비싼 아파트들이 위치했다.

게다가 성수1가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타다’를 비롯, 다양한 젊은 기업들이 본거지를 이전해오고 있고, 지식산업센터들이 다수 모여 산업단지를 구축 중이다.

최근에는 밀러니얼 세대들에게 불리며 성수역과 더불어 ‘힙플레이스’로 불리며 뚝섬역, 서울숲역 주변으로 젊은 세대들이 몰리고 있다. 뚝섬역을 지날 때마다 ‘대체 저렇게 까지 기다려서 커피 한 잔 마셔야 할까’하고 생각이 드는 카페 ‘블루보틀’도 뚝섬역에 위치해 있다.

호재들이 계속되다 보니 당연히 집값도 뛰고 있다. 성수1가의 모 아파트는 2016년 8월 기준 5억 수준에 거래됐으나 지난 해 말에 이미 매매가 10억을 넘어섰다. 2년 만에 2배가 뛰었다.  이토록 잘 나가는 성수1가인데, 가만히 있으면 그 동네에 부동산 하나 가졌다고 벼락부자 되는 꼴을 국토부가 두고 볼 리 없다.

고심 끝에 국토부가 성수동에서도 분할해 핀셋지정으로 노골적으로 성수1가를 지정했건만 진짜 문제는 성수1가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아파트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성수1가 중심에 있는 서울숲 역을 기준으로 트리마제나 갤러리아포레 같은 신축고급아파트들이야 당연히 재건축 대상이 아니고 이미 건축 중이며 2021년완공 예정인 대림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뚝섬역을 중심으로 북쪽에 위치한 대부분의 아파트들도 재건축 조건인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아니고 요건이 된다고 한들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를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아파트는 재건축이 확정된 서울숲 역 근처 A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중인 B아파트, 그리고 강변에 위치한 C아파트 정도밖엔 없다.

서울시의 다른 ‘동’으로 핀셋 지정된 아파트들이 대부분 대규모 단지와 많은 세대 수들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성수1가 핀셋지정된 단지들은 2, 3개동짜리 소규모 단지에 세대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성수1가 소재의 어느 부동산 관계자는 "성수동 전체도 아니고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도 별로 없는 성수동1가만 핀셋지정된 건 의아하다“며 "이 동네를 한번 둘러보기라도 했으면 알 수 있을 텐데 정부의 탁상공론 정책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성수1가 주민들 역시 형평성의 문제를 거론하며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성수1가는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묶여 성수2동 성수2·3·4가와 동시에 개발이 진행 중임에도 지구 내에서 유일하게 상한제에 포함됐다. 성수2동에 위치한 성수 3~4지구의 평당가는 1~2지구와 크게 차이가 없는데도 1지구에 해당하는 성수1가만 핀셋지정된 건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분양가 상한제 발표 후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국토부는 "이번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 등 시장 불안 우려가 있는 경우 신속히 추가 지정할 예정"이라며 언급을 하긴 해놓은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취지는 집값 안정이다. 좋다. 집값 안정이 되기만 한다면야 집 없는 사람들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2030세대도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어르신들 말씀처럼 집도 사볼 수 있고 가만히 앉아서 부동산으로 돈 버는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해결되겠지. 서울대 생들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캠퍼스 내에서 집회를 여는데 누군들 거기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나.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핀셋 지정으로 인한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봐야 할까. 취지는 좋으나 효과는 못 미치는 부동산 정책. 만들어 보고나서 옷 찢어지면 덧대는 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좋은 질감과 좋은 핏으로 디자인해서 잘 만들어보면 덧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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