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버리고 공천 파동
서로 희생만 요구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정계 은퇴 선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제민주화를 내던지고 가진 자를 비호하는 당으로는 미래가 없다면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1972년생인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하지만 부산 금정구에서 3선을 한 중진 의원이다. 

김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섭리를 거스르고 이대로 계속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함께 물러나고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제안했다.

김세연 의원은 본인의 불출마는 물론 당 해체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한국당 내부 사정은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서로 험지 출마를 종용하는 등 자기 희생없는 책임 공방만 난무한다.

김 의원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는다. 발언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예외이고 남 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며 “국민들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계신다. 모두 내 탓이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1년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택했던 경제민주화 노선이 새누리당으로 넘어오면서 헛구호가 된 점을 개탄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당선됐지만 집권 내내 소위 초이노믹스(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Choi노믹스)의 친재벌 반노동 정책으로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부동산 정책 역시 집없는 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기 보다는 빚내서 집사라는 구호가 상징하듯 토목건설 경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김 의원은 “2011년 말 한나라당이 급속도로 어려워지면서 비대위가 출범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전면에 걸고 새누리당으로 거듭 났다. 골육상쟁이 다시 한 번 펼쳐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나름 괜찮은 중도보수 정당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며 “(자신이) 재선되고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간사를 맡았고 이후에 대표까지 맡게 됐다”고 묘사했다.

이어 “2012년 18대 대선 새누리당 공약의 핵심은 경제민주화였고 그것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이는 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며 “나는 기업인 출신이지만 재벌들에 의해 일그러진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를 정상화시키는 일에 앞장섰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있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집권 후 그 약속들은 하나 둘씩 지워졌고 급기야 바른 말하는 당내 동지들에 대한 숙청이 시작됐다.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동료들에 의하여 난도질을 당하고 물리고 뜯겼다”고 나열했다.

김 의원은 그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 한 점을 후회하며 “회의 막바지에 소극적인 반론을 펴는데 그쳤다. 비겁했다. 그때 과감하게 맞서지 못 했다. 18대 국회 한나라당 의총에서, 19대 국회 새누리당 의총에서, 청와대 지시 받고 떼지어 발언대로 몰려나오는 그 행렬을 용기 있게 막아서지 못 했다”고 고백했다.

김 의원은 경제민주화를 내던지고 가진 자를 비호하는 이미지의 한국당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확신했다.

이를테면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는다. 그렇다.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지금 계시는 분들 중에 인품에서나 실력에서나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이 계신다. 나라를 위해서 공직에서 더 봉사하셔야 할 분들이 분명히 계신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다. 우리가 버티고 있을수록 이 나라는 더욱 위태롭게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한국당의 현실을 놓고 △당 주최의 광화문 집회는 5만명 모이지만 시민단체 주최 집회는 10~20배 시민들 참여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 넘어선 적 없음 △비호감도 역대급 1위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한 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라며 “감수성이 없다. 공감 능력이 없다. 그러니 소통 능력도 없다.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 걸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세상 바뀐 걸 모르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 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섭리”라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 계속 통합도 지지부진하고 쇄신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총선을 맞이하게 된다면 정말 나라가 지금도 위태로운데 훨씬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 우려돼 충정어린 마음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지금 있는 사람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야 할 그런 새로운 정당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우리가 해야할 일은 지금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하고 다음 세대에 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뜻을 같이 하는 의원이나 당원 동지분들 계시면 함께 논의해서 이런 방향으로 힘을 모으도록 하겠다”며 “오늘 말씀드린 취지는 이후에 일어날 수도 있는 보수 통합에 대한 그림을 염두에 두고 그걸 전제로 해서 말씀드린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당 구성원들이 해야할 일은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내 여론이 일면 당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현실적으로 한국당 해체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의원은 현재 한국당의 싱크탱크 ‘여의도 연구원’의 연구원장을 맡고 있는데 그 대목에 대해서는 “내가 연구원장으로서 하고 있는 역할은 현재 한국당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새로 만들어질 정당의 핵심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며 “오늘 기자회견과 별개로 여의도 연구원 활동은 계속적으로 수행할 생각이다. 물론 당이 공식 해체되면 부설 기관이기 때문에 함께 의사결정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김 의원은 “지도부에서 용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지도부의 결단이 설수 있도록 만약 내 제안을 시작으로 해서 당내 여론이 일어나게 된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페이스북에 긴 글을 올리고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는 물론 정치 은퇴를 선언해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임 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나면서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내년 총선 서울 종로구를 놓고 현역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공천 경쟁을 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이날 아무도 예측 못 한 정계 은퇴 선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임 전 실장이 글을 올린 정오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은 상당히 중요한 자원인데 어떻게 보면 당으로선 손실일 수 있다. 근본적인 고민을 통해 개인적인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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