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수호파 대 진보성찰파
김기식과 조국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애정
조국 사태 이후 한국 사회가 얻은 교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난 7월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개각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지금까지도 이른바 조국 사태의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8월~10월까지 무려 두 달 넘게 대한민국은 조국 사태로 시끄러웠고 일본 이슈도 집어삼킬 정도였다. 

노동운동가 한석호씨는 지난 15일 저녁 충남 천안시 충청사회문화연구소에서 열린 <조국 사태 상위 10% 보수-진보의 불평등 동맹 폭로> 토론회의 발제자로 참석해 “빠들이 결국 조국 일가를 망가뜨렸다는 얘기를 해야 되고 그들이 그런 성찰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조국 일가는 언론과 검찰이 망친 게 아니라 빠가 망쳤다”며 재차 강조했다.  

한석호씨는 조국 사태에서 진보가 조국수호파와 진보성찰파로 나뉘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씨는 조국 사태 이후 진보진영 내부에서 ‘조국수호파’ 대 ‘진보성찰파’로 분열이 일어났다고 관측했고 “진보성찰파들은 페북(페이스북) 생활 이래 최대의 페친(페이스북 친구) 물갈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A씨는 “서초동 갔다고 한 사진 있으면 다 페절했다. 10년간 페친이었던 분들도 페절했다”고 호응했고 B씨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그냥 놔두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한씨도 “그들의 논리를 계속 공격하기 위해서 놔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한씨는 조국 사태 기간 내내 “진보가 피흘리지 않는 내전 상태였고 이 내전이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걸 묻어서는 안 되고 치열하고 더 심해져서 더 큰 내상을 입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래야 한국 사회를 바꿔낼 수 있다. 진보 내 다수는 침묵했다. 이들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보는 왜 분열했을까. 

한씨는 “조국 사태가 진보를 혼란에 빠트린 원인은 조국이라는 사람의 특징 때문”이라며 “조국이 검찰 개혁의 상징화되어 버렸음과 동시에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하나는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고 하나는 자신이 칼을 맞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씨는 작년 4월 사퇴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례와 조 전 장관을 비교했다.

이를테면 “김기식을 청와대가 바로 사퇴를 시킨 것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보내주는 해외 출장 때문인데. 이것에 비하면 조국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였다. 사모펀드, 웅동학원, 자녀 문제 등. 더 심각한데 왜 김기식은 부랴부랴 자르고 조국은 끝까지 움켜쥐었는가. 나는 검찰 개혁 프레임을 현상이라고 보고 본질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 그게 작용했다. 언론과 검찰이 너무 조국을 공격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갔다”는 것이다.

한씨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조국수호파의 무조건적인 감싸기가 결국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정경심 교수(동양대)와 조국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비애가 있다. 조국수호파들이 조국 일가는 잘못이 없다는 프레임으로 가져갔다. 조국 일가에게 잘못이 있지만 검찰 개혁의 무기로 쓰고 패스트트랙(발의된 법안이 지정되면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보장)이 통과되고 검찰 개혁이 완료되면 우리 조국을 내보내주자. 감옥 갈 일 있으면 감옥 가게 하자는 이런 프레임을 조국수호파가 짰으면 정경심은 당당하게 내가 했다고 할 수 있었다”며 “근데 조국 일가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렇게 돼 버리니까 정경심이 끝까지 부인할 수밖에 없다”고 정리했다.

이어 “그러니까 확대될 수밖에 없다. 아내와 자식 등으로. 그래서 나는 한편으로는 (조 전 장관 일가가) 서초동 촛불이 만든 희생양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안 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다.

조국수호파의 주문이 있었고 그래서 정 교수는 무조건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검찰은 수사 대상을 넓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한씨의 판단이다.

한씨는 “70여곳 압수수색은 뭐냐면 처음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경심 교수가 이거 다 내가 했다. 내 책임이라고 했으면 거기서 딱 멈추는 것이다. 근데 내가 안 했다고 하면 계속 관계자들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검찰 입장에서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보통 이렇게 (권력층 주변에 수사가) 들어가면 위를 엮으려고 하는데 내가 다 했다고 하면 거기서 딱 멈춘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은 조 전 장관은 향후 어떻게 될까.

한씨는 “조국은 구속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혐의가 있어도 불구속 재판을 받을 것이다. 부부를 함께 구속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구속은 안 시킬 것이라고 보는데 법정 구속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국 사태 속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다른 ‘조국 사랑’이 있다.

한씨는 “8년 전 문 대통령이 어느 자리에서 내가 대통령 되면 법무부장관을 시킬 것이라고 한 적도 있지만 실제로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은 아주 건조한 일 중독자다. 청와대 다수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수석과 비서관들과 장관들과 일로서만 건조하게 대화하는 사람인데 유일하게 자기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한 사람이 조국이었다. 다른 비서관들과 수석들이 샘이 날 정도로 조국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PK(부산경남) 출신 진보, 노무현, 문재인, 조국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문재인의 뒤를 잇는 민정수석이었고. 두 달 전부터 그런 낌새가 느껴지긴 했다. 조국이 부산에 총선 출마로 가다가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조국을 다음 대선 후보로 정한 것 같다는 그런 얘기가 문빠들 일각에서 들려왔다”고 밝혔다.

한씨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 강기정 정무수석,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정청이 전부 조 전 장관 임명을 반대했다.

하지만 한씨는 문 대통령이 “바깥(9월9일 조 전 장관 임명 직전 태국·미얀마·라오스 출장 일정)에 나가서 전자 결재를 할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그걸 미뤘다. 미루고 고심하는 과정이 좀 있었다”며 “그때 조국을 임명 안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당정청의 의견도 만류였고 대통령도 임명 안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마지막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면담 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그때 화가 나서 임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검찰 개혁이 큰 명분이었지만 조 전 장관으로 인해 검찰 개혁이 더 어려워졌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씨는 “모든 권력과 부와 명예는 옆으로 서로 나눠 갖고 아래로 흘러야 한다. 검찰 권력도 옆으로 나누고 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려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하고 검경수사권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패스트트랙에 올라갔다. 조국은 패스트트랙의 걸림돌이었다. 바른미래당은 조국이 있는 한 우리는 동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어필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소수 정예의 충청사회문화연구소 멤버들이 토론회가 끝나고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럼에도 한씨는 조국 사태로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먼저 “진보와 보수의 상위 10% 불평등 동맹을 확인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진보의 민낯을 확인했고 진보의 재구성 필요성과 문제의식을 던져준 것”이고 세 번째는 “진영논리와 빠 현상의 지긋지긋함을 국민들이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첫 번째와 관련해서 “상위 10% 안에 든 진보와 보수가 불평등 동맹을 맺고 있다는 이걸 확인한 것이 조국 사태가 한국 사회에 안겨준 큰 선물”이라며 “나도 조국처럼 사는데 어떻게 조국을 비판하겠느냐. 그렇게 상위 10% 진보가 조국을 비판하지 못 하고 침묵하거나 옹호하게 됐다. 교수 사회 거의 80~90%가 진보건 보수건 인턴 서로 교환하고 논문 저자로 넣어주고 그런 것들이 다 불평등 동맹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한씨는 조국 일가의 불평등 및 불공정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상위 10% 진보가 그동안 왜 실질적인 사회 개혁에 소극적이었는지를 알게 됐다. 한씨는 상위 10%의 보수와 진보가 서로 적대적으로 공존하면서 불평등 동맹을 맺고 있었고 사회 개혁을 방해했다고 봤다. 즉 진보를 표방하는 상위 10%는 사회 개혁에 동의하더라도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자기가 쥐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명하다. 사회 개혁이 제대로 진행되면 상류층으로서 누리는 자기 이익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씨는 “긍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노력과 실천을 전제로 이게 한국 사회에 되게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서 “보수가 조국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할 때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광화문에 모여서 공정과 평등을 얘기했다. 나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국의 보수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유럽식 보수로 재편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겠다. (웃으면서) 매우 긍정적으로 봤다”며 “원래 학력 사재기는 보수의 자유경쟁 논리에 위배된다. 그것이 보수적 가치다. 그걸 보수가 얘기한 것이다. 정통 보수로서의 길을 갈 수 있다. 그러니까 보수가 이제 (마찬가지로 자녀 스펙 문제로 위법성 논란이 많은) 나경원(한국당 원내대표) 편을 쉽게 못 들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번 조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진보가 도덕적 비위를 넘어서 이제 위법조차도 감싸게 됐고 보수는 역으로 위법 소지를 비판함과 동시에 도덕적으로 바뀌는 이런 기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바뀌고 있고 이제는 보수와 진보가 없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페절을 1000명이나 했다. 보수고 진보고 성 안에 들어간 10%는 그냥 가진 자들이다. 성 안은 풍족한데 그 바깥은 너무나도 황무지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6일 열린 대구경북지역위원회 강연에서 “조국 사태는 우리가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한씨는 17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에 걸릴 게 많은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다. 하위 90% 대다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얘기다. 나 또한 집시법으로는 구속되어도 학력 사재기와 사모펀드 등으로는 검찰 수사 받을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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