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지만 너무 혼잡해
주제도 패널들도 다양해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들 부각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패널 300명과 사전 각본없이 자유롭게 대화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20시 MBC에서 117분간 생방송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주권자와 만났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300명의 국민은 5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전에 선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배철수씨의 진행으로 2시간 가량 국민들과 대화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은 사회를 맡은 방송인 배철수씨와 함께 가운데에 앉았고 국민들이 원형으로 둘러 앉았다. 주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한반도 평화, 소상공인 권익,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과 내집 마련, 다문화 가정, 페미니즘 등 다양했다. 정해진 각본이 없기 때문에 신선할 수도 있지만 산만하거나 조율되지 않은 질문들의 중구난방이 아쉬웠다는 평가도 있었다. 

배씨는 음악 DJ 답게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를 선곡해서 흘러나오게 했고 문 대통령은 “비틀스가 사랑에 관한 노래를 많이 했는데 반전과 평화 등의 메시지로도 읽혔다”며 “사랑의 토대는 이해이고 이해하려면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오늘 그런 뜻을 담은 자리라는 의미도 느꼈다”고 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사회자와의 사담은 사석에서 나눠라”라고 논평을 냈다.

문 대통령과 배씨는 1953년생 동갑인데 처음 만나서 건강을 주제로 7분 가량 사담을 한 것이 너무 길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은 1만6034장의 질문지를 전달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 패널 중 첫 질문자는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들 김민식 군을 하늘로 떠나보낸 어머니 박초희씨였고 이후 문 대통령은 17명의 패널이 던진 질문과 온라인 질문 3개를 더해 총 20개 질문에 답변했다. 

박씨는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이뤄주기를 부탁드린다”며 민식이법의 국회 통과 등 제도적 변화에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언론인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민식이 엄마는 이런 식으로 대중 앞에 세워선 안 됐다”며 “대통령과 별개로 민식이 엄마가 주장할 때 찾아가서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 하기도 했다.

이날 질문자 구성은 정말 다채로웠다. 다문화 교육 교사, 다문화 가족,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 소상공인, 중증장애인, 워킹맘, 탈북자, 일용직 노동자, 여성 중학생, 남자 대학원생 등이다. 

언론 시민활동가 B씨는 이를 두고 자신의 SNS에 “모든 말들은 두서가 없고 진행은 난잡했다”면서도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지워졌던 존재들(사회적 약자)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비록 제대로 준비되지 않고 언술도 없고 편집도 없어서 도무지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는 그 장면들이 몹시 불편한 분들도 있겠지만 그 시간에는 마찬가지로 편집되지 않은 진심만 있었고 이것만으로 마이크를 내줄 가치는 충분했다”고 밝혔다.

실제 스스로 82학번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배씨를 마주한 목격담을 언급하며 알맹이 없는 긴 이야기를 5분 가까기 쏟아냈고, 문 대통령과 동갑인 한 남성은 민주화 운동을 했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자신의 투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간결하지 않고 너무 길거나 내용이 산으로 갈 경우 주변에서 수군수군 대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이는 그대로 전파를 탔다. 

방송이 끝난 뒤에 문 대통령은 국민들과 셀카를 찍고 악수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300명을 초대했지만 모두 질문을 하지 못 한 사람만 283명이다. 당연히 프로그램이 끝날 때가 되자 서로 질문하기 위해 경쟁하기 마련이다. 그게 좀 과했고 여러 육성들이 지나치게 겹치는 현상이 발생했다. 

프로그램은 정해진 방송 시간을 넘겨 21시57분에 끝났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으로 “임기가 절반 지났을 수도 있고 절반 남았을 수도 있다. 나는 임기가 절반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말을 마친 문 대통령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방금 인사한 분 가운데 독도 헬기 사고로 아직 찾지 못 한 실종자 가족도 계셨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소방대원 한 분은 헝가리 다뉴브강 사고 때 수색 작업에 종사했는데 이번에 안타깝게 희생자가 되셨다”며 위로했다.

또 다른 진행자였던 MBC 소속 허일후 아나운서와 박연경 아나운서는 미리 받은 1만6034장의 질문지 뭉치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꼭 다 읽어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방송이 끝난 뒤에 문 대통령은 패널들과 악수하고 셀카를 찍는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이는 MBC 유튜브를 통해 그대로 공개됐다.

한편, 청와대는 수많은 질문지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피드백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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