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 상대로 승리 거둔 유일한 프로 기사
바둑계 문제점 꼬집으며 꾸준히 목소리 내온 ‘투사’

이세돌 9단 (사진=연합뉴스)
이세돌 9단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인간’이자 한국 바둑의 간판으로 활동했던 이세돌(36) 9단이 프로 기사에서 전격 은퇴했다.

바둑계에 따르면 이세돌 9단은 19일 서울 한국기원을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입단한 이후 24년 4개월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바둑 팬들은 압도적인 수읽기를 통한 흔들기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통해 상대방을 혼란시키고 지배해버리는 이 9단 특유의 대국을 더 이상 대회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인공지능 ‘알파고’ 상대로 승리 거둔 유일한 프로 기사

19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태어난 이세돌 9단은 2003년 입신(入神·9단의 별칭)에 등극했다.

현역 생활 동안 18차례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1위 조훈현 9단(160회), 2위 이창호 9단(140회)에 이어 국내 기사 중 세 번째로 많은 우승 기록을 가졌다.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해 1승 4패로 패했다.

그는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류 유일의 프로기사다. 4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의 허점을 제대로 짚은 백 78수는 '신의 한 수'로 기억되고 있다.

2000년 12월 천원전과 배달왕기전에서 연속 우승하며 타이틀 사냥을 시작한 이세돌 9단은 3단 시절인 2002년 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반집으로 꺾고 우승하면서 세계대회 최저단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2000년 76승으로 한국기원 최다승을 거두며 최우수기사상(MVP)을 획득하는 등 통산 8차례의 MVP를 거머쥐었다. 이밖에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에 오르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도 자랑한다. 

바둑계 문제점 꼬집으며 꾸준히 목소리 내온 ‘투사’

한편 이세돌 9단은 보수적인 바둑계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투사였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5월 "프로기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에 동조할 수 없다"며 친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기사회에서 탈퇴했다.

이세돌 9단 형제는 프로기사회가 탈퇴 회원이 한국기원 주최·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회원의 대국 수입에서 3∼15%를 일률적으로 공제해 적립금을 모으는 정관 조항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1999년에는 '대국료도 없이 별도로 연간 10판씩 소화해야 하는 승단대회는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승단대회 보이콧을 벌였다.

그가 '3단'으로서 천원전과 후지쓰배에서 우승한 이유였다. 2000년에는 3단에 머문 상태로 32연승을 달리면서 당해 최다승·최다연승을 기록했다.

이에 한국기원은 백기를 들고 일반기전을 승단대회로 대체하고 주요대회 우승시 승단을 시켜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2009년에는 한국바둑리그에는 불참하고 중국리그에 참여하려고 했다가 기사회와 마찰을 빚어 '휴직계'를 내고 잠적했다.

한편 한국기원은 올해 7월 '기사회 소속 기사만이 한국기원 주최·주관·협력·후원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관을 의결하면서 이세돌 9단의 대회 참가 기회를 사실상 박탈했다.

지난 3월 커제 9단과 '3·1운동 100주년 기념 블러드랜드배 특별대국'을 마친 뒤 "아마 올해가 마지막인 것 같다. 장기간 휴직이나 완전 은퇴 둘 중 하나를 생각하고 있다"며 은퇴 가능성을 언급한 이 9단은 올해 후반기 활동 없이 조용히 프로기사 자격을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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