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KT 맞춤형 민원 해결인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정의당만 반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경제활성화 중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작년 9월 인터넷은행법(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통과되었고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었다. ①인터넷은행법은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 IT 업종의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터주는 법이다. 하지만 KT는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다.  

국내 첫 인터넷 전문 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넉 달을 맞았다.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총여신 잔액은 지난 14일 현재 6천3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 모습
서울 시내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회 정무위원회는 21일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③특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길이 열렸다.

국회는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라는 끝장토론 단계만 넘어서면 본회의까지 가는 데에 수월하다. 맨날 싸우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무슨 내용이길래 특례법 개정에 합의해줬을까.

기존 특례법 5조 3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의) 초과 보유 요건 등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2항에 따른 별표의 요건을 심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즉 ②은행법 16조의2 1항에 따라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의 지분 4%를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지만 ①의 예외 적용을 받아 4%를 넘어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위의 승인 조건은 Ⓐ최근 5년간 금융산업법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안 되고 인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으면 안 되고 Ⓑ공정거래법·조세법·특정경제범죄가중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고 Ⓒ독점규제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기업집단에 속하더라도 초과보유 승인이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지 않아야 한다. 

법안소위가 이번에 통과시킨 ③은 Ⓑ의 공정거래법 부문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KT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유로 금융위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국회가 KT의 민원을 발벗고 해결해준 셈이 됐다. 

KT는 지난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까지 취득하겠다며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바 있으나 공정위는 이미 KT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위가 승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KT에 대해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른 벌금형 여부와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심사를 중단했다.

③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면 금융위는 어떻게든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승인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초 카카오뱅크 보다 먼저 출범했고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인기와 확장력에 밀려 금융권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 했다. 따라서 금융위의 승인만 나면 케이뱅크는 바로 유상증자를 진행해서 은행 대출업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에 대항해 사업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면 경영상의 중대한 의결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케이뱅크의 주식을 발행해서 돈을 받고 팔 수 있다. 

KT는 유상증자를 통해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입장에서 갈수록 부각되는 경기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신산업을 진흥시킬 동기가 크고, 한국당은 원래 기업의 자유와 규제완화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여권이 인터넷은행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내세운 것들은 △서민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공급 활성화 △경쟁 확대로 양질의 금융서비스 제공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금리 대출 활성화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등이 있다. 

국회 전체 295석 중 6석을 보유한 정의당만 금산분리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①을 반대했었다. 

정무위 소속인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2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반대 입장이었고 처음에 은산분리 완화를 들고 나올 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 예측을 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안 됐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①이 통과되던 당시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통해 “저축은행 사태, 동양사태 등에서 보듯 행위 규제만으로 완벽히 대주주의 불법 행위를 막을 수도 없고 규제가 있더라도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불법을 저지르는 다수의 사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며 “그때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금융소비자였다. 사전적인 소유규제가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아울러 “재벌에게 은행의 주주총회 소집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현행 은행법 상의 지분 한도 4%, 재벌이 은행에 어떤 입김도 행사하지 못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은산분리 원칙. 박근혜 정부 시절에 민주당이 절실하게 지키려고 했던 그 원칙을 오늘 다시 지켜달라”고 호소했었다.

실제 2012년 중후반 당시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대선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함께 금산분리 원칙 강화를 천명했고 2013년 7월 은행법 개정(산업자본의 지분 보유율을 9%에서 4%로 축소)을 이끌어냈다. 5년 후 달라진 것은 큰 은행이 아닌 인터넷은행이라는 환경 조건 딱 하나였지만 집권 세력이 된 이상 경제 활성화의 유인이 너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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