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南 향해 원색 비난

 

부산에서 김정을 위원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던 청와대의 기대가 결국 물거품이 됐다.
부산에서 김정을 위원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던 청와대의 기대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부산에서 김정을 위원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던 청와대의 기대가 결국 물거품이 됐다.

최근 북한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에 열리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25~26일)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초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초청을 거절했다.

반신반의 하던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번영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함께하지 못함을 아쉽다고 토로했다.

북한당국의 공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내용의 보내왔고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이 못 오면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최근 우리정부를 향해 독설을 쏟았던 것과는 다르게 정중한 표현을 써 가며, 우리 측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덧붙여서 통신은 남측이 경호와 의전 등 최상의 영접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며,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와 여건을 만들려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이해하지만 김 위원장이 초청에는 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 다시말해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부산에 가야 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 김정은, 내가 와 부산을 가갔는가..."부산 갈 이유 없수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고 오히려 회담 자체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하고 우리 측의 대미 의존정책과 반북 정서를 비난했다.

더욱이 남북관계와 별 상관없는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남북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정서상 맞지 않고 일이 잘되려면 때와 장소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고 꼬집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25~26일)에 초청하겠다는 친서를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이기도 한 북한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이 "지금 시점에 형식적인 北,南 수뇌 상봉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며 문 대통령의 초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21일을 기준으로 볼때 행사를 나흘 앞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초청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부산 초청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잘 몰랐으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이 초청을 거부했다는 뉴스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통신을 좀더 구체적인 초청 내용도 공개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김정은이 오지 못할 경우 특사라도 보내달라'는 취지의 '간절한 청(請)'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북한에 보낸 친서의 물밑 대화 내용까지 공개한 것,

청와대의 생각은 김정은의 부산 방문을 성사시켜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열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런 청와대의 기대에 초청을 거부 함으로서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이 노골적인 '대남 무시 기조'가 이번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란 기사를 1면에 게재하고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김정은)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면서도 "국무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통신이 밝힌 내용들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론 우리정부의 초청을 '정중하게 거절' 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의 '저자세 외교'에 대해 훈계조로 면박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통신은 "죄스러운 마음으로 삼고초려를 해도 모자랄 판국"이라며 문 대통령의 초청을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넣어 보자는 불순한 기도"라고 까지 했다. 이어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 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라고도 했다.

통신은 더 이상 미국의 눈치 를 보지 말라고도 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남북 경협에 외부의 눈치를 보는 우리정부를 향해 원망과 비난을 쏟은 것으로 판단된다.

통신은 또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남한은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그런 남측과 마주 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는가 라고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문 대통령의 초청에 이렇게 실날하게 비판하며 초청을 거부했는데도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 모친 별세와 관련해서 11월 5일 답신을 보낸 것이라고만 밝혀다". 다만 말미에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평화 번영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南 향해 원색 비난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이 김정은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버렸다. 부산에서 25~26일 개최하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방에서 개최하는 국제 외교 무대를 통해 식을대로 식어버린 남북 관계를 되돌리겠다는 당신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꿈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의 실낱 같은 희망마저 사라지게 된 것,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했다가 무산되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김 위원장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애가 탓을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에서 밝혔 듯이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문 대통령이 그렇게 공을 들여왔던 남북 관계가 후퇴를 해도 너무 하는 듯 하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신 평화계획은 그야말로 꿈의 계획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내용들을 보면 뭐주고 뺨맞는 꼴이 되어 버렸다. 통신은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는 사설을 통해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 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욱이 북남 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에 그만큼 미국에 기대다가 낭패를 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 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다"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에게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충고도 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라는 것이다.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이 먼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언제 개일지도 모르며 "이런 중차대한 순간에도 통일부 장관이라는 자가 북남 관계를 들고 미국에 구걸행각에 나서는 것이 한심'하다며 남측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퍼 부었다.

앞선 지난해 "모처럼 찾아왔던 북남의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흔적도 없이 날려보내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이 종이 한 장의 초청으로 조성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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