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은 이뤄지고 있지만 건강 이상
응급실 치료
패스트트랙 철회 어려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목숨을 건 단식 투쟁에 돌입한지 8일 만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의식을 잃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황 대표는 27일 23시 즈음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설치된 농성 텐트에서 급격한 건강 이상이 감지됨에 따라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다. 텐트 안에 상주하던 의료진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황 대표를 발견하고 긴급 진단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호흡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들것에 실려 텐트 밖으로 옮겨졌고 근처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 태워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갔다.

황교안 대표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진=자유한국당 촬영 연합뉴스 제공)

한국당 공보실은 23시15분 황 대표의 위급한 상태를 단체 문자를 통해 기자들에게 알렸다. 현재 황 대표는 응급실에서 긴급 치료를 받고 있고 정확한 건강 상태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아침 갑작스럽게 단식에 돌입했지만 사전에 영양제를 맞는 등 나름의 준비를 했다. 단식을 하면서 내세운 요구조건은 패스트트랙(지정되면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보장)으로 지정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과 △선거법을 철회하고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 3가지였다.

지소미아는 파기되지 않고 조건부 연장되었지만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고수하면서 단식을 풀지 않고 결의를 보였다. 황 대표가 쓰러진 날 아침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을 본회의에 부의했다. 황 대표 입장에서 단식을 풀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황 대표가 입원 중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이 올해 4월 무리해서라도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것은 한국당의 결사 반대를 뚫고 두 법안을 통과시켜야 된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은 선거법에 소극적이지만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을 성과로 가져갈 동기가 있고, 소수 3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확히 1년 전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황 대표처럼 단식을 해서 선거법 개정 관련 5당 합의문을 관철시켜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황 대표의 요구조건을 민주당이나 3당이 수용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가 여당에 그런 주문을 내리기도 어려운 국면이다. 문 대통령 역시 선거제도 개혁과 공수처법을 공약했고 시대적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다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황 대표의 체제가 들어서기 전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때만 하더라도 당 차원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곧 원내대표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협상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한편, 이날 오후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황 대표의 농성장을 찾아 만났고 기자들에게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단식을 하느라 고생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찾아뵙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왔다”며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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