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착한 송년회를
술 없는 '착한송년회'를 희망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인 송년회 시즌이 다가왔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직장인들에게는 슬슬 모임이 많아질 때다. 하지만 정작 직장인들에게 연말연시의 송년 모임이 즐거울 수만은 없다. 오히려 많은 직장인들이 송년모임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밀레니얼세대를 주축으로 송년회문화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오래 된 우리의 송년회 문화가 여전히 성행하면서 “부어라 마셔라” 송년 음주문화의 아우라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장, 동문, 친지 등 다양한  송년모임에 지출되는 비용이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795명을 대상으로 ‘연말 비용지출에 대한 부담감’을 조사한 결과, 68.2%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부모님 및 친지의 용돈·선물'(51.6%), '비싼 겨울 의류비'(42%), '크리스마스 선물'(23.5%), '연말 여행 비용'(18.6%), '독감·건강검진 등 병원비'(1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당 예상하는 연말 지출 비용이 평균 63만원으로 집계됐다. '9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이라는 답도 16.5%나 됐다. 이어 '20만원 이상~30만원 미만'(14.5%), '40만원 이상~50만원 미만'(13.7%), '50만원 이상~60만원 미만'(13.4%), '30만원 이상~40만원 미만'(12.2%) 등의 순이었다.

결혼 여부에 따라 연말 지출비용도 다르게 나타났다.기혼은 평균 지출이 74만원으로 미혼56만원보다 18만원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혼은 양가 챙겨야할 기념일과 모임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처럼 연말모임에 부담스런 지출과 거한 술좌석이 불편하다보니 응답자 36. 4%는 ‘나홀로 집에서 조용하게 보내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외 여행하기(22.3%), 콘서트·뮤지컬 등 문화생활하기(22.3%), 호텔 패키지·고가의 레스토랑 등에서 럭셔리하게 보내기(17.5%), 국내 여행하기(16.9%) 등 다양하게 희망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7일 본지의 인터뷰에 응한 직장인 A(34세)씨는 “솔직히 매년 잦은 송년모임에 그 후유증이 컸다.”며“ 올 연말에는 어떤 모임도 참석하지 않고 대신 주말을 이용해 시골 부모님을 찾아뵙고 오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피하기 곤란한 회사의 송년모임도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들  간단하게 끝내기를 바라는 눈치라 아마도 송년모임을 점심으로 대신할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출판업의 K 씨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혼자보다는 가까운 지인들끼리 만남의 자리가 중요하다”며 “벌써 지난 주 고등학교 송년회를 마쳤다. 다들 올해부터는 특별하게 보내자는 의견에 20명 단체 영화 관람을 즐긴 후 영화관 근처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다들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영화 단체티켓을 할인 받고 저녁도 술 없이 간단하게 먹어서 모임비용이 많이 절약된 착한 송년회라 부담이 없었다. 아마 내년 모임도 이런 형식으로 갈 것 같다. 이에 비용을 절약해서 연말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들이 벌써부터 모아지고 있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제 술 없는 송년회 문화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한 OO회사 대표 B(58세)씨도 “그동안 우리 세대들은 송년모임을 술 먹는 자리로 인식해서 의례 부어라 마셔라 부끄러운 송년문화를 만들어냈는데 요즘 M세대들은 술 없이도 다양하게 즐기고 있어 솔직히 좋아 보인다” 며 “여기에 호응해서 이번 송년 모임은 회사 직원들과 미혼모 후원을 위한 시니어 패션쇼 관람으로 대신할 생각에 이미 단체티켓을 예약해두었다."라고 말했다.

즉. B 씨는 올 송년모임을 미혼모 후원기금 마련에 동참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착한송년회'를 준비했다는 답이었다.

이처럼 술 없는 송년모임을 즐기겠다는 단체와 사람들이 늘면서 연극, 영화, 뮤지컬 등 공연마당도  여기에 맞춰 풍성한 준비로 ‘착한 송년회’ 문화 안착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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