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은퇴자들의 무덤’...희망으로 시작해 절망으로 끝나는 시대의 아이콘

 

자영업자들이 대출 연체와 폐업을 반복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대출 연체와 폐업을 반복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자영업자들이 대출 연체와 폐업을 반복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공포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삶의 질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제대로된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중에도 가장 힘들어하는 분야가 외식분야다. 원재료와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 비중이 증가 헀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초 0%대를 유지하다가 9월부터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식업 등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저성장이 장기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막기위해 대출을 통해 겨우겨우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출 연체로 인한 새로운 창업 기회마저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 역시 상승하는 외식물가로 인해 디플레이션 체감도가 낮다는 반응이다.

자영업자들이 죽어간다는 표현이 극단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현실이 그렇다. <중앙뉴스>가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자영업자들의 현 주소를 들여다 봤다.

자영업자들이 대출 연체와 폐업을 반복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대출 연체와 폐업을 반복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 자영업,  ‘은퇴자들의 무덤’...희망으로 시작해 절망으로 끝나는 시대의 아이콘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현 주소는 그리 녹록치 않다. 소비자들의 체감도 역시 낮다는 것이 더 자영업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자영업자들은 일부를 제외하더라도 대다수가 ‘소비부진으로 인한 경영 악화 ⟶ 금융기관 대출 연체 ⟶ 폐업 ⟶ 재창업으로 인한 대출금 증가 ⟶ 폐업’ 이라는 길을 걷고있다. 특히 대출 연체와 폐업을 반복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후세대인 1956~1960년대 생들이 현역에서 은퇴를 하면서 많은 숫자가 인생 제2막을 준비하기 위한 창업의 길로 들어서고 있지만 막상 몆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자영업이 오히려 ‘은퇴자들의 무덤’이 된 경우가 많았다.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내수 경기가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자 소비자들이 웬만한 지출에는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가장 창업이 쉬운 업종인 음식점, 도소매업 등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엎친데 덮쳐 대형마트 등 유통시장은 연일 초저가 행사로 골목 상권마저 위협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모조리 강탈해 가고 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외식산업 역시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골목 음식점을 접수하면서 싸그리 폐허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저가공세에 밀려 소규모 먹거리 자영업자들은 버틸 수 있는 여력마저 상실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금 잔액은 1분기 말" 대비 7조7987억원(3.8%) 증가한 213조587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 해서는 약 12%가 늘었고,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대출금의 사용 목적이다. 자영업자들 대다수는 사업 확장을 위해 대출금을 시설투자에 사용하지 못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다 보니 장사를 해서 먹고 살아야 함에도 빚으로 먹고 또 빚으로 막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 되버렸다. 어느때 보다 이런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것에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대출 연체와 폐업을 반복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대출 연체와 폐업을 반복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 직원 내보내고 가족경영도 어려운 자영업자...벼랑끝 선택, 빚으로 버틴다

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윤 모씨는 최근 함께 일하던 직원 두명을 다 내 보내고 아내와 둘이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는 대형 외식업종들 때문이다. 최근에는 윤 씨 점포앞에 무힌리필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인근에 공장이나 회사는 없지만 아파트 단지가 제법 많은 편이어서 그럭저럭 생계를 이어갔으나 대기업 자본을 등에업고 골목상권을 도둑질 하려는 외식업종들이 생겨나면서 그나마 단골로 오던 고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져 버렸다. 결국 윤 씨는 궁여지책으로 임금을 줄이기 위해 유급 직원을 다 해고했다.

또 동대문에서 의류매장을 하는 박 모 씨는 “작년까진 근근이 버텨왔으나 올해는 경기 불황과 침체된 소비로 어느때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소비가 침체되면서 박 씨 매장 주변으로 하나둘 비는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근근히 이어지던 손님들도 점포들이 비고나니 발걸음이 뜸해 졌다고 했다.

박 씨는 내년에도 시급이 오른다는데 수입보다 인건비 걱정이 앞선다며 매장을 내놓고 싶어도 인수 하겠다는 사람도 없어 울며 겨자먹듯이 계속 해야하는데 앞이 막막하다고 했다.

박 씨는 관계기관이 현장 목소리를 한 번만 직접 나오셔서 들어봐 달라고 했다.

이처럼 내수 경기가 끝없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의류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 씨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이 보름여 만에 몆천명이 박 씨 글에 동의했다.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로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적정 숫자를 넘는 포화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자영업자가 생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올 들어 우리 경제 지표 곳곳에서 자영업의 위기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는 것은 이미 위에서 지적했고 자영업자의 실직 소득 역시 바닥을 모르게 내리막을 타고 있다.

취약계층 중에서 그나마 근로자는 정부 재정지출과 공적연금 강화 등으로 소득 감소세가 멈췄지만 상대적으로 이런 혜택에서도 소외된 자영업자는 제대로 된 출구 전략도 없이 눈덩이 처럼 커지는 금융권의 빚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 식당해서 큰돈 번다는 말은 다 옛말... 이자 내면 또 '빚더미'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 현황을 보면 자영업자가 몰린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 대출금 잔액은  220조257억원으로 작년 9월 말보다 12.1%(23조7294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산업 대출금 증가율(6.9%)과 견줘도 이 업종의 증가율이 유독 두드러졌다.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2017년 7.2%에서 지난해 9.5%, 올해 1~3분기엔 11.8%로 높아지고 있다.

도소매·음식·숙박업종에는 롯데쇼핑 등 유통 대기업도 있지만 이들 대기업은 주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채 시장을 자금조달 창구로 이용한다. 예금취급기관에서 차입금을 조달하는 곳 상당수는 자영업체다.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의 빚이 늘어난 것은 수익이 줄면서 부족한 운영자금을 차입금으로 충당한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전국 가구(가구원 2인 이상)의 사업소득은 월평균 87만9800원으로 작년 3분기와 비교해 4.9% 줄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내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10월 기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5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8.7%(14만3000명) 줄었다. 고려대 경제학과 강성진 교수는 자영업자의 많은 숫자가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직원을 내보내고 차입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최저임금이 16.4% 뛰어오른 2018년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출 증가율은 2018년 1분기 7.94%에서 2분기 9.31%로 상승해 같은 해 4분기에는 10.7%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11.4%, 2분기 12.0%, 3분기 12.1%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산업 대출금 증가율이 올 1분기 6.6%, 2분기 7.4%, 3분기 6.9%로 6~7%대를 오가는 것과 비교해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외식업자들 대다수는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것과 비례해 원재료 가격이나 임금, 임대료 등 고정비는 상대적으로 높이 버틸 여력이 없다고 했다. 현재는 소비는 줄고 임금, 임대료 등 다른 지출 비용은 증가하는 상황”이라는 것,

자영업의 경우  “보통 창업 후 3년이 지나야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이 정상적인 패턴이지만 오히려 대출금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많은 자영업자들이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어 과거 식당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지금에 와서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한편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상공인연합회 각 지회장들에게는 요즘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지회장은 “우리 소상공인들은 사업을 접든지, 차입금으로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들어가든지 양자 간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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