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이후 치열한 수싸움 “의심이 커졌다”
‘필리버스터’ 이후 치열한 수싸움 “의심이 커졌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12.02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식이법 등 민생 법안 처리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회의적
불신과 의심 깊어
예산안도 처리시한 넘길 듯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난 금요일(11월29일) 14시 자유한국당이 쏘아올린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정국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철회를 전제해야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99개 법안에 필리버스터 신청을 한 것을 두고) 조금 더 심각하게 저잣거리 표현을 동원할 수 있지만 점잖게 하자면 기습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 진행하기 위해 그랬다고 본다”며 “한국당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연동형 비례제에 동의하면 나머지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애시당초 이러한 문제에 타협 여지가 없다고 문을 닫는다면 협상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필리버스터 신청 취소는 당연하고 한국당이 공수처 신설과 연동형 비례제 도입 방향까지 인정한다면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불신이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12월2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소집해서 민식이법 등 어린이교통안전법, 유치원 3법, 원내대표 간 처리에 합의한 데이터 3법과 국회법의 민생 개혁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것과 함께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지정되면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보장) 법안들은 앞으로 1주일 간 마지막 끝장 협상을 통해 여야 간 합의점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가 전제되지 않은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고 그 속에서 순수 민생 법안과 경제 활력 법안을 비쟁점으로 처리하자고 하면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면서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제 내 마음 속 의심이 커졌다”고 반응했다.

아울러 “199개 안건 중에서 법안은 198건이었다. 그중에서 유치원 3법을 제외한 195건은 순수한 비쟁점 법안이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미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에 과연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 민생 법안을 처리하자는 정신이 지켜질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가 언급했듯이 한국당 입장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과 공수처 법 등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민생 법안들을 볼모로 삼아야 하고 △여러 법안들을 전부 필리버스터로 걸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철회 또는 필리버스터 보장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나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식이법은 애당초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다. 민식이법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는 제안을 못 받을 이유는 없다”면서 “민식이법은 원포인트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은 저희가 받을 수 없다. 저희 당 안은 따로 있다. 이 부분은 토론이 필요하다. 우리가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지정한 199개 안건을 제외하고 국회 본회의 소집 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4개 정도 있다. 데이터법도 필리버스터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민식이법을 포함해 이 4개 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민생 법안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다. 필요하다면 추가적으로 민생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필리버스터를 보장해 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피력했다.

필리버스터를 결단한 배경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지만 한 법안에 대해 한 시간을 토론할지, 하루를 할지, 열흘을 할지는 저희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다만 저희가 토론을 하는 도중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법안에 대한 토론도 종료되게 돼 있다. 저희가 만약 일부 법안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면 다른 법안을 우선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후 본회의를 닫아버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만 빼고 예산안 등 여당이 필요한 부분만 다음 본회의에 상정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희가 199개 안건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이다.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것은 특정 법안의 통과를 막는 게 아니라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정기 국회 이전에 상정함으로써 날치기를 방지하려는 게 주 목적”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나 원내대표는 협상의 여지에 대해 “협상의 문은 늘 열려있다”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의 칼 하나를 들고 협상을 빙자해 협박만 하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협상이 안 된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에 대해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21대를 위한 선거법, 검찰개혁, 미래 형사소송 개혁을 이야기 한다면 협상하겠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불법 패스트트랙을 유효한 걸로 전제해서 협박의 칼을 들고 하는 건 협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민식이법을 처리하자고 말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정직하지 않다. 한국당이 민식이법 처리하고자 했는데 민주당이 국회를 열지 않아서 처리가 안 됐다고 한다면 나는 한국당이 알리바이 조작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순서가 바뀌었다. 한국당은 199개 안건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먼저 신청했다. 그래놓고 여론에 몰리니 궁여지책으로 내민 것이 민식이법은 우선 처리하겠으니 나머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민식이법은 조건없이 처리하겠다고 이야기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을 패싱하고 4+1 공조(대안신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를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원내대표단 협상을 중심으로 해서 3+3 협상(교섭단체인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변화와혁신을위한 비상행동)을 우선해서 하고 기존에 공조 채널(4+1)을 함께 한 정당과 정치 그룹에 개별 접촉해서 의견을 확인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그 신의를 지켰다”며 “오늘과 내일 당 지도부 사이 의견을 조율하고 수렴하는 과정에서 방향이 결정되면 주저하지 않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신환 원내대표는 원포인트 본회의 개의와 패스트트랙 끝장 협상을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생 법안들도 있지만 2020년도 예산안 역시 처리돼야 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은 국회법에 따라 1일 자정을 기준으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국회는 법정 처리시한인 2일까지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하지만 여야 관계가 필리버스터 이후 극단적으로 얼어붙어 처리시한을 또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정부의 원안대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보고 여야 합의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원내대표가 합의해서 예결위를 연장을 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정부 원안이 올라간다. 지금 원내대표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질문하는 것 같은데 그런 사정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는 “나머지 법안과 함께 할지 예산안만 따로 할지 충분하게 논의하겠다”고 알렸다.

한편,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권한 보장과 동시에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 등 “친문 게이트”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불수용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