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한국당 비판 ·· 왜 “당리당략”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당 비판 ·· 왜 “당리당략”인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12.03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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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맹비판
한국당의 반박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밝혀
이종걸의 분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전략을 강하게 비판한 가운데 여야의 치열한 정치적 핑퐁 게임이 지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여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쟁점없는 법안들조차 정쟁과 연계시키는 정치 문화는 이제 제발 그만 두었으면 한다”고 한국당을 지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한국당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한국당을 직접 지목하지 않고 20대 국회 전반의 문제로 가져갔지만 누가 봐도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지적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적인 정치를 도태시켰다.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오히려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는 현실을 국민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대목이 그렇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것도 원통한데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라는 절규까지 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며 “아이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당연히 한국당은 반발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17시 자투리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집권여당 민주당이라는 말씀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나 아쉽고 서운하다. 민생을 내팽개치는 민주당에게 하셔야 할 말씀을 국민을 위해 싸우고 있는 야당에게 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들은 △유치원 3법 △청년기본법 △소재부품전문기업 육성법 △소상공인기본법 △포항지진 특별법 △자본시장법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인 삶의질 향상법 △전통시장 특별법 △방위산업 발전법 △지방자치분권법 등이다.

특히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1월29일 15시 국회 본청 2층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분명히 “문희상 국회의장에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킬 것”이라고 발언했다.

물론 여론과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자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와 무관하게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 우선 처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진=청와대)
나경원 원내대표는 199개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자유한국당)

그렇다면 한국당은 왜 11월29일 14시에 다짜고짜 199건의 법안에 대해 뭉텅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일까. 거기에는 한국당이 발의하고 추진했던 법안들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2일 아침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199개 법안에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국회의장이 안건 순서를 바꿔서 본인들(이 원하는) 법 처리를 하고 나서 국회 산회 처리를 하면서 필리버스터 권한을 안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신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는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에 한해서만 가능한데 한국당이 결사 반대하고 있는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 지정 법안(선거법+검찰개혁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29일 16시 페이스북을 통해 “본회의가 열리게 되면 필리버스터는 시작된다”며 “얼핏 보면 유치원 3법을 저지하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3법의 상정 자체를 저지하는 게 더 큰 목적”이라고 짚어냈다.

이 의원이 지적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목적은 ①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원천 봉쇄 ②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12월10일)에 유리 ③유치원 3법 저지 ④정국 주도권 및 언론의 주목 등 4가지다. 

(사진=청와대)
이종걸 의원은 한국당의 노림수를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변혁(바른미래당 변화와혁신을위한 비상행동)’ 소속 유승민 의원은 이미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10일까지 필리버스터 정국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특히 해당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국회법 106조2 8항에 따라 바로 다음에 소집될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그 안건들은 바로 표결에 부쳐진다.  

그래서 이 의원은 ①에 대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빠르면 12월 하순 늦어도 2월에는 국회가 열릴 수밖에 없고 그때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처리된다면 21대 총선은 개정된 선거법이 적용될 수 있다”며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방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상정 자체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회기 때 상정되면 그때 필리버스터로 처리를 막고 그 다음 국회에 가서야 처리된다고 해도 21대 총선은 개정 선거법 적용이 물건너 갈 가능성이 높다”며 “적어도 한국당은 정기국회에서 상정 자체를 봉쇄하게 되면 한 두 달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관측했다.

또한 ③과 관련 199개 법안들 중 거의 마지막으로 상정된 유치원 3법의 경우 뭉텅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처리 순서가 아주 뒤로 밀릴 수 있어서 최대한 실력행사가 가능하다. 유치원 3법은 한국당이 교육위원회 단계에서 결사 반대해서 학부모 부담금과 국비 지원을 이원화 회계로 처리하는 자체 법안을 냈을 정도다. 결국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공조로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본회의까지 직행하게 됐다.

이 의원은 ④에 대해 “2016년 필리버스터 때 당시 새누리당은 온 언론의 관심 속에 민주당의 192시간 단독 공연에 치를 떨었다. 선거 코앞에서 실책을 범했다고 자책했다”며 “한국당은 4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서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의원 개개인이 관심을 모으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이 의원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한국 의회 정치사에 또 한 번 큰 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들은 유치원 3법을 제외하고 대체로 비쟁점 법안이라고 동의한 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민생에 직결되고 본인들이 처리를 약속한 민식이법과 해인이법 등 어린이 생명 안전 관련법, 청년기본법, 소상공인보호법, 국민 통합을 도울 과거사법을 패스트트랙 법안과 맞교환하겠다는 것”이라며 “제 밥그릇과 직결된 선거법 저지를 위해서라면 민생이고 생명이고 안면몰수하겠다는 것이고 당리당략의 정치, 파렴치 정치의 끝판왕과 같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진=청와대)
황교안 대표는 단식 중단 이후에도 투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자유한국당)

그러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단식 중단 이후 당무에 복귀한 첫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대한 여권의 밀어붙이기는 아직 진행 중”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는 양대 악법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결의를 보였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14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첫째, 기존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고 둘째, 앞으로 민생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길 바란다”며 “한국당이 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다른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의 요구대로 마냥 끌려 다닐 수 없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제 국민들도 다 알았고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가지고 이번 정기국회를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공수처 신설이라는 방향에 대해서만 한국당이 문을 개방한다면 얼마든지 유연하게 협상에 나설 것이고 그 과정에서 타협과 절충점을 찾아서 국회 전체가 우리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합의를 도출하는 길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 하나의 뇌관인 2020년도 예산안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하는데 오리무중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가 예산은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처리가 늦어지면 적시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렵다. 특히 대내외적 도전을 이겨나가는 데 힘을 보태며 최근 살아나고 있는 국민과 기업의 경제 심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기 회복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예산안 처리에 국회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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