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무기 지대에 들어오게
실제 액션 대신
미국은 핵 배치 않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비핵무기 지대라는 가상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북한을 유입하게 만듦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터 헤이즈 노틸러스연구소 소장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국립외교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국제문제회의 <전환기 동북아 질서 새로운 평화체제의 모색>에 패널로 참석해 “비핵무기 지대의 설치야 말로 핵 전쟁과 핵 도발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북한이 (비핵무기 지대) 조약에 가입하도록 하고 이행을 뒤로미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지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검증은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헤이즈 소장은 비핵무기 지대를 만들어서 북한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헤이즈 소장은 “구속력있는 틀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보장하는 방식”이라며 “1년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20년 이상 걸릴 수 있지만 북핵 제거의 틀”을 형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헤이즈 소장은 “한반도 내에서 남북만 체결할지 모든 관계 당사자가 참여하여 비핵무기 지대를 창설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미국이나 러시아 등 핵 보유국이 한국과 같은 핵 미보유국들과 함께 다자 경로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북한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먼저 하기 보다는 제재 완화 및 체제 보장 등 미국으로부터 뭔가 얻어낸 뒤 액션을 취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반대로 실질적인 비핵화에 돌입해야 반대급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상 공간을 만들고 북한이 그 틀에 먼저 들어오게 함으로써 액션을 대신하게 하면 해법이 될 수 있다. 공간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이즈 소장은 “미국이 비핵무기 지대의 가입국으로 소극적인 안전 보장을 하고 동북아에 핵 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맺으면 된다”면서 “실제 핵무기 중간 경유지로서 푸에르토리코와 버진아일랜드 사례가 있는데 그곳에는 절대 미국의 핵이 배치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괌이나 일본의 오키나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고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한 우선 조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끝으로 헤이즈 소장은 “비핵화 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도 비핵무기 지대를 성공시킨다면 궁극적인 비핵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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