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ter가 되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치고, 다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펠레, 마라도나, 앙리, 호나우도, 차범근... 아니, 이 이름들은 축구의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이 이름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다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게터들이란 것이다. 지금도 이들의 뒤를 잇는 수 많은 골잡이들이 더 많은 득점을 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비해 조그마한 체구의 동양인 박지성은 그다지 뛰어난 골게터가 되지 못한다. 다른 외국의 수퍼스타들에 비해서 개인기술도, 뛰어난 신체조건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것도 당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명문 팀에서 자신의 존재가치와 역할을 잘 지켜나가며, 수백억 원의 몸값을 넘나드는 다른 유명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TV에서 간간이 중계되는 그의 경기를 보고 이런 저런 평가를 내리고는 하지만, 난 항상 그의 플레이를 즐기며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축구라는 경기 속 그의 역할 속에서, 내가 이 사회에서 바라고 찾고자 했던 관계 속의 행보를 유추하며 대리 만족과 간접 경험을 실사시키는 즐거움에 빠진다는 것이 보다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내가 박지성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뛰어난 자질이나 신체조건의 우수성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중간 접합자(jointer)의 역할을 축구라는 팀 스포츠(Team-sports)에서 자신만의 생존법칙으로 훌륭하게 만든 영리한 사람이기에 그렇다.

아무리 훌륭한 수준의 골게터라도 골(goal)을 넣기 위해서 혼자 상대 수비수 모두를 따돌리지 못하는 것이 축구경기다. 골을 넣게 해줄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누군가의 패스나 동료의 도움이 있어야만, team-sports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축구경기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수많은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박지성은 다른 월등한 자질과 조건을 필요로 하는 스포트라이트 받는 골게터의 역할보다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player jointer”로서의 역할을 선택하여 그만의 생존 법칙을 축구라는 자신의 생존터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의 경기를 매번 볼 때마다 즐거움은 배가 된다.

모두가 하나같이 골게터로서 스포트라이트와 영광을 받고자, 현란한 기술과 이기적인 본능만을 추구하는 것은 비단 축구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환경 속에서도 똑같이 적용 된다.
“조연은 싫다. 오로지 주연만이 최고이며 살길이다”라는 지상명제는 어느새 우리의 교육현장이나 사회 속에서 쉽게 뽑아낼 수 없는 독소와 같은 것이 되었다.
오로지 골을 넣고 목적을 달성하는 수퍼스타로서의 골게터만을 기대하고 희망하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되뇌는 “더불어 사는 사회(Team -society)”에서 반드시 취해야 하는 덕목은 분명히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어느새 그렇게 세뇌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하늘만 있고 땅이 없거나, 남자만 있고 여자만 있다면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오로지 하나와 최고만을 고집하며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이 된다면, 이 얼마나 독선적이고 불평등한 끔찍한 세상이 될까.
하늘과 땅을 잇는 것은 사람이고, 남자와 여자를 잇는 것은 사랑이다. 그 외 세상의 모든 것들도 중간 접합자(jointer)가 존재해야만 살맛이 나고, 희망이 있는 그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세상의 삶이 아무리 치열하고 혼탁해도 우리는 결코 모노드라마 속의 외로운 주연배우로만 고집하며 살 수는 없음이 너무나 자명하다. 오로지 자신만의 밋밋한 모노드라마를 끝까지 즐거이 보아줄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함께 대사를 나눌 사람도 없는 모노드라마는 대부분 행복한 결말(happy-ending)은 없다.

언제든지 낙오될 수 있는 세계 축구시장에서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축구선수 박지성이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 내용 중
 “출전하는 매 게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여 동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는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의 대답 속에, 중간접합자(jointer)로서의 최선을 다하는 자리와 역할 속에도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성취감과 행복이라는 골(goal)은 존재하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원본 기사 보기:스쿨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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