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의 정치경제학②] 신자유주의는 ‘좌파’와 ‘우파’의 합작품
[홍기빈의 정치경제학②] 신자유주의는 ‘좌파’와 ‘우파’의 합작품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12.05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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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자유주의 좌파의 기원
통계 집착
브라만 좌파
격차 사회와 계급 적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실 신자유주의는 우파의 산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1월20일 저녁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인권중심 사람’ 강의실에서 열린 <거대한 경제 전환이 필요한 이유> 특강에 연사로 나서서 “신자유주의를 보통 우파와 연결시키는데 그렇지 않다”며 “우파와 좌파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파가 1980년대에 시작했지만 1990년대 클린턴(42대 미국 대통령)과 블레어(73대 영국 총리)가 주도해서 좌파 버전의 신자유주의를 만들어낸다”며 “다른 것은 다 똑같고 단지 뭐가 다르냐. 기회의 균등을 강조해서 교육 투자를 늘리고 그 다음에 사회복지를 조금 늘리긴 늘리는데 노동 연계의 조건 하에서만 주고 기회균등을 강조하는 점에서만 조금 다르다”고 강조했다.

홍기빈 소장은 신자유주의는 좌우파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좌파나 우파나 신자유주의를 수용해서 경제성장률과 거시 경제지표를 올리는 것에 목을 매는  측면에서는 같다. 하지만 좌파는 기회균등을 내세워서 사회복지를 확대한다. 그게 차이점이다. 

홍 소장은 “나머지는 안 다르다. 이걸 중도합이라고 한다. 사실 중도좌파 정당과 중도우파 정당은 정치적 차이가 없다”며 한국의 좌파 신자유주의가 탄생하게 된 기원을 짚어냈다.

이를테면 “물론 한국 더불어민주당은 좌파 정당인 적이 없지만 한국에서 이게 벌어진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92년 대선에서 실패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거기서 앤서니 기든스를 만나서 제3의길이라고 하는 중도좌파의 노선에 대한 코치를 받게 된다”며 “노무현 정권 때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신이 뭐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그때 사람들이 다 기억을 하는데 쟤들이 사회경제 정책 면에서 우파와 뭐가 다르냐. 농민, 노동,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도대체 쟤들이 한나라당과 다를 게 뭐냐고 생각했던 기억이 날 것이다. 요즘(문재인 정부)도 별로 안 다르다. 정의당도 크게 안 다르다”고 풀어냈다.

홍 소장이 보기에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민주당부터 정의당까지 전부 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의 프레임을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없다.

홍 소장은 “블레어가 1998년에 수상이 된 다음에 전통 좌파 노선을 포기하고 신자유주의를 통한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를 제정한 것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며 “2000년대가 되면 이걸 안 받아들인 채로 좌파 노선을 견지하는 중도좌파가 거의 없어진다. 거의가 아니라 전혀 없다”고 정리했다.

좌파 신자유주의 정치 세력은 당연히 통계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홍 소장은 “몇 달 간격으로 실업률이나 성장률이 어떻게 됐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가 잘 한다 못 한다고 하는데 죄송하지만 아무 상관없는 얘기”라며 “정권이 잘 한다고 실업률이 팍 줄고 그러는 게 아니다. 어떤 정책을 쓰면 그게 현실에 영향을 주려면 정책에 따라서 시간과 텀이 걸린다. 고용에 영향을 주려면 최소한 5년 정도를 시계열 데이터로 보고 이게 영향을 줬는지 안 줬는지 유의미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통계청장까지 참전해서 0.01% 줄었다. 아니다. 0.07%가 맞다. 그러고 있다.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코미디인데 본인들에게는 매우 진지하다. 그래야 자기들 정권이 잘 한다고 하는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지지율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브라만 좌파”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브라만 좌파는 전체 좌파 진영의 중심 세력이 된지 오래다. 

홍 소장은 “브라만은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제사장 성직자 계급이다. 많이 배운 덕에 지배 엘리트에 들어가 있기는 한데 실제 경제생활을 안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입진보나 강남 좌파”라며 “현재 좌파 정당들의 지지 세력을 보면 노동자들이 다 빠져나갔다. 스웨덴 사민당이 망했는데 제1당 자리는 극우 정당이 차지했다. 그나마 사민당을 누가 찍느냐면 배운 사람들이다. 좌파나 진보 담론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상위 20%의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그들이 좌파의 중심 세력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 피케티의 진단”이라고 밝혔다.

홍 소장은 토마 피케티 교수의 '브라만 좌파'를 언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故 노무현 대통령은 양극화를 잡고 싶어 했지만 참여정부는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소득 격차가 매우 벌어지는 시기에 정권을 담당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소득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양육된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홍 소장은 “1억6000만원이면 서울에서 30년된 빌라도 못 살 것이다. 요즘 꼬맹이들이 휴거, 월거, 빌거라는 말을 쓴다고 하더라. 휴먼시아 거지, 월세 거지, 전세 거지. 이런 걸 내가 신문에서 혐오와 차별이라고 봤는데 깜짝 놀랐다”며 “이건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계급 적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은 계몽의 대상이다. 무슬림이 밉다. 흑인이 밉다. 이민자들이 싫다는 이런 사람들은 대화하고 그런 것 아니라고 하고 그러면 달라질 수 있다. 계몽하고 화해하면 넘어설 수 있는 종류의 문제인데 빌거 월거는 계몽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며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물질적 기초를 가지고 있는 전형적이고 아주 고전적인 계급 적대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현실에 존재하는 빌라 거주자나 월세 거주자와 강남 아파트 사는 사람들 간의 불평등을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현실적으로 없애도록 해야지 말 가지고 혐오다 차별이다고 해봤자 해결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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