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정당 청년 정치인이 뿔난 이유
봉쇄조항 5% 상향?
212만표가 다 사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가 패딩을 벗고 반팔 차림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아침 기온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한파에 대낮 기온도 영하 7도였다. 

김소희 대표는 영하 7도의 기온에 반팔티만 입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소희 대표는 영하 7도의 기온에 반팔티만 입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대표는 6일 정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현재 기온 영하 7도다. 한 겨울에 반팔티 입고 기자회견 하는 것 춥다. 미친 짓인 것 안다”며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행태가 이런 것과 같다. 시베리아 같은 한국 정치에 청년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이 소수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서 정치를 해보려고 하는데 입고 있던 패딩 점퍼마저 뺏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궐 같은 궁전에 집권 여당으로 국회의원 수만 129명, 국가에서 받는 1년 보조금만 140억원이다. 미래당은 국가로부터 돈 한 푼 못 받고 3년째 활동하고 있다. 3% 받으려면 약 127만3000표(2017년 대선 때 4243만2413명 기준)를 받아야 한다. 역대 선거에서 한 번도 원외 정당이 원내에 들어간 적이 없다. 21대 국회는 이렇게 자기들끼리 다 해처먹으려고 하고 있는 민주당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발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의 민병두 의원과 윤호중 사무총장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장벽인 봉쇄조항을 3%에서 5%로 올리라고 계속 말하고 있다”며 “이게 무슨 말인가.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말로만 정치 개혁을 하고 실제로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어떻게 여당 국회의원과 사무총장이 이렇게 부끄러운 말을 서슴없이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탄했다.

최근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에 올라간 법안들(공직선거법+검찰개혁법)과 2020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4+1 협의체(민주당/대안신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를 가동해서 협상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일 보도된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선거법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봉쇄조항을 현행 3%에서 5%로 올리려고 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지난 11월29일 보도된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현행 3%에서) 5% 이상 득표한 정당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각종 신생 정당의 원내 진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청년 정치인들이 선거제도 개악을 통해 국회 캐슬을 지으려고 하는 기득권 정당들의 모략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1등만 당선되고 나머지 표는 전부 죽은 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반영해주자는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봉쇄조항을 5%로 올리면 무려 212만여표는 무조건 버려진다. 

선거제도 개혁 연대 활동에 처음으로 참여한 신민주 기본소득당 서울시당위원장은 “봉쇄조항을 폐지하기는 커녕 5%로 상향하겠다는 개악안이 제안되고 있다”며 “기본소득당은 모두의 권리를 주장한다. 모두의 권리가 기본소득 정책인 만큼 정치 참여도 모두의 권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연 20대 국회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전부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그럼에도 국회 안정성을 명분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태도는 이제 아무에게도 희망을 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말 그대로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는 거대 양당이 상호 저주를 퍼부으면서 정치적 동력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민생 법안이 제대로 통과되기 어렵다. 

음주운전 희생자 故 윤창호씨의 친구인 김민진씨는 작년 11월29일 본회의에서 윤창호법이 통과되던 날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의 대다수가 요구하더라도 언제든지 이를 무시하고 늑장 부릴 수 있는 구조다. 국회에 무쟁점 법안과 쟁점 법안이 분리돼야 하는데 무쟁점 법안인 민생 법안들이 국회에서는 협상의 담보로 잡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성지수씨는 국회에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다시 말해 한국당 입장에서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로부터 정치적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무쟁점 민생 법안을 볼모로 잡을 가능성 크다. 민식이법(어린이 교통안전 강화)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애타는 눈물도 마찬가지였다.

녹색당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를 통해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성지수씨는 봉쇄조항을 폐지해야 하는 배경을 두고 “녹색당 원외에서 7년 있었다. 다른 정치 세력들이 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소수자들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했다”며 “당신들처럼 기득권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거리에서 당신들이 보지 않는 그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같이 봤고 함께 숨쉬고 그들의 이야기를 정치 안으로 넣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정치하겠다고 나왔다. 그런데 왜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가. 그것이 작은 정당들에게 얼마나 해악이 되는지 알면서도 왜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그러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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