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유행한 이런 노래가 있었습니다. “이 풍진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소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이 아니 족한가.” 한 시대의 가치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어떤 소망을, 어떤 꿈을 가지고 사느냐”로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죽음의 골짜기를 헤매이던 일제하 36년의 암울했던 세월에는 ‘광복’이 이 겨레의 최대의 꿈이요 소망이었습니다. 따라서 김구·이승만은 우리들의 영웅이었습니다.

해방이 되고 뜻하지 않았던 분단이 민족의 현실이 되고 모스크바 3상회의가 한반도의 신탁통치를 결의하였을 때에는, ‘신탁통치반대’가 우리들의 나아갈 길임이 명백하였습니다. 김일성이 불법남침을 감행하여 6·25사변이 벌어졌을 때에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 우리들의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우리는 놈들의 침략을 피를 흘려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을 반석 위에 세웠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를 부르며 경제건설에 일로 매진하여 오늘의 경제 강국을 이룩하는 한편 군사정권의 독재를 견제하며 민주화투쟁에 국민의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이 국민은 승리에 도취하여 정신을 잃었습니다. 꿈도 잃었습니다.

국토의 통일이 이 겨레의 최대의 꿈이고 ‘지상명령’이어야 하는데 어쩌자고 그 꿈을 버리고 만취상태가 되어 ‘갈 지’자 걸음만 합니까. 민주적 통일의 큰 꿈을 가진 지도자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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