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
무역 경쟁은 곧 패권 전쟁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가치를 주도해야
상호 존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디 하나 어렵지 않는 경우가 없다. 더구나 미중 무역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한국은 어떤 전략적 자세를 취해야 할까.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10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2020년 미중관계 전망과 한국의 대응 방향>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정부의 입장에서 정치와 경제는 무조건 다자주의로 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최대한 내지 말고 다자주의 속에서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세련된 국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유화 교수는 한국이 미중 한 국가의 편을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교수는 조선족으로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안 교수는 “이 자리에서 20년 후에 중국은 한국에게 어떤 존재인가라는 말이 또 나와서 놀랐다”면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감히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에 판단을 해서 미국이 계속 패권 국가라고 한다면 전략적으로 한국이 그쪽을 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거 줄서기적 사고방식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 쪽이 최강대국이 될 것이니 한국이 그쪽에 줄을 서는 전략이라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안 교수는 “어찌 감히 미국이 영원한 패권 국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이런 시점에서 줄서기적 방식으로 미국이냐 중국이냐로 판단해서 전략적 가치를 두는 것은 한국에서 가장 잘못된 생각”이라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갈 수 없는지. 한국이란 나라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나라인지를 고민해야 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안 교수는 “만약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설치한다고 하면 미국의 전략 무기로 보면 받아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인류 사회의 평화적 가치로 생각해봤을 때 이게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인류 평화의 가치를 고려해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판단해야지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두고 감히 판단하는 사고방식으로는 미래가 걱정스럽다”고 재차 역설했다.

중국 공산당 시진핑 주석이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맺고 있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사실 미국과 중국이란 나라 전체가 대결하는 것은 아니다. 

안 교수는 “중국을 바라볼 때 중국 공산당과 인민들을 나눠서 봤으면 좋겠다”며 “지금 잠깐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집권당으로 있다고 해서 중국 인민들까지 적으로 보고 이렇게 중국이냐 미국이냐는 사고방식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토론회는 4시간 가량 심도있게 진행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미중 무역 전쟁은 전방위적이고 그 속내를 보면 패권 전쟁인 측면이 강하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발제자로 참석해서 “초기 미중 관세 전쟁은 서로 자기 발등을 찍는 것이라고 했는데 2년이 넘도록 지속됐고 환율 전쟁으로까지 발전했다. 또한 화웨이를 둘러싼 기술 경쟁까지 갔다. 관세, 투자, 환율, 기술 거의 경제 전방위적으로 모든 카드가 끄집어내지고 있다”며 “사실 이런 무역 전쟁은 곁가지에 불과하고 본질은 패권 경쟁, 체제 경쟁, 21세기에 어떤 가치가 확산되느냐는 가치 경쟁”이라고 정리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끝나더라도 가짜 뉴스에 불과하고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본질은 중국의 기술 굴기이자 이걸 막고자 하는 미국의 견제다. 경제적 신냉전이 도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부에서도 대미 전략과 관련 두 파로 나뉘어 있다.

안 교수는 “미중 무역 분쟁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두 파로 나뉘어 있다. 협상파와 강경파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협상파가 요즘 우세”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안 교수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마이클 블룸버그를 인용하면서 “협상은 내가 이겼음에도 상대방이 이겼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데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면전에서 (시진핑 주석의) 자존심을 뭉개버리면 될 일도 안 된다. 나는 한미중일 상호 그 나라의 상황과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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