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보수당’ ·· 개혁 보수의 꿈? 결국 ‘버티는 맷집’ 있어야
‘새로운보수당’ ·· 개혁 보수의 꿈? 결국 ‘버티는 맷집’ 있어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12.13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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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 의제별 위원회
보수를 당명에 담다
바른정당 탈당 사태
이질적인 두 세력 모였던 바른미래당
세력 약화에 따른 현실 견뎌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개혁 보수의 꿈을 꾸며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바른미래당과 통합한 뒤 끝내 비당권파 변혁(변화와혁신을위한 비상행동)으로 활동하던 보수 정치인들이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었다.

변혁 창당준비위원회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비전회의를 열고 신당의 이름을 ‘새로운보수당’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당명은 대국민 공모를 통해 1860개의 후보군 중에서 최종 결정됐다. 

새로운보수당으로 최종 결정된 당명. (사진=연합뉴스 제공)

개혁 보수의 상징인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겪은 뒤 2017년 말 당대표를 맡게 되면서 “죽음의 계곡”이라는 표현을 처음 꺼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했는데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보수 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의 계곡과도 같았다. 그 계곡은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하태경 변혁 창당준비위원장은 “죽음의 계곡 대장정을 마칠 시간”이라면서 “새로운보수당은 이기는 보수다. 올드 보수는 질 수밖에 없다. 이기기 위해 새로운 보수가 되어야 하고 새로운보수당이 보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3 비전’을 설파했다. 2대 주체 3대 원칙인데 △청년 보수 △중도 보수를 지향하면서 △탄핵을 극복하고 △공정해지고 △새롭고 커진다는 의미다.

하 위원장은 “이 의미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주기 바라고 이제 새롭게 태어난 보수가 대한민국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보수당에 참여하고 있는 현역 의원은 총 9명(유승민·권은희·오신환·유의동·이혜훈·정병국·정운천·지상욱·하태경)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당권파에 반발해서 변혁에 동참했던 소위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김중로)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에 따라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보수당과 같이 한국 정치사에서 보수를 당명으로 못박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물론 당명이 발표된 뒤 여러 비판적인 평가들이 있었다. 결국 외연확장을 해야 하는데 당명에 보수를 명시하면 확장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권자 스펙트럼에서 진보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으로, 보수는 자유한국당·우리공화당으로 갈 것이고 중도 역시 대안신당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주 보수당 대변인은 12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노골적으로 보수를 당명에 넣으면서도 무미건조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보수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자체를 깨자는 것이다. 보수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금껏 보수 정당을 자청해온 낡은 기득권 세력이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에 국민들 다수로부터 사랑받고 신뢰 받는 보수를 새로 만들자. 정면돌파 하자는 다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무늬와 구호만 요란했던 기존 정당명들과 달리 건조하면서도 넓은 뜻을 내포하는 새로운을 쓰면서 뭐가 새롭고 다른지 실제로 보여주자는 결의였다”고 덧붙였다.

새로운보수당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어찌됐든 보수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게 된 유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한지 3년 됐는데 그동안 많은 시련을 같이 겪어온 동지들이 이 자리에 함께 계시다”며 “이번에 창당은 그렇게 화려하고 크게 시작하는 창당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우리들은 작게 시작해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개혁 보수 신당을 만들겠다. 지금부터 정말 우리 모두 한마음 한 뜻이 되어서 우리 새로운보수당의 성공을 위해서 같이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기존에 여성위원회, 장애인위원회, 대변인단, 창당실무총괄본부, 전략기획본부, 조직본부, 홍보본부, 정강정책본부, 당무지원본부 등의 조직에 더해 ‘신당비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에 35개 의제별 위원회를 구성했다. 겹치는 의제도 있지만 단순히 세력 불리기가 아닌 의제 중심으로 정치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불공정타파위원회 △정치개혁위원회 △자치분권혁신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과학기술위원회 △노동개혁위원회 △일자리창출위원회 △혁신성장위원회 △공공개혁위원회 △민생개혁위원회 △양극화해소위원회 △복지개혁위원회 △외교안보위원회 △국가보훈위원회 △교육개혁위원회 △미래개혁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연금개혁위원회 △선거제도개혁위원회 △재난안전위원회 △미세먼지대책위원회 △국민인권위원회 △아동복지위원회 △경제활성화위원회 △상생경제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 △아파트특별위원회 △대외무역위원회 △미래에너지위원회 △역사바로세우기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생활체육위원회 △지식재산권보호위원회 △공정선거개혁위원회 △일본대책위원회 

이러한 의제별 위원회들을 통해 보수당은 이념에 매몰되지 않는 ‘실용 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승민 의원이 말한 죽음의 계곡은 새로운보수당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실 2017년 1월 바른정당이 창당될 때가 오버랩된다. 당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맞아 보수 여당 새누리당에서는 집단 탈당 사태를 맞게 됐다. 한국 보수 정치 역사상 30명 넘는 현역 의원들(33명)이 한꺼번에 탈당해서 새로운 당을 만든 사례는 없었다. 1995년 자유민주연합, 1997년 국민신당, 2008년 친박연대, 2017년 대한애국당 등 모두 일탈적인 소규모 탈당 사례에 불과했다. 

한국 정당의 특성상 강력한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구심력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탄핵 후폭풍에 허덕이며 몇 달 안 남은 조기 대선에 출마할 마땅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 하고 있었다. 반면 바른정당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필두로 사전 플랜을 다 세워놓고 준비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바른정당 영입이 성사될 즈음 반 전 총장은 2017년 2월1일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유 의원이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여론조사 결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지지율이 훨씬 더 높게 나왔다. 

그때부터 탈당 사태가 끝없이 반복됐다. 

명분과 이유는 다양하다. 홍준표 후보에 비해 저조한 유 의원의 대선 지지율로 패배하면 바른정당의 기반이 약화될까봐, 자강론과 보수 통합론의 갈등으로, 보수 텃밭인 지역구 유권자들의 압박으로, 바른정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등등. 국민의당과 통합해서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노선 투쟁이 지속되자 탈당은 계속됐다. 

①1차 탈당 2017년 5월2일 13명(이은재·김성태·박성중·홍일표·김학용·박순자·권성동·홍문표·이진복·장제원·이군현·여상규·김재경)
②2차 탈당 2017년 11월8일 9명(김무성·김용태·김영우·강길부·정양석·주호영·이종구·홍철호·황영철)
③3차 탈당 2018년 1월9일(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④4차 탈당 2018년 1월16일(박인숙 의원)
⑤5차 탈당 2018년 4월10일(원희룡 제주도지사)
⑥지방선거 직전 직후 공천 문제로 여러 명 탈당(이지현 전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 등)
⑦6차 탈당 2018년 12월18일(이학재 의원)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쪼그라들 때로 쪼그라든 바른정당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남는 장사 같았다.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3당의 외연확장 필승론에 빠져 있었고 반대파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2018년 2월13일 바른미래당이 창당됐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만남이 돼 버렸다.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가 손을 잡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교훈으로 삼는다면 약이 될 수 있다. 정당에게 ‘세력’과 ‘가치’는 둘 다 중요하지만 흔히 전자만 추구하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다. 바른미래당 내 두 계파는 추구하는 가치가 너무 달랐다. 

일단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는 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정확히 입장이 일치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매우 비판적인데다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혁신성장을 추구한다. 문제는 외교안보 정책이다. 바른정당계는 한국당과 별반 다를 게 없고 대북 강경책을 표방하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경제적 원조를 해주면 안 된다는 엄격한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당계는 햇볕 정책을 추진했던 故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에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 

사실 둘 다 적절히 융합하면 합리적인 대북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이 도출될 수도 있었지만 2018년 내내 진행된 한반도 프로세스 분위기에 전국민이 흥분하고 있을 때 바른미래당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놓고 도무지 합의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나마 하태경 의원이 바른정당계임에도 유연한 판단을 했고 ‘평화보수론’을 내세웠지만 바른정당계 내부에서 다수설이 되지 못 했다. 

하 의원의 평화보수론에 대해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018년 8월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오락가락 하는 외교안보관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 정치에 대한 전문성은 배우려고 한다. 내가 볼 때 하 의원이 방송에 나와 하는 말을 조합해봤을 때 일관된 안보관이나 정책을 갖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두 계파는 △특별재판부 설치법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에 태울 선거제도 개정안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대해 당내 총의를 도저히 모으지 못 할 정도로 소위 “바미하다”(주요 의제에 하나의 당론을 정하지 못 하고 찬반만 부각된채 애매하게 끝나는 경우를 이르는 정치권 은어)만 반복했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무엇보다 진보와 보수를 벗어던지자. 탈이념을 하자. 통합 이전에는 이런 방법론을 추구했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두 계파간에 ‘중도 보수 단일 노선’으로 가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 노선’으로 가자. 노선 투쟁이 격화됐다.

권성주 대변인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정당이나 바른미래당이나 실패했던 이유는 목적이 다른 이들이 의석수 세놀음으로 함께 했기 때문”이라며 “다신 그런 실수 없도록 좋은 단련이었다”고 자성했다.

“의석수 세놀음”으로 인해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없는 다른 정치 세력이 한 살림으로 합쳤던 게 문제였다. 그만큼 미미한 세력이 처한 차가운 현실을 얼마나 견뎌내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죽음의 계곡을 견딜 수 있는 맷집이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 교수는 2018년 6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유권자가 신생 정당에 뭘 믿고 표를 주는가”라며 “과거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초라한 결과를 두고 엄살부리지 말라고 말해줬는데 그때만 해도 국민에게 정의당은 신생 정당이었다. 과거 성적표가 없는데 어떻게 결과를 비교하고 참패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바른미래당도 참패가 아니다. 엄살부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총 4006명의 당선자 중 26명을 당선시킨 바른미래당은 그야말로 참패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신생 정당인 바른미래당이 참패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거대 정당과 같은 유권자 각인 효과를 단기간에 누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보수당에 동참한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저녁 방송된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무슨 한국당과 통합을 염두에 뒀다는 그런 분석도 있던데 그런 건 전혀 아니”라며 “우리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 땅에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과연 있었던가. 없었다는 그런 생각으로 좀 제대로 보수 정당을 한 번 해보자”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보수라는 개념이 사실은 개인의 자유라든지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된 굉장히 본질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를 많이 담고 있는 개념인데 사실 우리 정치권에서는 많이 오염되고 굉장히 훼손된 그런 상황이라는 게 좀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서 제대로 보수라는 가치를 당명에 담고 제대로 한 번 정면돌파 해보겠다 그런 뜻이 담겼다”고 밝혔다.

오신환 변혁 대표는 바른정당 때부터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으로 가지 않고 개혁 보수 실험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담는 보수당을 해보겠다는 것인데 동시에 세력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표심이 유동적인 중도층을 잡는 것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진 전 장관은 “지난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말 뼈저리게 깨달은 게 우리나라의 유권자층은 분명히 중도가 있다”며 “중도 유권자는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이 나온다고 해서 그 정당에 표를 주기 보다는 그때 그때 스윙 보터를 하더라. 진보나 보수. 그래서 우리가 보수당의 명칭을 썼다 그래서 중도와는 일정하게 선을 긋겠다. 이런 게 아니”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도에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보수를 하겠다. 중도에도 충분히 매력을 갖게 만드는 그런 정당이 되고 싶다는 희망과 꿈이 있다”는 것이다.

중도 확장성을 추구하다가 이질적인 세력을 또 받아들여 다시 바미하다 사태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세력과 가치 둘 다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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