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정신 돋보이는 여성 감독·배우들의 눈부신 약진

대상을 수상한 김현정 감독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대상을 수상한 김현정 감독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서울독립영화제2019가 대장정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이번 독립영화제는 여성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는 것에 주목이 됐다. 한마디로 여성 감독, 여성 배우의 활약 돋보인 해였다.

서울독립영화제2019의 대상을 수상한 김현정 감독의 ‘입문반’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가치와 진정성, 첫발을 뗀 창작자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 주인공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적인 과시나 감정적 폭발 없이 신중하고 진지하게 삶을 바라보는 이 영화의 태도는 현란한 영화들 속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전파할 것”이라는 심사평대로, 독립영화만의 우직한 뚝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독립영화 속 빛나는 배우들을 조명하는 ‘독립스타상’은 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에서 주연을 맡은 이주영 배우와 대상 수상작인 입문반의 한혜지 배우가 수상했다. 여성 배우로서 작품 안팎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온 이주영 배우는 여성 선수를 기용하려고 하지 않는 프로야구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야구선수 역을 맡아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인물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한혜지 배우 역시 50분의 러닝타임 동안 인물의 감정과 갈등에 집중하는 작품의 중심을 잡으며 놀라움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여성 사이의 연대와 여성 주인공의 현실적 고민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작품들이 대거 수상했다. 배꽃나래 감독의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은 자신의 할머니와 글자를 모르는 여성 노인들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삶 속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감독의 카메라를 든 자세가 인상적”, “여성에 대한 존경과 연대의식으로 가득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강유가람 감독의 ‘우리는 매일매일’은 1990년대 ‘영페미니스트’로 불리던 이들의 현재를 따라가며 이들이 지금 어떻게 일상 속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는지를 통해 꾸준히 여성서사를 발화하는 일의 힘을 보여줬다. 또한 집행위원회특별상을 수상한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의정부 미군 기지촌을 바탕으로 그간 이야기되지 못한 미군 위안부들의 이야기를 픽션의 형식으로 담았다.

기지촌 여성으로서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리 높여 말하는 박인순 출연자의 흡인력 있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관객상을 수상한 궁유정 감독의 ‘창진이 마음’과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역시 여성 캐릭터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펼치는 작품이다.

‘창진이 마음’은 초임 초등교사가 속내를 알 수 없는 학생을 대하며 겪는 막막함과 불안감, 이상과 현실 사이의 충돌을 독특한 여운을 남기며 표현했으며,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30대를 넘긴 여성 주인공이 영화를 사랑하는 솔직한 마음으로 새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깊은 애정과 유머러스함으로 그려내며 여성서사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새로운선택상 수상작인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 새로운시선상 수상작인 한태의 감독의 웰컴투X-월드까지 전체수상자중80% 이상(총 16명 중 13명)이 여성이었으며, 대부분의 작품이 여성서사를 다루었다.

이밖에도 실종된 아이를 찾는 가족의 절실함과 고통을 섣부른 가치판단 없이 담아낸 김성민 감독의 ‘증발’이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하여 독립다큐멘터리의 뚝심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올해 수상작 모두 ‘독립영화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들로 선정되어, 45회를 맞이한 서울독립영화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더욱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장장 9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서울독립영화제2019는 "내년 영화제까지 다양한 일상사업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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