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총력 투쟁
정의당과의 언쟁
4+1 선거법 단일안 어려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합의가 되든 안 되든 16일 본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 법안(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상정한다고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4+1 협의체(민주당·대안신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 안에서 선거법 단일안 마련이 진통을 거듭하자 패스트트랙 원안(지역구 225대 비례대표 75)대로 상정하겠다면서 부결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자유한국당이 연일 총력 투쟁에 나서는 등 임시국회 회기 기간 결정에 대한 안건 표결 문제에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려고 하면서 민주당의 앞길을 강력하게 막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과 달리 오후에 4+1 협의체와의 논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5일 아침 보도된 세계일보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백날 합의를 하면 뭣하냐. (한국당) 의총에서 뒤집어지고 약속을 안 지켜 정말 환장할 노릇”이라며 “원래 합의를 했으니 16일 또 한 번 합의를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안 하면 그냥 바로 상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제출한 16일까지 6일간 회기 결정의 안과 1개월로 하자는 한국당의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한 수정안 2개를 표결에 붙이고 각각 1명씩 토론을 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무제한 토론 신청이 들어온 거다. 필리버스터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예산안, 예산안 부수법안 같은 것은 못 붙이도록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회기 결정의 건이 무제한 토론이 가능한지 검토를 했는데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쟁점인 선거법에 대해 문 의장은 “이쪽은(여당) 강행하면 그만이다. (선거법 개정은) 제1야당과 합의하는 선까지 다 왔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각각 250석과 5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도 50석 가운데 정의당한테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 어느 정도 근접했다”고 설명했고 “한국당은 정의당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바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뭔가 잘못 알려져 있다. 여태껏 중요한 선거제도가 바뀔 때 한 번도 합의로 된 적이 없다. 소선거구제가 중선거구제로 됐다가 다시 소선거구제로 되는 과정, 비례대표가 들어가는 과정 등 전부 제1당이 날치기 통과하는 등 그냥 밀어붙였다. 그런데 선거구 획정 때문에 착각을 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은 마지막에 합의를 했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선거를 못 치른다. 그래서 자꾸 선거의 룰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희상 의장은 한국당을 강하게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의장은 한국당이 요구하는 △회기 결정 필리버스터 △선거법 합의 통과론 등에 대해 반박하면서 한국당의 요구대로 끌려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1 협의체는 어제 오늘을 거치면서 다시 합의점을 만들기 위해 근접하고 있다. 내일 본회의에 선거법은 물론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과 검경수사권 조정안까지 최종 단일안을 작성하고 상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전까지만 해도 4+1 단일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오후에 기류가 급변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났고 △50석의 비례대표 중 연동형 적용 의석 30석만 하자는 민주당의 입장을 철회하든지 △그 캡을 35석으로 늘리든지 △석패율제를 6명에서 9명으로 늘리자는 등 여러 요구사항을 듣고 입장이 강경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으로선 비례대표 의석수가 주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연동형 비례제에 동의하지만 기본 취지를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을 감수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캡 30석 안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가 윤 원내대표를 만나고 난 뒤 민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개최됐고 “더는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정의당에 대해 “몇몇 중진 의원을 살리기 위한 집착과 함께 일종의 개혁 알박기 비슷하게 하는 것이 유감스러워 원래 개혁 취지대로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각 당이 지나치게 당리당략 차원에서 논의하고 일부 정당은 협의 파트너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존중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후려치는 것이라는 발언 등은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홍 수석대변인의 말 속에서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은 △캡을 30석에서 35석으로 늘리는 것은 캡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고 △석패율제 확대도 소수 정당의 당대표나 중진 의원들을 구하려는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민주당 입장에서 이득될 게 없어서 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패스트트랙 원안을 그대로 상정할 수도 있다면서 정의당을 압박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8시반 논평을 발표하고 “홍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민주당 최고위의 입장이라면 매우 심각하다”며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의 원칙과 본질을 수호하기 위해 민주당의 거듭되는 개혁 후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개혁 알박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정의당에는 선거법 개정으로 보호해야 할 중진이 없다. 중진을 살린다는 게 어느 정당을 말하는지는 몰라도 심히 유감”이라며 “지켜야 할 기득권이 없는 정의당은 개혁의 불씨를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당은 4+1 협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든 타결해야만 한다. 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민주당은 당장 내년 총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선거법 개정이 께름칙하다. 하지만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는 공수처를 결사 반대하는 한국당을 뛰어넘어 검찰개혁법을 통과시키려면 4+1 말고는 방법이 없다.  

민주당이 정의당과 기싸움을 하고 선거법 원안을 낸다고 하거나 단독 수정안을 낸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속으로는 애가 탈 것이다. 정의당도 선거법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냥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어서 타협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편, 진보적 시민사회(정치개혁공동행동)나 원내외 소수당(정의당·민주평화당·민중당·녹색당·미래당)은 민주당의 캡 고수론에 대해 연일 맹비판을 하고 있다. 사실 ①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200대 100 모델의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②2019년 4월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225대 75 모델의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③4+1 협의체에서 250대 50 모델 ④250대 50에서 20석~30석까지 캡을 씌우는 모델 등으로 끝없이 거대 정당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관철돼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바람대로 ①→②→③에서 ④까지 갈지 ④ 전에 4+1 협의체가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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