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방한
동창리 시험 재개는 ICBM?
미국은 연내에 뭔가 내줄 것인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북한이 동창리에서 핵 시험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했다. 북한이 설정한 비핵화 협상 데드라인은 올해까지고 미국으로부터 선제적으로 뭔가 얻어내지 않으면 다시 핵 개발의 길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지난 13일 22시41분부터 48분까지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면서 “전략적 핵 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슨 시험을 어떻게 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위협하는 레드라인으로서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위한 고체 연료 엔진 성능 고도화 시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8일 밝혔다.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자료=38 노스 및 연합뉴스 제공)

2년 전 2017년 11월 북한은 ICBM급 미사일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미국과의 신경전을 극단적으로 이어갔다. 그러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1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고 2년여간 남북미 비핵화 협상을 해봤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까지 단행하고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하면서 그게 이뤄지면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핵 물질을 만들 수 있는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그게 올해 2월 하노이 노딜로 끝나면서 남북미 관계는 급격히 나빠졌다. 미국은 이미 핵 실험을 완성한 상황에서 풍계리나 동창리 정도로는 무의미하고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다. 아니면 핵 리스트를 작성해서 부분적으로라도 신고하길 원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더 이상 부분적인 제재 완화나 종전 선언 등을 얻지 못 하고 뭔가를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단거리 미사일을 수없이 쏘아댔고 그것만으로는 미국이 반응하지 않자 ICBM 관련 시험을 하고 있다고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은 이날 심야에 담화문을 발표하고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하고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 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했다”고 공언했다.

북한이 연내에 미국으로부터 셈법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만큼 CNN·뉴욕타임즈·워싱턴포스트 등에서는 압박 수위를 최대화하기 위해 곧 “크리스마스 선물”에 해당하는 도발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이 2018년 4월20일 열린 노농당 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 시험과 ICBM 로켓 시험 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며 경제 우선주의를 표방한 만큼 ICBM 위협만 하고 실제 발사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북한이 사거리 3000~5500㎞급의 중거리 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통해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2019.12.15uwg806@yna.co.kr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1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러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비건 대표를 만난다. 작년 9월11일 비건 대표를 만난 이후 15개월 만인데 남북 관계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①금강산 관광 ②개성공단 재개를 해보겠다고 설득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선언을 통해 합의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장 시급하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무조건적으로 ①② 재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음에도 한국 정부가 미국 핑계를 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최근 ①의 남측 시설 철거 지시를 내리는 등 험악한 언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도 작년 10월 유럽에서 프랑스·영국·독일 정상들을 만나 ‘조건부 대북 제재완화론’을 설파했던 만큼 백방으로 노력했었지 아무 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같이 북한이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는 선 비핵화론에 기울어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이 16일 비건과의 담판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