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금지법' 연내 국회 통과 예상 돼…'타다' 시한부 초읽기

(사진=박정우, @xxjwpx)
(사진=박정우, @xxjwpx)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연말 모임 자리가 넘치는 요즘, 주말 동안 놀라운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지난 2주에 걸쳐 명동과 이태원, 홍대입구에서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시간대인 새벽1시부터 2시 사이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택시를 탈 수 있길 바랬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의 명동역. 기온 영하 6도. 택시를 기다렸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외국인들을 포함 30여 명이 나처럼 택시를 잡고 있었다. 오는 택시를 잡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카카오T’ 앱을 통해 카카오택시-카카오블루-모범 택시에 해당하는 카카오 블랙 순으로 택시를 잡아봤지만 실패했다.

20여 분 정도 추위에 떨었을 때 기적적으로 한 대가 섰다. 기사가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었고, 마포구의 목적지를 그에게 얘기하는 내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빈 차’였던 택시가 ‘예약’으로 바뀌었다. 0.5초 만에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 고관대작은 어떤 분이셨을까.

손, 발이 얼어 감각이 무뎌질 만큼 떨게 되자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 자리에서 ‘타다’를 가입하고 콜 하자마자 3분이 안 돼 잡혔다. 택시보다 요금이 20% 정도 비쌌지만 올리버 트위스트의 기분을 더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돈도 낼 수 있을 지경이었다.

‘택시도 아닌 저건 뭔데 와서 사람을 태우고 가나’하고 쳐다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이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새벽에 택시를 타고 싶으면 간택되길 기다려야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박히질 않기를 바랬다.

이밖에도 주말의 이태원과, 홍대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최소 20:1의 경쟁률 속에 비슷하게 추위에 떨며 내린 결론은 결국 ‘타다’였다.

물론, 주말 새벽의 유흥가가 아니고 평일 낮 어느 도심지역이었다면 내 선택은 타다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간대에 딱히 택시들에 승차거부를 당해보진 않았으니까. 그리고 상식적으로 일부러 비싼 요금을 더 내고 이동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2~30분 이동하면서 무슨 부귀영화 누리겠다고 11인승 밴을 독차지 하고 앉아 있을까. 

지난 6일 정부와 국회가 타다 서비스를 규제하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법 개정안이 통과시키면서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시한부 신세가 됐다. 사실상 2021년 상반기까지만 지금처럼 타다를 탈 수 있게 된다.

타다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이에 ‘붉은깃발법’이라며 반발하자,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박홍근 국회의원은 ‘택시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위한 법안’이라고 받아쳤고, 국토교통부는 한 술 더 떠 “타다는 택시업계와 갈등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택시와의 구체적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고 이재웅 대표에게 요구한 상황이다.

국가가 개인에게 국가 정책을 제시하라는 영광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도 믿을 수 없지만, 주말 새벽의 유흥가에서 택시 승차거부를 당하지 않을 상황이 2021년 상반기까지 시한부로 남았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에 이런 개정안을 상정하거나 논의하시는 분들은 새벽의 유흥가에서 집에 갈 택시를 못 타 타다를 불러본 적은 있으신지 모르겠다. 그 전에 타다나 택시를 타볼 일은 있으신 분들인지가 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그 분’들이 한 표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시기다. 택시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위한 법안은 타다가 업계에 처음 나왔을 때, 타다-택시 간 갈등이 처음 빚어졌을 때, 타다가 요금을 인상했을 때도 발의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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