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
상원 3분의 2 이상 찬성표 거의 불가능
탄핵 자체로 정치적 이득 본 민주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의회 차원의 공식적인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연방 의회 하원에서 그리 된 것인데 이제 한국의 헌법재판소 역할을 하는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하게 됐다. 물론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탄핵안이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의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됐다고 해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다.

우리 시간으로 19일 오전 10시20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에서 의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됐다. (사진=백악관)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을 이슈화시키려고 했다는 소위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띄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섰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권력 남용 △의회 방해 등 2가지 탄핵 사유를 명시한 탄핵안에 대해 두 번의 표결에 들어갔고 첫 번째부터 과반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 가결됐다. 현재 하원은 총 431석 중 민주당 233석, 공화당 197석, 무소속 1석 등으로 구성돼 있고 민주당 단독으로 충분히 탄핵안을 의결할 수 있다. 실제 결과도 찬성 230표 대 반대 197표였다.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은 6시간 동안 탄핵안 관련 토론을 진행했고 이는 미국 대륙 전역에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실시간 트위터 활동으로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에 의한 그런 끔찍한 거짓말”이라거나 “이것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고 공화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항변했다.

어찌됐든 트럼프 대통령은 故 앤드루 존슨 대통령(1868년/의회가 인준한 국방장관을 동의없이 해임했다는 사유), 빌 클린턴 전 대통령(1998년/불륜 스캔들을 비롯한 복합적인 사유)과 함께 세 번째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된 미국 대통령이 됐다. 故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 게이트 이후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 사임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토론을 통해 “트럼프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며 “매우 슬프게도 지금 우리 공화국 건국자들의 비전은 백악관의 행동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만약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의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실을 주장하고 부각했다.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법제사법위원회)은 직접 탄핵안을 성안했는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면서 탄핵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사진=백악관)
하원 본회의에서 탄핵안 토론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상원에서 탄핵안이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현재 상원은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인용되려면 3분의 2 이상 즉 66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46석의 민주당 상원 의원이 전원 찬성표를 던져도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 20석이 동조해줘야 한다. 그래서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되고 있다.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좌지우지 할 미치 맥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탄핵 자체에 디펜스하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맥코널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증인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공화당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더그 콜린스 하원 의원도 토론을 통해 민주당에 대해 “당파적이고 추정에 근거한 탄핵을 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탄핵안이 의결됐다는 것 자체가 트럼프 정부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열린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코언 청문회(마이클 딘 코언 전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가 완전히 가져갔듯이 탄핵 정국 자체가 트럼프 정부에 대한 안티 정서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한 쪽에서 쟁쟁한 대선 경선을 띄우고 한 쪽에서 트럼프 탄핵을 부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으로 이익이다.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미국 유권자들은 평균적으로 40~45% 수준에서 탄핵 찬반으로 팽팽하게 나뉘어 있다. 

탄핵 정국이 향후 2020년 11월3일에 열릴 미국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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