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작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작가

[중앙뉴스=이재인] 필자는 시골 산촌에 산다. 하루에 새마을 버스가 단 두 번 운행하는 곳이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생오지’이다. 이 오지의 개울물이 흐르는 하천바닥에도 시멘트를 발랐다.

그러니 물고기나 곤충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변화돼 버렸다.봄이면 웅덩이에서 개구리가 알을 낳아 번식시켰던 사실이 이제는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다.

송사리, 피라미,모래무지가 발바닥을 간질이던 개울이 이제는 물고기나 기타 생물이 살아갈 수가 없게 됐다.이를 테면 시멘트 바닥은 생물의 사막이라고 할까.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살아있으므로 추억도 쌓이고 행복이 스며드는 법이다. 우리는 자고 나면 매번 행복타령이다. 행복한 시골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계곡의 하상에 깔린 시멘트를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계곡에는 절대로 시멘트 바닥을 깔지 않는다. 깔았던 바닥을 끍어내어 자연으로 원상회복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바가 있다.

이게 바로 인간과 자연이 가까워지는 노력이다. 이 노력은 정부 해당부처에서 서둘러 해야할 사업이다.

그래야 개구리 합창도 들을 수 있고 송사리 피라미 가재도 볼 수 있는 세상이 된다. 어디 그뿐인가. 수초가 생겨 하천바닥을 되살리고 부들과 왕골도 뿌리를 내리게 된다.

농업 당국에서는 친환경으로 농민들의 삶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처 방안이 이 시멘트 걷어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자연 가뭄도 해결되고 물보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된다.

산골 물이 맑으면 백로와 황새도 찾아온다. 내가 살고 있는 데가 우리나라 유일한 황새 키우는 고장이다. 황새를 방사하게 되면 논밭에 농약살포가 억제된다. 하지만 곡식소출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걱정 없다.

정부가 줄어든 만큼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널리 알려져 농약을 하지 않은 쌀이 요즘 인기를 모은다. 친환경 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은 소생되고 농가는 부가가치가 늘어나 농민들의 구겨진 얼굴도 화색이 펴졌다. 거기에다가 ‘예당호 출렁다리’가 얼마 전에 설치되었다. 호기심을 가진 관광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개관된 지 1년도 안된 짧은 연륜임에도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가롭던 호숫가가 이제는 번성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과장하여 천지개벽이랄까. 농특산물을 생산하는 지방에서 이른바 물 만난 고기가 됐다.

주변 식당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로 원주민들은 또 다른 곳으로 밀려 인근 청양이나 홍성으로 가곤 한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농촌재생’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특성화 작업은 각기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싶다. 속된말로 한적한 시골마을에 대박이 터진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기에 하는 말이다.

지금 농촌은 빈 농가가 많다. 인구도 점차 감소되어 ‘내일이 없는 피폐해진 공간’이란 말이 유행이 된지 오래이다.이런 농촌을 되살리는 작업은 작은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깨끗한 물이 흐르는 하천 살리기로 시작되어야만 한다. 물이 깨끗하면 공기도 좋아지고 숲과 새들도 자연히 찾아오게 된다. 돌다리, 징검다리, 섶다리가 설치된 마을에 사진작가나 시인도 찾아온다.

이게 인위적이지 않기에 우리를 감동시킨다. 이렇게 되면 윤동주의 ‘별헤이는 밤’과 소월의 ‘진달래꽃’도 노래가 된다. 물론 도시재생도 중요하다.

그러나 생명의 기반인 농촌부터 시작하는 게 순리이다. 순리에는 질서가 공존하고 평등이란 행복도 깃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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