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종사자의 시선
실제 DLF와 ELS의 위험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막대한 원금 손실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형 DLF 사태(derivative linked fund/파생결합펀드)로 인해 모든 금융 파생상품이 매도당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진양규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지원부 부서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투협 사옥 강의실에서 열린 <파생상품의 이해> 기자단 특강을 통해 “DLF 사태가 터지고 난 뒤 DLF가 파생상품들 중에 정말 위험한 국민 파생상품이 되어버렸다”면서 “요즘 솔직히 말씀드리면 DLF 사태가 터지고 나서 이게 너무 매도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ELS 상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다. 우리 맨날 한국 금융상품은 너무 후진적이라고 하는데 금융투자상품 중에 역대급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ELS와 DLF”라고 항변했다.

진양규 부서장은 ELS와 DLF가 매도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진양규 부서장은 ELS와 DLF가 매도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DLF는 기본적인 주가를 넘어 채권, 원자재, 환율, 금리, 통화, 실물자산 등의 시장 상황에 연계한 금융상품으로 금융사의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사전에 수익률이 결정된다. 투자한 항목의 상황이 사전에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약정 수익률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고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ELS(Equity-Linked Securities/주가연계증권)도 원리가 비슷하다. 특정 주가나 주가지수에 연계해 사전에 수익률을 확정시켜놓고 예상대로 시장 상황이 흘러가면 만기시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한다. ELF는 ELS에 투자하는 펀드 개념인데 은행처럼 펀드는 취급할 수 있음에도 증권을 다루지 못 하는 곳에서 활용된다.

진 부서장은 “물론 그게 원금 보장형으로만 잘못 알려져서 팔린 뒤에 문제가 되지만 오늘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었다”면서 “ELS 상품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엄청 커졌지만 93% 정도 수익을 냈다. 금융상품 중에 93% 수익을 내는 상품이 어디에 있는가. 주식하는 분들 중에 50% 이상이 손실이다. 근데 ELS는 93%의 수익을 주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 신탁으로 판다고 했을 때 근 5년 안에 지수형 ELS가 신탁을 통해 팔린 걸 시중 은행들 다 오픈해보니까 손실이 난 것이 하나도 없다. 5년 동안 손실 난 게 하나도 없고 수익을 내고 있다. 그게 예금 금리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진 부서장은 재차 “아무리 은행이라 하더라도 초저금리 시대에 손실 가능성은 정말 낮고 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주는 것이 ELS”라며 “상품들이 엄청 다양한데 조기 상환하는 이런 것을 한국에서 제일 먼저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맞춰주는 그런 구조로 2003년부터 계속 변화해왔다”고 주장했다. 

DLF 피해자들이 날린 금액만 4558억원 규모인데다 워낙 금융권의 문제적 이슈라서 진 부서장은 “기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며 “너무 매도되는 면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진 부서장은 증권업계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침이 튀도록 파생상품 중 하나인 ELS와 DLF를 옹호하고 또 옹호했다.

진 부서장은 “원망하는 부분이 있긴 있다. 판매하는 측에서 너무 쉽게 얘기를 했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이상 안 망한다는 식으로”라고도 발언했지만 “ELS나 DLF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할 수 없다.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고 아주 훌륭한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국내 시장은 규제가 너무 많이 붙어있다”며 “ELS는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부분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투자시장의 흐름도. (사진=박효영 기자)

진 부서장의 강력 디펜스와 달리 이번 DLF 사태 때 독일 국고채 금리 연계형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원금 손실율 95%의 직격탄을 맞았다. 총 1266억원을 투자해서 1204억원을 잃었다. 사실 독일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지난 3월부터 최저점을 찍을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는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그걸 알고도 관련 DLF 판매를 강행했다. 구체적으로 우리은행 4012억원, 하나은행 3876억원, 국민은행 252억원,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에셋대우 13억원, NH투자증권 11억원 등 액수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ELS는 범위를 설정한다는 위험성 탈피가 특징이지만 그 범위 밖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무서운 상품이다. 특히 국내 원금 비보장형 ELS 상품들은 주가 상승기에 수익률을 10~20%로 묶어두면서도 하락기에는 손실율을 50~100%까지 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때 키코(Knock In Knock Out/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의 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상품)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의 구제 금융책에 따라 시장에 달러가 풀리자 달러값이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이 900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자 옵션 계약이 모조리 낙아웃(무효) 돼 버렸다.

원금 보장형 ELS로 투자하더라도 각종 세금 문제로 생각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다. 또한 ELS는 보통 현재 가장 핫한 종목들을 결합해서 시장에 내놓곤 하는데 증권업계 큰손들에 의해 공매도(주가 하락세가 예상되면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아버린 뒤 다시 매입하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의 대상이 되어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잘 나가는 종목들은 곧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어서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투자 고수들은 ELS를 거치지 않고 해당 주식을 직접 선정해서 투자한다. 배당금 권리도 누리면서 투자사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절대 다수의 소액 개미 투자자들만 ELS에 의존하다가 낭패를 볼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투자시장 자체가 원래 원금 보장이 어렵고 위험한 것이라서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시가 필수적이고 꼼꼼해야 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영근 차장은 투자시장의 사이클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지영근 금투협 파생상품지원부 차장은 투자시장의 유기적인 흐름을 설명했다. 지 차장의 설명으로 예를 들면 이런 거다. 

LG전자가 미국에서 달러 표시 채권 발행 →골드만삭스 인수 →골드만삭스는 LG 회사채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 삼성증권과 함께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와프로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신용 파생상품) 발행 →다른 투자사가 CDS를 매입해서 그걸 토대로 신용 DLS를 발행하고 일반 회사채 보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챙겨감 →LG는 확보한 달러로 국내 시설 투자를 하기 위해 CRS(Currency Swap/달러와 원화를 거래하는 것으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설정) 거래 →그렇게 LG는 원화를 구해서 시설 투자를 하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달러로 바꿔서 상환

지 차장은 “이런 구조로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이런 식으로 엮여서 자본시장이 유기적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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