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 손해율 올라가서 민원 빗발
내년 자동차와 실손 보험료 인상률 두 자릿 수 이하일 듯
예금 보험료 합리화 요청
보험료 인상이 적절한지 공개 검증해보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보험사 사장들이 대놓고 민원 요청을 했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불수용했다. 은 위원장도 정무직 국무위원으로서 대다수 금융 소비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금융당국의 수장이 실제 소비자들의 입장을 직접 듣지 않고 보험업계의 고충만 들어주는 자리만 마련했다는 측면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 위원장은 19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사 사장단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실손 의료보험에서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보험료 인상 민원에 대해 손사레를 쳤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간담회에는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 기업 12곳과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보험개발원장, 보험연구원장 등 그야말로 보험업계가 총집합했다. 최근 손보사들을 위주로 자동차 보험 관련 △사기 △경미한 사고에 따른 진단비 급증 무엇보다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라 손해가 커진 실손 의료보험 상품 등 보험업계 불황이 부각됐었다. 당연히 사장단은 그런 민원을 은 위원장에게 쏟아냈다. 마침 내년 자동차 보험료와 실손 보험료가 인상된다.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 보험료로 벌어들인 것에 비해 보험금으로 지출한 비중(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면서 호소했다. 특히 실손 보험 손해율은 129.1%나 되기 때문에 실손 보험료를 15~20% 범위에서 인상해야 한다는 점을 어필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제조 원가가 올랐다고 휴대전화 가격을 그대로 올리지는 않는다. 실손 보험료도 가격 차원에서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며 “실손 보험의 손해율이 악화해 손실을 봤다고 보험 가입자들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도 않고 온 국민들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은 위원장은 보험사들의 자구 노력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보험 상품 구조 개편 △비급여 관리 △자동차 보험 사기 등 보험금 누수 요소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사각지대로 남겨뒀던 여러 취약 계층들을 위한 창의적인 보험 상품을 혁신적으로 발굴하는 노력도 장기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사장단도 은 위원장의 이런 주문에 대해 딱히 반박을 할 수 없었고 그런 만큼 보험료 인상폭을 두 자릿 수 이상으로 올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자동차 보험이나 실손 보험 둘 다 족히 2000만명~3000만명 가량이 가입한 준 공공 보험의 성격이 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 2020년 총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굳이 보험료 인상폭이 두 자릿 수나 올라가도록 방치할 이유가 없다. 
    
대신 사장단은 예금 보험료가 너무 많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한 목소리로 전달했다. 예금 보험료 책정 기준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위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보험사와 은행을 포함 금융사들로부터 예금 보험료를 징수하고 유사시 예금자들이 예금을 떼이지 않도록 5000만원까지 보호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간담회가 열리고 있던 그 시각 청사 주변에서는 △암환자들을 사랑하는 모임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보험이용자협회 등이 결성한 보험이용자협회 공동행동이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은지 높지 않은지 공개 검증을 요구한다”며 “검증 결과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원인부터 차단한 후 보험료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 보험 이용자를 배제한채 논의된 결과에 따라 보험료를 인상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은 위원장은 보험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할 것이 아니라 보험 이용자 간담회를 먼저 했어야 한다. 자동차 보험과 실손 의료보험 보험료 인상안 뿐만 아니라 중증질환 암 환자가 지급을 요구하는 암 입원 보험금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주장으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관련 분쟁에 대해 은 위원장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간담회를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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