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의도적으로 일으켰다
미중 무역 전쟁을 멈춘 것도 마찬가지
한국은 중국에 추격당해
중국 경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과 중국이 1차 합의를 봤지만 무역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국가는 대한민국이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9일 저녁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카네기광주비즈니스센터 강의실에서 열린 <2020년 경제 및 주식 전망> 강연을 통해 “미중 무역 마찰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한국은 수출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 마찰에 따라서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고 실제로 이와 비슷하게 제조업 PMI(Purchasing Management Index/기업의 구매 담당자가 평가하는 경제 지표)도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에 주로 중간재를 팔았다. 한국이 수출하는 중간재를 통해 완성품을 만들어서 미국 같은 선진국에 팔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인 소장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 소장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이라며 “최종 목적지는 중국을 통해서 다른 국가들로 간다. 이러면 미중 무역 분쟁에 따라서 한국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마디로 “미국이 중국을 막았는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중국을 통해서 가던 한국의 수출 물량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선 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중국 수출이 줄어들면 자신들이 수출하던 원자재 이런 것들이 필요없어서 수입도 줄어든다. 그 상관관계가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간접적으로 이런 타격을 받았다”면서도 2020년에는 “일단 1차 협상 타결은 됐는데 올해 한국 경제를 짓눌러왔던 반도체 경기 하락과 미중 무역 분쟁 요소가 사라져서 어느정도 올해보다는 한국 경제가 (2020년) 하반기로 갈수록 살아날 것이다. 예전처럼 확확 좋아지는 느낌은 없지만 올해보다 더 낫다는 의미”라고 전망했다.

사실 미중이 합의 국면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선 소장은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 추이를 보면 예컨대 10년물과 2년물의 차이를 스프레드라고 하는데 그게 커지거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면 한 10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몇 번 있었는데 한 번을 제외하고 경기 침체가 꼭 왔었다”며 “이번에도 경기 침체로 접어드는 강력한 시그널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선 소장에 따르면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확장기를 연장하고 싶다. 내년 11월에 미국 대선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러고 싶을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연준(미국 연방준비은행)을 압박해서 금리를 세 차례 인하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 소장은 “이제는 금리를 낮춰서 경기를 진작시키는 약발이 다 했다”면서 “남아있는 게 트럼프가 주도한 것이긴 한데 미중 무역 전쟁”이라고 밝혔다.

즉 “상대적으로 미국이 미중 무역 전쟁을 자신있게 한 이유는 미국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정도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수출에 의존하지 않고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출혈이 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 무역 전쟁을 감행했다. 

선 소장은 “이제는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해 일정하게 합의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서 경기 위축의 방향을 걷어내려고 할 것이고 미중 무역 협상 1차 타결이 실제 일어났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더 많아서 미중 무역 마찰을 통해서 자기들이 중국을 견제해서 얻을 수 있는 게 훨씬 많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보면 더 이상 미중 무역 타결을 미룰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선 소장은 “12월13일 1차 협상 타결을 발표했는데 그 시점이 왜 그러느냐. 3단계 관세 부과를 하겠다고 한 시점이 12월15일이었다. 근데 왜 이틀 전에 발표했느냐. 트럼프로서는 그때까지 실제 3단계 관세 부과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3단계부터 소비재 비중이 40%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2단계 관세 부과는 일반 미국 소비자들에게 체감되는 것이 크지 않다. 3단계부터는 중국산 가전제품부터 값싼 제품이 다 관세 부과 대상이다. 일반 미국 소비자들 입장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민간소비가 안 그래도 경기 침체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틀을 앞두고 1차 합의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 소장은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큰 틀에서 보면 중국이 많이 양보했다. 1단계는 그대로 가고 2단계 관세는 절반으로 줄이고 3단계는 유보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신 브라질에서 많이 수입하던 대미 보복 조치로 대두와 같은 콩을 그랬는데 미국산 대두를 비롯 32조원어치 정도의 농산물을 구매해주기로 했다”며 “트럼프가 이긴 것 같다. 승부사 기질이 있는 건지 이른바 슈퍼 파워를 갖고 땡깡을 부리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건 관세 덜 하겠다는 것이지 돈을 실제 쓴 것이 아니었다. 중국은 32조원을 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말 문제적 트럼프라서 가능했다.

선 소장은 “트럼프가 정책 하는 것을 보면 뭐 중국도 지식재산권을 인정 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썩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 리더 국가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깡패 국가라는 느낌만 든다. 아니 트럼프는 정말 자기 재선 말고는 다른 생각을 안 한다. 협상도 오로지 자기 재선만 따져서 한다. 필요하다면 뭔가 국제 정치적 관례로 그전에 상상하기 힘든 발언을 하거나 한다. 미국 대통령이 쌍욕하듯이 그런 걸 매번 할 수 있는 건지. 우울한 소식은 트럼프가 재선될 확률이 75% 정도 된다”고 묘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 소장은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한국 경제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미국도 미국이지만 사실 한국 경제는 중국과 좀 더 밀착돼 있다. 주요 산업 분야에서 대중국 수출량이 상당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추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선 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배경 중에 하나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가 늘고 있다. 또 하나는 중국 경제의 부상이다. 지금 중국은 한국 교역 비중의 25%를 차지한다. 예전에는 중국이 한국의 일방적인 수출 대상국이었다”면서도 지금은 “거꾸로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한국과 경합하는 나라가 됐다. 심지어 많은 부분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으로부터 수입했던 것을 지금은 국산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실 중국 덕에 고성장을 했는데 지금은 중국에 많은 부분을 치이는 그런 상황으로 몰려있다. 이게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더 낮아진 2% 성장률이 고착화된 주된 이유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선 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해운, 조선, 기계, 철강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떨어졌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10% 점유율을 차지하던 게 중국 SUV 로컬 제조업체들이 많이 성장해서 3%대로 떨어졌다. 더 급격히 떨어진 것은 스마트폰이다. 삼성 스마트폰이 20% 가까이 차지하다가 지금은 1%대다. LG전자는 몇 년 전에 이미 중국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이런 회사들이 잘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품의 경우 고급 시장은 유럽이나 일본 화장품이 차지하고 있다가 한국이 중저가 시장으로 공략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로컬 기업들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면서 아모레퍼시픽 실적이 확 꺽였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 구조는 어떤 상태일까.

선 소장은 “중국은 과거 10%대 고성장에서 지금 6%대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경제 성장이 한 단계 가라앉았다. 그만큼 타격을 받았다. 확실히 미국이 중국보다 강한 나라이고 미중 무역 분쟁에서 미국이 이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운을 뗐다.

이어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국영 기업들이다. 중국 지도부가 중국 기업들 부채를 감축하고 있고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분도 있다”며 “중국은 세계 1위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다. 금융시장 개방도가 아직 낮아서 급격한 외화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침체는 올 수 있어도 한국의 외환위기 때처럼 중국 경제 붕괴론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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