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집회 참가자들에게 당한 폭력
한국당에 항의하러 갔는데
선거법과 민주당의 기득권
이주민 인권
정의당의 의제별 조직
인재 육성과 외부 인재 영입
새로운보수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 본청 입구 옆에는 정의당의 농성장이 있다.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선거법 협상을 딛고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숙원 과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최근 농성장은 폭력에 노출됐었다. 지난 16일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이 국회 경내에서 집회를 열었고 그때 일부 참가자들로부터 테러에 가까운 봉변을 당한 것이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20일 오후 국회 주변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그때 태극기 들고 있던 분들이 욕설을 어마어마하게 해대고 1000여명과 10명 이하의 구도라서 상대가 안 됐다”며 “태극기 깃대로 때리고 침을 뱉었다”고 묘사했다. 

강민진 대변인은 5기 대표단으로 심상정 대표가 당선된 이후 청년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사진=강민진 대변인 제공) 

강 대변인의 얼굴에 침이 날라왔다. 

강 대변인은 “처음에는 그게 침인지 몰랐다. 무슨 액체가 묻었나 했다. 살면서 침맞을 일이 거의 없지 않은가. 너무 당황스러웠고 모욕적이었다”며 “당원들이 머리채 잡히고 폭력을 당했는데 그때 경찰이 좀 늦게 왔다. 국회에 늘 상주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욕설 들을 것 다 듣고 침맞을 것 다 맞고 뒤늦게 왔다. 우리를 둘러싸서 더 이상 (물리적으로) 맞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욕설을 들었고 빨갱이니 에이즈 관련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천막이 본청 계단 아래에 설치돼 있었는데 유독 정의당만 공격당했다. 

강 대변인은 “(그들이) 정의당만 공격한 것은 (천막 형태의 농성장이 아니라) 사람이 바로 보여서 그랬던 것 같고 특히 한국당 지지자들에게 정의당은 약간 악마처럼 여겨지고 빨갱이와 동성애의 대명사로 여겨져서 더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바로 다음날(17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본청 내부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한국당을 찾아갔다. 
 
강 대변인은 “이게 사실 영상 자료가 있기는 한데 뒷모습이 찍혔고 침뱉고 이런 것은 카메라에 안 잡혔다. 특정이 잘 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한국당이 주최한 집회이기 때문에 질서 유지의 책임이 있고 집회 신고서에 그 의무를 명시하기도 한다. 물론 국회 경내에서 하기로 신고한 것은 아니지만 주최측이 폭력과 무질서를 예방할 책임이 있다”며 “로텐더홀에 가서 사과하라고 요청했는데 어딜 여기까지 와서 그러냐. 우리 당원인지 어떻게 아느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당) 대변인 논평도 나왔다. 민주당에게 뺨맞고 왜 한국당한테 그러느냐더라. 이게 지금 그 가해자들이 한국당 당원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집회 주최측으로서 책임을 져달라는 것인데 인간된 도리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지탄했다.

궁극적으로 강 대변인은 “이 사람들 진짜 막무가내구나 싶었다”면서 “그간에는 국회 안에서 대형 집회를 하지 않는다는 당들이 지키는 선이 있었다. 그렇게 막 갈등 상황이 있을 때 맨날 각 정당 지지자들이 대규모로 들어와서 집회를 하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한국당이 그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 수사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한국당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회 본청 계단 아래 위치한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농성장은 천막으로 돼 있고 본청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정의당의 농성장은 천막 형태가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밖에도 이날 강 대변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선거법 협상과 민주당 △이주민 인권 △정의당 내부 소식 △새로운보수당에 관하여 등 4가지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는 2주 전(10일) 2020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만 해도 한국당 패싱을 가뿐히 관철시켜냈다. 하지만 선거법 수정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지금 두 번의 잠정 합의를 이뤄냈음에도 마지막 타결을 보지 못 하고 있다.

강 대변인인은 “수요일(18일)에 3+1 합의문(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이 발표됐다. 거기서 연동형 캡(연동형 의석 배분 제한) 30석을 받기로 하고, 내년 총선에서만 적용하고,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의총에서 그 합의문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냈다”면서 “그때 너무 절망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정의당은 1등 외에 나머지 표는 죽은 표가 돼버리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아주 오래 전부터 노력해왔다. 작년 6.13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명단 미제출 △의원정수 증원론 끝내 좌초 △선거법 단일안 마련 △패스트트랙 지정 등 1년 내내 겪어왔던 것을 복기해보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강 대변인은 “기존 선거제도가 거대 양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였고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주도하고 이때까지 왔던 것은 기득권을 어느정도 내려놓는 전향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 막바지로 가고 있는데 민주당이 기득권을 끝까지 덜 내려놓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까. 권력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들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①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지역구와 비례대표 200대 100 모델의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②2019년 4월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225대 75 모델의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③4+1 협의체에서의 250대 50 모델 ④250대 50에서 비례대표 20석~35석에 한정해서만 캡을 씌워 연동형 적용 등 그동안 끝없이 거대 정당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①→②→③→④로 후퇴돼왔다.

3+1이 꾸역꾸역 캡까지 수용한 뒤 석패율제 도입을 내걸었는데 민주당은 그마저 불수용했다. 결국 23일 오전 3+1은 석패율제를 포기하기로 뜻을 모으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장기화되고 있는 국회 파행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오늘 중으로 선거법,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법, 예산 부수법안, 민생 법안을 일괄 상정하여 통과시키기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석패율제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돼 있다.

정의당은 최근 상무위원회 대신 농성장에서 비상행동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가인권위원회는 18일 한국에 체류 중인 248만1000명의 이주민을 위한 <제2차 이주 인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7년 전 1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고 여러 방면으로 이주민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지만 인권위가 접한 수많은 진정, 상담사례, 실태조사 등으로 파악해봤을 때 아직도 너무나 열악하다. 

강 대변인은 “이주민 인권과 난민 인권에 대해서 내국인이 혐오하는 가장 큰 정서 중에 하나가 이 사람들이 우리 권리나 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것”이라며 “사실 이미 이주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이주 노동자들이 있고 공단이나 이런 지역에 가면 비율이 굉장히 높다. 이미 우리가 입고 먹고 쓰고 하는 것들이 이주 노동자들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들의 권리 보호장치는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2차 이주민 인권 가이드라인.
(자료=국가인권위원회)

2차 가이드라인은 10대 원칙과 110개 핵심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골자는 △인종차별 금지와 평등하게 존중받을 권리 보장 △권리구제 절차에 접근이 용이하도록 개선 △난민 인정 절차와 결정에 공정성 강화 및 처우 개선 △공정하게 노동할 권리 보장 △이주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보장 △이주여성의 인권 보호 및 이주 정책에 젠더적 관점 반영 △이주민 구금 최소화 및 인도적 차원의 대안 마련 등이다. 

강 대변인은 “이번에 사업장 변경 제한하는 것을 폐지하라는 게 들어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이주 노동자는 (근무하고 있는 곳의) 사업장을 변경할 때 자기 맘대로 일을 그만두거나 옮길 수도 없다. 당국에 허가받는 요건이 있는데 횟수가 3회로 제한되고 산업재해가 일어나야만 허용해주는 등 되게 제한 사유가 깐깐하게 돼 있다”며 “인권 침해가 있어도 노동자들이 맘대로 못 옮기는 거다. 고용주들은 어차피 못 옮기는 걸 아니까 더 함부로 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에 많이 났던 게 비닐하우스 집에서 숙식하게 하면서 그 기숙사비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월급을 삭감하는 지금 이게 법적으로 가능한 상태다. 말이 안 된다. 내국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기준이 이주민들에겐 거의 안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이번 2차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환기했다.

정의당에는 △5개 본부(노동/여성/생태에너지/청년/평화) △4개 위원회(농어민/문화예술/장애인/동물복지) △17개 특별위원회(국민의노동조합/차별금지법추진/청소년/국민먹거리안전/사법개혁/사회연대임금/미래정치/국민안보/노동인권안전/기후위기미세먼지/탈핵에너지전환/이주민인권/여성안전/공정언론/유엔장애인권리협약/성별격차해소를위한유리천장깨기/시민을위한공공기관) 등 의제별 조직이 마련돼 있다. 

강 대변인은 “본부는 우리 당이 특히 집중하고 있는 의제들을 담당하도록 당대표가 기구로 설치한 것이다. 다양한 부문위원회들이 당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에 특히 우리 당이 집중하고 있는 의제들은 본부로도 설치되어 (유급)상근자와 본부장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정책위의 의제별 부문과 본부의 차이점에 대해 “노동을 예로 들면 노동본부는 노동자 투쟁 현장에 가거나 연대 사업을 한다. 또는 정의당의 노동 기획 사업을 하기도 한다. 정책위는 정의당 차원의 노동 정책과 법을 만들고 연구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며 “본부가 당과 현장을 이어주기도 하고 의제별로 커뮤니케이션을 잘 이뤄지도록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과 단체들을 이어주기도 한다”고 정리했다. 

총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정의당의 공천은 어떻게 이뤄질까.

강 대변인은 “당대표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다 당원들의 경선 투표에 따라 결정된다”며 “공천 룰을 정하는 것도 당대표가 하는 게 아니고 전국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공천 관련 주요 의결사항으로는 개방형 경선제가 있다. 그리고 △만 35세 이하 청년 비례대표 명부 할당 20% △피선거권 비당원에게 개방 등의 안건들이 전국위에 상정돼 의결을 앞두고 있다. 

또 하나 정의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되고 있는 이슈가 있다. 11월 초에 이자스민 전 의원이 영입될 때부터 본격화 된 것인데 ‘내부 인재 육성’과 ‘외부 인재 영입’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다. 

강 대변인은 “의견이 팽팽하다. 어떤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이게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의당은 소수당으로서 돈도 없고 자원도 없지만 이렇게 커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당내에서 활동하는 여러 당원들 돈을 받지 않고 자신의 피와 땀을 당에 쏟은 분들 덕에 여기까지 커온 것인데 그래서 다른 당들과 다른 맥락이 있다”면서 “큰 정당은 사실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 운동원들을 고용하고 그렇게 하는데 우리 당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그걸 당원들의 헌신으로 채워왔다. 그래서 그런 논란이 조금 발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의당도 지난 총선과 지금이 좀 다르다고 하는데 요즘 지지율 나오는 것 봤을 때 또 선거법이 바뀌면 확실히 정의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는 그런 분위기가 있으니까 예전에는 그러지 못 했던 유명인들도 영입될 수 있는 그런 자원을 많이 갖게 됐다”고 환기했다.

새로운보수당은 지난 12일 당명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 조기 대선 정국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굳세어라 유승민”을 말한 적이 있었다. 보수 정치인과 보수 유권자가 무조건 한국당으로 흡수되는 현상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보수 후보로서 기반을 다졌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응원이었다. 물론 그 이후 심상정 대표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응원의 그 표현을 철회했다.  

강 대변인은 얼마 전 당명이 확정된 새로운보수당에 대해 “진짜 한국당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고 독자 정당으로 갈 거면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 된다”며 “그래서 (할 생각이 없는 한국당을 포함하는 선거법 합의만 고수하는 것 때문에) 그 진정성에 조금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정의당이 이번 패스트트랙 국면에서도 250대 50을 좋아서 받은 게 아니고 석패율제도 그렇고 캡 30석은 사실 우리 당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임에도 합의했다”며 “어떤 원칙과 색깔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에는 정의당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당들이 있기 때문에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다른 당들과 협상하고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금의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 집단에 있어서 이상과 현실, 원칙과 유연함, 가치와 세력. 모두 중요하다. 

강 대변인은 “국회에서 정의당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될 때가 많은데 소수 정당은 그걸 지켜야 하고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지 지지자들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우리는 이런 세계를 꿈꾸는 정당이라고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보수당이 어떤 사회를 꿈꾸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는 못 하겠지만 원칙과 색깔을 잘 유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의당도 이번 선거법 국면에서 원칙만 고집했으면 100% 연동형을 고집했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것이다. 어떤 결정 권한을 갖게 되면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게 된다. 무조건 원칙만을 내세우지 않고 반보라도 앞으로 나가게 할 그런 책임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이제 만약 새로운보수당이 정말 정당으로서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면 도전에 직면하게 될 부분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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