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필리버스터’ 돌입했다 ·· 24시간 불 켜진 ‘본회의장’
‘선거법 필리버스터’ 돌입했다 ·· 24시간 불 켜진 ‘본회의장’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12.24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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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의장의 뚝심
한국당의 실력행사 무기력
필리버스터 평균 4시간 가량
비례한국당 가시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당장 내년 총선까지 4개월 남은 상황에서 2019년 안에 완료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드디어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에 태워진 선거법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절차에 돌입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3일 20시 즈음 본회의에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 정국이 시작된지 7개월만이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가장 첫 번재로 △372회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을 비롯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그리고 △예산 부수법안(22건) △유치원 3법 등이 있다. 또한 △세종시 설치 특별법 △농업 소득 보전법 △소재 부품전문기업 육성 특별조치법 △환경정책기본법 △교통시설특별회계법 △예금보험기금 채권에 대한 국가 보증 동의안 △한국장학재단 채권에 대한 국가 보증 동의안 △무역보험계약 체결 한도에 대한 동의안 등 총 33건이다. 

텅 비어 있는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는 24일 새벽 내내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상정 순서로 봤을 때 한국당은 회기 결정의 건부터 필리버스터로 대응한 뒤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예산 부수법안들이 처리되는 시점에 수정안을 무더기로 제출했다. 27번째부터 시작되는 패스트트랙 법안의 표결 차례가 최대한 늦게 되도록 시간끌기 작전을 구사한 것이다. 하지만 문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국회법 해석을 근거로 불허했고 바로 예산 부수법안 2건을 표결 처리했다. 한국당의 무더기 수정안 제출 역시 한 건으로 수렴되어 바로 폐기되는 등 실효적이지 못 했다. 문 의장은 2건을 선 처리한 직후 표결을 통해 선거법이 3번째 처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앞당겼다.

사실상 문 의장은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와 함께 선거제도 개혁의 대의에 동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의 지연 전략을 모두 무마시키는 방향으로 의사일정을 진행했다. 일단 한 회기 안에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안건은 다음 회기가 열리게 되면 바로 표결에 돌입하게 된다. 한 안건당 두 회기에서의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상 불가능하다. 

핵심은 회기 기간이다. 한국당은 회기 기간을 최대한 늘리려고 하고 있고 4+1과 문 의장은 짧은 기간의 회기를 여러 번 열어서 한국당의 방어 수단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한 안건의 필리버스터가 실시되고 회기가 종료되면 바로 회기를 또 열어서 표결 처리하고 다음 안건을 올려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어 또 끝나면 다음 회기를 바로 열어서 통과시키는 것이다. 지금 선거법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데 372회 회기는 25일 0시까지다. 

민주당은 이미 25일 14시에 열리는 373회 임시국회 소집서를 제출한 상태다.

사실 한국당의 실력행사는 객관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4+1은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 295명의 과반(148명)을 훌쩍 넘길 수 있는(166명) 데다 지역구 축소에 따른 개별 의원들의 이탈표 리스크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한국당 패싱이 충분히 가능하다.

모든 작전이 무마되고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려 하자 한국당은 의장 단상에 올라가 강력하게 항의했고 문 의장의 아들 공천 문제를 구호로 외치는 등 고성과 맹비난을 쏟아냈다. 한국당은 24일 오전 문 의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방해 혐의 형사고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사퇴 촉구 결의안 국회 제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공격하고 있다. 

문희상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있는 새로운보수당 역시 4+1과 문 의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이날 열린 창당준비위원회 비전 회의에서 “국회법과 선거법은 국민의 대표를 어떻게 뽑느냐는 게임의 규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일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며 “선거법이 통과되면 사람들이 내년 총선에서 과연 자기들이 희망한대로 의석을 얻을 수 있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정당이 몇 석의 의석을 이 선거법으로 얻겠느냐는 것은 국민들만 알고 계실 것이다. 새보수당은 어떤 선거법이 되든 국민에게 당당히 심판을 받고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민주당과 그 2중대들은 다 같이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에 선거법 막장 선물을 국민께 선사하니 유쾌한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날치기, 밥그릇 막장 정치 연출한 민주당과 2중대는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새보수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국민에게 호소하겠다. 밥그릇 선거법 날치기와 게이트 은폐를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실체와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단상에 나와 강력 항의하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어쨌든 23일 22시50분 그렇게 사전에 신청된대로 선거법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순서는 △주호영(한국당) △김종민(민주당)  △권성동(한국당) △최인호(민주당) △지상욱(새로운보수당) △전희경(한국당) △기동민(민주당) △이정미(정의당) △박대출(한국당) △홍익표(민주당) △정유섭(한국당) △강병원(민주당) △김태흠(한국당) △김상희(민주당) △이언주(미래를향한전진 4.0)로 진행되고 총 15명이다. 

24일 15시 기준 최인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16년 3월2일 이종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12시간 반에 이르는 최장시간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는 주호영 의원이 3시간50분, 김종민 의원이 4시간30분을 사용하는 등 흐름상 의원 평균 4시간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필리버스터는 상대적 소수당이 다수당의 법안 추진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다수 세력인 4+1이 중간에 한국당의 기세를 빼놓는 차원에서 들어가 있다. 

향후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지속하고 민주당이 3일 단위로 쪼개기 임시국회를 이어나간다고 했을 때 대략 21일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즉 2020년 새해 1월까지 여야 대치 정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2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 헌법적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곧바로 저희는 비례대표 정당을 결성할 것임을 알려드린다”며 “비례 한국당 창당준비위를 함께 해서 그 당명을 사용할 수도 있고 독자적으로 우리 당의 새로운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막판 선거법 정국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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