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월호 지켜보면서 민주당에 관심 가져...전직은 발레리나
민주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잘 맞는 인물...“정치 하기엔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인재영입 1호로 척수 장애인인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인 최혜영 씨(40)를 영입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인재영입 1호로 척수 장애인인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인 최혜영 씨(40)를 영입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중앙뉴스=윤장섭 기자]26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인재영입 1호로 척수 장애인인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인 최혜영 씨(40)를 영입했다.

최 이사장은 발레리나 출신으로 현재 강동대에서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척수장애인 국내 최초 재활학 박사’이기도 한 최 이사장은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많은 일(활동)들을 해왔다. 최 이사장은 1979년생이며 만 40세다.

나이가 젊은 탓에 민주당 당규상 ‘청년’에 해당되는 인사다.특히 ‘여성’과 ‘장애인’ 등 정치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사가 될 듯 하다.

최 이사장은 태어날때 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난 장애인이 아닌 발래리나로 활동하던 시절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에 빠진 후천적 장애인이다. 최 이사장은 장애를 잘 극복한 인간 승리의 표본이기까지 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오늘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이사장을 민주당 인재영입 1호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에 이어 당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비록 여성이자 장애인이지만 역경을 잘 극복한 인물이란 점에서 민주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최 이사장이 발레리나로 활동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가 마비되는 척수 장애인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국내 척수 장애인 최초로 재활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는 대학 강단 및 국·공립기관 등에 출강중이다.

최 이사장은 신라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공연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되는 척수장애를 입으면서 발레리나로서의 꿈을 접었다.

예술가로서의 꿈은 접었지만 학업만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9년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직접 설립해 인식 개선을 위한 사회 활동을 이어갔다. 2017년에는 여성 척수장애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최 이사장은 이날 민주당사에서 갖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정치를 하기엔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라고 소개한 뒤 자신이 건강했던 시절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우리사회는 장애인들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적 문턱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이제 “이 문턱을 본인이 스스로 없애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 이사장이 민주당에 입당하게 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민주당에 마음이 담겻다는 것,

최 이사장은 "정치에 관심도 없었으나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면서 조금씪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최 이사장은 “그때 느꼈던 건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에서 박탈감과 분노감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했다. 자신이 “한국당을 선택할 수는 없는 이유"는 “지금 그분들이 하는 정치적 행태를 보면, 사회적 약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이사장은 향후 목표도 밝혔다. 정치인이 된다면 여성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정책 법안을 발의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의 인재영입 1호는 20대 청년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나 예상과 달리 40대의 최 이사장이 선택을 받았다. 민주당은 20대 인재도 있다며 다만 순번을 조정하는 것으로 봐 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민주당은 “현재 15~20명 정도 규모 정도로 인재영입이 준비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지 않는 화·목·일요일마다 추가 인재를 한 명씩 발표한다고 했다.

[인재영입 1호 최혜영 이사장 기자회견문 전문]

안녕하세요. 최혜영입니다. 저는 올해 마흔 살의, 척수장애가 있는 장애인입니다.

정치를 하기에는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보통 사람에게 정치를 한번 바꿔보라고 등을 떠밀어준 더불어민주당을 믿고, 감히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주목받는 생을 살고 싶습니다. 저 역시 발레리나 시절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주목을 받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제가 아닌, 이 땅 모든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과 주목을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제 260만명이 넘는 장애인의 눈물겹고 간절한 소망을 안고 그들과 함께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꿉니다.

꿈 많던 열여섯 어린 시절부터 저는 무대를 날아오르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벅찬 가난한 집안 딸이었지만 꿈마저 가난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자기 청춘을 생선 비린내와 맞바꾼 언니의 눈물겨운 뒷바라지 덕분에 꿈에 그리던 발레리나가 됐습니다. 기뻤습니다. 하지만 발레리나로 무대 위를 제대로 날아보기도 전에, 2003년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큰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 나이 스물다섯 살 때였습니다.

춤은 고사하고 혼자 앉지도 일어서지도 못했습니다. 꿈 많던 한 소녀의 삶은 그렇게 버거운 짐짝처럼 내팽개쳐졌습니다. 비참한 현실에 그대로 끌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이 되기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달렸습니다. 춤을 연습할 때보다 더 혹독하게, 더 나은 장애인이 되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몸을 뒤집고 혼자 일어나고 휠체어를 타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집을 떠나, 독립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집에 있으면 어머니와 언니가 제 손과 발이 되었을 것입니다. 다시는 세상과 어울릴 수 없는 고립된 장애인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집을 얻고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어딜 가나 휠체어 앞에 놓인 고작 3센티 문턱이 3미터 거대 장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럴수록 더 절박하게 남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더 활달하게 제 삶을 개척했습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유명 이동통신사의 전화 상담원이 되고, 비장애인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갔습니다. 병에 걸려 아픈 몸이 부끄럽지 않듯 장애 역시 수치가 아닙니다. 저는 제 마음의 장애부터 고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장애인은 그저 살아가는 일상이 불편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정작 장애인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의 장벽과 차별 그리고 장애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었습니다. 장애를 비장애로 바꿀 수는 없지만,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알아야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학교에 들어가 장애인을 위한 공부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석사가 되고 여성 척수장애인 국내 최초로 재활학 박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세상을 향해 휠체어 바퀴를 돌렸습니다. 장애인식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해하고 소통하면 장벽이 허물어지지 않을까요? 그 믿음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습니다. 뮤지컬 배우도 되고, 명강사 이름을 얻고, 대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장애를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교수도 됐습니다.

저는 꿈꿉니다.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불편으로 느끼지 않는 세상, 더불어 산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 그 꿈을 안고 저는 정치에 도전합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저의 눈높이는 남들보다 늘 낮은 위치에 머뭅니다. 국민을 대하는 정치의 위치가 그래야 된다고 믿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멀리 함께 가고 싶습니다. 누가 제 휠체어를 밀어주실 분 계십니까? 저는 그분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절망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 있습니까? 저는 그분들 눈이 되겠습니다. 배려가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정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소통의 다리를 잇는 사랑의 작은 끈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 가는 나라, 서로 사랑하는 나라,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가 한 뼘쯤 커지는 나라, 그런 나라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 싶습니다. 부디 세상 낮은 곳에서 내미는 제 진심 어린 손을 잡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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