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할 만큼 중대하지 않아
혐의는 인정돼
정무적 판단
증거인멸 여부
윤석열 총장의 향후 판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이 지난 8월부터 조 전 장관의 가족 관련 강제 수사에 착수하고 난 뒤 결국 뾰족한 연관성을 찾지 못 하자 민정수석 때의 감찰 무마 의혹 카드를 빼들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권덕진 서울동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이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됐다”고 전제했음에도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없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판사는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라고 규정하면서도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영장실질심사에서의 진술 내용 및 태도 △배우자(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 기소 △범행 당시 조 전 장관이 인식하고 있던 유재수의 비위 내용 △사표를 제출한 유재수 △조 전 장관이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서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및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혐의는 소명되나 영장을 발부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고 발부하지 않아야 할 사유가 더 많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오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이 지난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는 동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면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8월까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사모펀드 운용사 등으로부터 각종 뇌물(골프채/자녀유학비/항공권 등) 및 금품 약 5000만원 수수 △금융사들이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의 감찰을 받았고 스마트폰 포렌식 등을 통해 비위 사실이 어느정도 인정됐다. 하지만 특감반으로부터 해외계좌 거래 내역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뒤 석연치 않게 감찰 중단의 특혜를 받았고 2018년 4월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 그리고 석달 뒤 오거돈 부산시장의 밑에서 일하게 됐다. 하지만 소위 조국 사태 이후 유 전 부시장의 각종 비리 혐의가 연일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11월27일 끝내 구속됐다.

사실상 청와대는 비위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감찰을 중단한 것 자체는 인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당시 민정수석실의 정무적 판단이라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3일 브리핑을 내고 “민정수석은 수사권이 없어서 유재수 본인의 동의하에서만 감찰 조사를 할 수 있었고 본인이 조사를 거부해 확인된 비위 혐의를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며 “당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고 청와대가 이러한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도 영장 심사에서의 항변을 통해 그 당시 민정수석의 권한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유 전 부시장의 비위는 경미한 사안인데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강제 수사권이 없어서 감찰을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지검은 특감반이 작성한 감찰 자료가 이미 폐기되는 등 증거인멸이 실행된 만큼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어필했지만 변호인단은 감찰 자료 작성 이후 1년이 지나 청와대가 자연스럽게 폐기한 것이라고 방어했다. 또한 단순히 감찰 중단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검찰 수사 의뢰 △감사원 감사 요청 △금융위 이첩 등 여러 선택지들 중에서 하나를 택했을 뿐 전혀 비위를 덮어준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은 박형철 전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이 조 전 장관의 지시로 감찰을 중단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이 혹독한 검찰의 수사를 견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조 전 장관은 26일 10시반부터 법원에 출석해 14시반까지 영장 심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첫 강제 수사 후에 122일째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 나는 검찰의 영장 신청 내용에 동의하지 못 한다. 오늘 법정에서 판사님께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그렇게 믿는다”며 짧은 소감을 밝혔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필두로 조 전 장관 관련 여러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그 결과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지난 10월24일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자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향후 동부지검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지 불구속 기소할지 적접적으로 결정하겠지만 결국 윤 총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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