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막기 어려운 의사진행 
여야 13명 필리버스터
공수처 내용에 관하여
표결 싸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쪼개기 임시국회가 계속 소집돼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막을 도리가 없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는 시간끌기 외에 실효성이 없다. 지난 24일 3일짜리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이 상정됐고 27일 표결 절차를 거쳐서 통과됐듯이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21시반에 시작된 공수처법 필리버스터가 29일 자정 0시를 기준으로 종료됐다. 

본회의장 좌석이 텅비어 있는 상황에서도 필리버스터는 밤새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법에 따르면 한 안건에 걸린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 기간에만 가능하고 회기가 끝나면 자동 종료된다. 그 이후 바로 소집될 다음 회기에서는 해당 안건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는 이런 방식으로 한국당의 실력행사를 무력화시켰다.

일단 민주당이 제출해놓은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의 날짜는 30일 10시다. 

아마 선거법 때 사이클이 그랬듯이 △문희상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를 부르는 제스처가 취해질 것이고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하고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단상이나 의장석을 점거하다가 △본회의 개의 시간이 오후 이후로 미뤄지고 △계속 기다릴 수 없는 의장단이 본회의장에 입장해서 의사진행을 하려고 하고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구호를 외치면서 격렬하게 저항하고 △문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서 한국당 의원들로부터 보호를 받은 상태에서 공수처법 표결에 들어갈 것이고 △그 다음에 회기 기간을 결정하는 표결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 그 다음에는 검찰개혁법의 일환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차례대로 본회의에서 상정될 것이고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4+1은 이미 27일에 2020년도 예산 부수법안 26건 중 나머지 20건(세입 관련 법률)을 통과시켜서 부담이 없다. 예산안만 통과되고 부수법안은 통과되지 않아서 즉 세입 확정없이 세출만 확정됐다는 불안감은 불식시킨 것이다. 한국당 입장에서 예산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어차피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하니까 무더기로 수정안을 제출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데 문 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곧바로 부결시킨 바 있다. 

공수처법 필리버스터는 26시간 넘게 지속됐고 여야 13명의 의원들이 나섰다. 순서는 김재경 의원(한국당) →백혜련 의원(민주당) →윤재옥 의원(한국당) →표창원 의원(민주당) →권은희 의원(바른미래당) →정점식 의원(한국당) →박범계 의원(민주당) →여영국 의원(정의당) →신보라 의원(한국당) →송영길 의원(민주당) →정태옥 의원(한국당) →송기헌 의원(민주당) →강효상 의원(한국당)으로 이어졌다.

한국당은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의 보위부로 작용해서 여권의 비리는 덮어주고 야권의 의혹만 파헤치게 될 것이라는 요지로 논지를 전개했다. 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또는 청와대 의혹 등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에 대해 비판하면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양당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논리를 떠나 대한민국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당은 공수처에 수사권만 부여하자는 입장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 세계적 표준으로 보면 기소권과 수사권은 분리돼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등 사정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적 검찰에 대응하기 위하여 마찬가지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를 설치해야 견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에 태워진 공수처법은 소위 백혜련안과 권은희안 두 가지다. 현재 두 안건에 대한 수정안이 모두 제출돼 있고 4+1은 전자를 지지하고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은 후자를 지지한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 공수처장 임명, 공수처 검사 인사권 등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야가 예상되는 만큼 입장차를 갖고 있고 두 안건에는 그런 차이점들이 반영되어 있다. 수사 대상 및 범죄 종류와 관련해서 백혜련안은 최대한 넓히려고 하고 있고 권은희안은 부패 범죄로 국한시켜놨다. 다만 백혜련안은 공수처의 기소 대상에서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 등만 포함했고 국회의원이 빠져있다. 수사는 다 할 수 있다. 권은희안은 공수처가 수사만 하고 기소는 기존 검찰에 맡겼다.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을 경우 공수처는 기소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소 의견을 한 번 더 어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적절성 여부를 판단받아볼 수 있다.

관건은 표결 싸움이다. 

지난 선거법 때 재석 167인 중 찬성 156인, 반대 10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됐다. 어쨌든 재적 의원 295석 중 과반 이상 148석이 필요한데 당장 4+1 공조 세력 166석에서 이탈표가 발생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 등이 공공연히 공수처 반대 입장을 밝혔고 한국당은 이런 빈틈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오전에도 (바른미래당 당권파 중에) 몇 군데 통화했다. 당내에 이건 아니라는 반대가 많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28명 중 20명은 넘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공수처법 부결을 위해서는 최소 19석의 이탈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심 원내대표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관련해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29일 내내 공수처법 표결 전략을 위해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각자 치열하게 내부 토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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